장정태 논설위원 |
<연재순서> ①연혁과 주요시설 ②풍수지리 입지
두 번째 이건지 인 필암리는 증산리의 서쪽으로 가까운 원필암 마을이다. 기록(記錄)에 의하면 현종 13년(1672)에 물난리로 증산(甑山)의 흙다리가 위험(危險)해지자 해타리(海打里)로 이건(移建)한다고 되어있다. 여기서 해타리는 필암리(筆巖里)의 옛 이름이다. 현재의 필암서원은 평지이고 마을 옆에 있다. 경사지였던 앞의 두 장소와는 확연(確然)한 차이를 보이는데, 평지이며 지형이 매우 넓다는 점이다. 기산리와 증산리의 단점을 완전히 해소(解消)한 입지로 볼 수 있다. 즉, 기산리는 경사지고 터가 좁은 지형이었고, 증산리는 경사지고 수해의 위험성이 많은 지형에 이었다. 또한, 증산리와 같이 북산(北山)을 하였으나 계곡(溪谷)에 자리 잡은 것이 아니고 서원 우측의 삼각봉(해발 140m)에서 동남(東南) 쪽으로 넓은 공간을 형성하며 짧게 뻗은 지각의 끝으로 평지에 있다. 서원 앞에서 바라보면 공간의 중심을 갖고 중출(中出)한 지맥으로 보인다. 당시 서원을 축조했던 사람들의 풍수적 식견을 엿볼 수 있다. 필암서원에서 관찰되는 전망 경관(展望 景觀)은 앞에 펼쳐진 넓은 들과 들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취암천을 두고 있다. 그러나 필암서원은 평지에 자리 잡아 전저후고(前低後高)를 통한 전망경관을 확보할 수 있는 입지로는 취약하다. 따라서 이층 문루(二層 門樓)인 확연루(廓然樓)를 건입(建立)함으로써 루에 올라서서 전망되는 경관을 확보하였다. 이를 통해서 유식(遊息)할 수 있는 간을 생산하였다. 두 번째 이건지인 현재의 필암서원은 앞 두 곳의 입지 지형을 거울삼아 부지(敷地)가 충분(充分)히 넓은 곳, 수해로부터 자유로운 곳, 배산임수 지형(背山臨水 地形)으로 뒤로는 북풍을 막고 앞은 탁 트여 경치가 좋은 곳, 정치적 회합의 장소가 될 수 있는 곳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선택한 입지로 볼 수 있다.
필암서원의 공간배치는 자좌오향(子坐午向)으로 남북을 축으로 하여 앞에서부터 차례로 확연루(廓然樓), 청절당(淸節堂), 동·서재(東·西齋)인 진덕재(進德齋), 숭의재(崇義齋), 경장각(敬藏閣), 내삼문(內三門), 사당(祠堂)의 순서로 배치되어있다. 필암서원은 확연루와 청절당 사이의 유식공간(遊息空間), 청절당과 우동사 사이의 강학공간(講學空間), 그리고 우동사의 사당 공간(祠堂 空間)이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을 보인다.
문루인 확연루는 2층으로 된 누각식 건축물로 2층 전면이 판문(板門)으로 폐쇄적이며, 측면은 3칸 중 2칸이 판벽(板壁)과 판문으로 측면 일부와 후면이 개방되어 내부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외삼문 역할을 하는 1층은 보통 키인 사람들도 고개를 살짝 숙여야 할 정도로 매우 낮은 높이이다. 또한, 2층을 오르는 계단이 동쪽 면 외부에 나 있으며 아주 가파르다. 평지에 세워진 무성서원(武城書院) 등은 누 출입 계단이 2층 누마루 아래에 설치되어 있고, 경사지에 세워진 병산서원(屛山書院)등은 건물 후면에서 지형 차를 이용하여 쉽게 오르내리게 처리한 것과 차이가 있다. 따라서 확 연루는 평지가 아닌 경사지에 세운 건축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경사지인 증산에 건립하였던 형식을 따랐다고 보인다. 또한 확연루는 배치를 통한 방위는 바깥을 향하고 있으나 상징적인 면은 강당인 철정당과 제향 공간인 우동사를 향하고 있다. 이 건물은 보조 건물로서 우동사를 중심으로 하는 공간배치를 위한 건축구조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건축의 전면을 판문으로 하고 상징적 면이 되는 부분을 개방하고 있다.
청절당은 강학 공간으로, 서원에서 가장 큰 건물인데 문루 방향에 판문을 설치하고 사당 방향으로 개방하여 진입 동선인 문루 쪽이 뒤가 되고 제향공간인 우동사(祐東祠)쪽이 앞이 되는 특이한 모양을 보인다. 사당인 우동사를 바라보는 형국인데 우동사는 서원의 가장 뒤 공간에 배치되어있다. 경사 지형에서 전저후고(前低後高)의 지형적 특성을 활용하여 조선 시대 전형적인 공간구성인 전당후묘(前堂後廟)의 배치를 하면 사당의 위계가 자연스럽게 정해지는데 필암서원은 평지에 자리 잡은 까닭에 전저후고형의 지형적 특성을 활용할 수 없어 전당 후 묘의 배치를 하되 강학 공간인 청절당을 제향 공간인 우동사를 바라보게 함으로써 사당의 위계(位階)를 나타내고 있다.
필암서원의 풍수지리 입지분석
1) 간용법
문수산에서 뻗어 내린 지맥이 기산리까지 용맥의 흐름에서 그 중간에 잠 시름을 멈추고 삼각봉이라는 성체를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삼각봉 아래에 필암서원이 위치하고 있다. 삼각봉에서 주맥은 증산으로 이어가고 한 지맥이 동남 쪽으로 뻗어 나와 멈춘 끝 평지에 서원이 위치한다. 삼각봉에서 입수맥의 형태는 직룡으로 내려오다 횡으로 입수하고 있다. 이와 같은 행룡은 지형의 특성상 귀성과 낙산이 필요하다. 삼각봉에서 증산으로 가는 중간에 낙산으로 표시한 낮은 봉우리가 낙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낙산 아래에 있는 탱지사(撑之砂)가 낙산의 귀성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지형적인 특징은 측뇌혈격도(側腦穴格圖)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으며, 필암서원과 현무봉, 낙산으로 이어지는 축선을 만들고 있다. 풍수에 의해 행복을 구하려면 우선 첫째로 용의 생사, 진위를 확인(確認)한 연후(然後)에 터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용의 생사를 식별(識別)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행용하는 산의 모습을 기준으로 동(動), 곡(曲)의 세상(勢相)을 生으로 보며, 정(靜), 직(直)의 세상을 사(死)로 본다. 그러므로 용이라 해도 그 세상이 약동(躍動), 굴신(屈伸)하는 것이 진(眞)이고 생룡으로 본다. 세상이 반대로 정지(停止), 경직(硬直)된 것은 위(僞)로 보고 사룡으로 간주한다. 대체로 만물(萬物)의 생사(生死)는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생기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생기가 충만할 때는 생이 되며 생기가 없어질 때는 사가 된다. 이리하여 살아 있는 것은 신축(伸縮), 굴곡활동(屈曲活動)을 하고 조금도 쉬지 않는, 즉 살아 있는 것은 동(動)을 그 본질(本質)로 한다. 그런데 죽은 것은 완전히 경직(硬直)된 상태를 띄고 조금도 굴신(屈伸)하는 일이 없는, 절대(絶對)의 정(靜)을 본질(本質)로 한다. 이 동(動)과 정(靜)의 차이는 생기의 유무에 관계된다. 그러므로 움직이는 것에는 생기가 있고, 조용한 것에는 생기가 없다. 동(動)과 곡(曲)의 활동하는 용을 생룡이라 하고 정(靜), 직(直)의 변화가 없는 용을 사용(死龍)이라 한다. 이런 풍수적 맥락에서 보면 문수산에서 출맥(出脈)한 지용(枝龍)이 위이(逶迤)와 기복(起伏), 과협(過峽), 개장(開場), 천심(穿心)을 하면서 여러 개의 봉우리를 일으키고 필암서원의 주산인 삼각봉에 이른다. 그 행룡하는 모습은 북서방에서 남동방으로 수많은 변화를 일으켜며 달리는 모습에서 힘이 넘치는 생룡이다. 서원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삼각봉에서 동남쪽으로 출맥한 지맥의 끝, 평지에 입지하고 있다. 이 서원의 현무에 해당하는 뒷산이 낮고 좌우의 청룡, 백호사가 높아서 뒤가 상대적으로 허(虛)한 공간이 된다. 혈은 산의 꽃이며 주인으로 주변 지형을 아우르는 높이를 가져야 하는데 좌우의 산이 높아 주인이 산형의 중심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의자는 등받이가 높고 좌우의 팔걸이는 낮아야 그곳에 앉아있는 주인이 편안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러한 지형적인 특징은 산도에서 엿볼 수 있다. 산도는 필암의 후산의 경우 좌우 산이 높고 후산이 낮은 지형적 특징을 여과 없이 그리고 있다.
필암서원(筆巖書院)은 위계상우동사 중심(位階上佑東祠 中心)의 서원으로 우동사가 산형 공간의 중심성을 가져야 하고 혈처에 위치해야 한다. 하지만 서원의 혈 자리는 경장각으로 판단된다. 서원으로 들어오는 입수맥(入首脈)이 경장각을 향하고 있다. 즉 배치공간의 중심성은 우동사에 두고 맥세의 중심성은 경장각에 두는 배치이다. 이것은 당시 서원을 축조했던 사람들이 경장각을 존숭했던 증거로 이 두 곳을 배려하여 배치한 것이다. 그리고 입수 맥을 살펴보면 입수 맥에서 경장각에 이르는 공간을 비워두어 바로 보이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서원 진입 동선에서 보면 청절당의 좌측 협문(夾門)을 통해 들어서면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경장각이다. 경장각은 인종이 하사한 묵죽도(墨竹圖)를 보관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경장각은 임금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중심성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경장각의 상징성은 서원의 권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2) 장풍법
필암서원의 혈처(穴處)는 경장각 공간이다. 풍수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는 혈처는 주산의 정기를 받아 그 기를 모아 놓은 곳이다. 주산의 정기가 내룡을 타고 내려와 응결된 곳이 혈이기 때문에 주산은 곧 혈처의 부모에 해당한다. 풍수에서는 주산의 형상과 주변 사격이 만든 공간이 주산의 특징과 부합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풍수는 주산의 형상을 먼저 살피고 그 과실인 혈은 차후에 살핀다. 이러한 주산의 중요성 때문에 주산을 분류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를 풍수 고전에서는 제시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구성과 오행에 의한 분류이다. 당대 양균송에 의해 발간된 것으로 추정되는 『감용경(撼龍經)』에서는 천문 구성이 상징하는 형상과 산의 형상을 빗대어 구성으로 논한 반면에, 명대 서선계·서선술에 의해 발간된 종합 풍수 이론서 『지리인자수지(地理人子須知)』와 청대의 학자 심호에 의해 저술된 『지학(地學)』은 구성을 종합한 오행으로 분류하였다. 그러므로 본 논문에서도 오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오성은 별자리와 방위성 그리고 일정한 형상하는데 그 형상은 오성에 갖는 성정에 따라 구분된다. 『지리인자수지(地理人子須知)』에서는 오행이 독자적인 형상을 강조하고 있다. 필암서원의 주산은 사진과 같이 오성으로 보면 김성체(金星體)의 형상을 하고 있다. 『지리인자수지』에서는 오성을 ‘관성(官星)이니, 주(主)는 문장(文章)이 현달(顯達)하고 충정(忠正)하며 정연(貞然)하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즉 금성이 갖는 관성과 문장 현달, 충정은 필암서원의 설립배경 및 취지와 부합하고 있다. 또한, 조선 시대 대표적 성리학자인 김인후의 충절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호순신의 『지리신법(地理新法)』에서 구성을 논하는데, 여기에서 구성은 물의 방위와 혈처가 갖는 방위를 구성으로 논한 그것으로 형상에 따른 구성과는 일정한 차이를 보고 있다. 금성에 해당하는 무곡에 대해‘무곡(武曲)은 부(富)를 주관하며 왕기(旺氣)를 얻어 성(盛)하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무곡은 금성체로서 관성(官星)을 가지기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성질은 경제적인 풍족함을 상징한다고 본다.
필암서원에서 안산(案山)은 그림과 같이 목성체(木星體)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구성으로는 탐이랑 성이라 한다. 『지리인자수지』에서는 ‘문성(文星)이니 문장을 주관하고, 과명(科名), 성예(聲譽)의 귀현(貴顯)이 있다.’고 하였다. 『지리신법』에서는 목성인 탐랑성은 ‘총명, 문필, 인구(聰明, 文筆, 人口) 벼슬에 관한 일을 주재한다.’고 하였다. 당시 서원이 추구하는 성격과 안산의 성격이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풍수에서는 산의 형상(形象)과 성격이 혈처(穴處)에 영향을 미친다고 앞에서 언급하였다. 그러므로 혈처(穴處)의 기운(氣運)은 주산을 통해서 오고 안산을 통해서 혈이 지향(指向)하는 바를 표명(表明)한다. 즉, 무곡은 금성체로 부를 주관하고 무곡의 주산은 혈처에 입지한 서원의 성질을 주관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서원은 운영을 위해 경제적 재원이 필요하다. 향사(享祀)에 필요한 재원(財源)과 원생 및 노비들의 의식주(衣食住)해결을 위한 경제적 기반은 서원운영의 필수적 요소라고 본다. 풍수적 관점에서는 주변의 산세도 중요하지만, 명당공간의 크기도 중요하다. 그래서 안산을 기준으로 하는 내외 명당은 필암서원의 운영을 위한 중요한 경제적 기반이 된다. 풍수에서는 양택(陽宅)도 음택(陰宅)과 마찬가지로 장풍(藏風)을 명당공간을 구성하는 필수요소로 보고 있다. 그리고 장풍이 되는 곳에 生氣가 머무르게 되는데 이곳을 찾는 것이 풍수의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생기는 바람에 쉽게 흩어진다. 『금낭경(錦囊經)』에서 기(氣) 즉 생기는 바람을 만나면 흩어지고 물을 만나면 멈춘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글은 사격(砂格)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인데 사격(砂格)이란, 혈의 전후좌우(前後左右)의 산을 말하는 것으로 주산(主山), 조산(祖山), 안산(案山), 조산(朝山), 청용(靑龍), 백호(白虎) 등에 의해 만들어진 지형 공간을 의미한다. 필암리의 필암서원은 복설지 인 증산리로부터 약 500m 떨어진 곳으로 앞에서 언급했듯이 증산리로 흐르는 산맥에 있다. 따라서 두 서원은 명당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필암리의 필암서원은 드넓은 내명당을 가지고 있다. 내명당이 넓다는 것은 안산이 상당히 멀리 있다는 의미이고, 안산에 의한 장풍은 취약한 것이다. 그러나 필암서원은 넓은 명당공간을 이루고 있으나 전체적인 국세가 타원형의 원형적 공간으로 넓이보다 상대적으로 장풍 국면을 이룬다.
3) 득수법
『지리인자수지』를 보면 ‘수’는 음양가(陰陽家)에서 ‘산수(山水)’ 또는 ‘풍수(風水)’라 하고 수(水)가 차지하는 비중(比重)이 반(半) 이상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지리(地理)에서도 수가 가장 중요한 것인데 사과(四科)의 끝에 위치하여 수가 용혈(龍穴)보다 가벼운 것처럼 취급(取扱)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위의 글은 풍수라는 말에서 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금낭경(錦囊經)』에서는 “풍수의 법은 득수가 먼저이고 장풍은 그 다음”이라고 하였으며, 『설심부(雪心賦)』에는 “모든 산이 멈춘 곳에 진정한 혈이 있고 모든 물이 모여드는 곳이 명당”이라 하였다. 이 문장들 또한, 물을 중요시하고 있다. 산과 물이 모여드는 곳은 사람이 모여 살기 좋은 곳이 되기 때문에 큰 고을이 생길 수 있는 조건을 충족(充足)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산이 갖은 경제력과 물이 같은 경제력을 갖춘 장소가 된다는 것이다. 전통사회에서 산과 물의 조화는 작물경작지(作物耕作地)의 확보(確保)라는 측면(側面)과 아울러 의식주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택리지』 「복거총론(卜居總論)」에서는 “무릇 물이 없는 곳은 사람이 살 그곳이 못 된다. 산에는 반드시 물이 있어야 한다. 물과 짝한 다음에야 바야흐로 생성하는 묘(妙)함을 다할 수 있다.”고 하여 물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리인자수지』에서는 산을 보지 말고 먼저 수를 보라고 언급하면서 물흐름을 형상에 따라 금‧목‧수‧화‧토의 다섯 가지 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금성수(金星水)는 혈을 둥그렇게 안고 나가는 형상으로 극길한 것이다. 목성수(木星水)는 물이 혈 앞을 횡으로 곧게 지나가거나 혈을 직충(直沖)하면서 나가는 형상으로 대흉(大凶)하다. 수성수(水星水)는 물이 혈 앞으로 지(之), 현자(玄字)로 구불구불 하게 흘러들어 오면서 환포(環抱)하며 나가는 형상으로 최길하다. 화성수(火星水)는 물이 뾰쪽하게 감싸고 나가는 형상으로 극흉(極凶)하다. 토성수(土星水)는 물이 각지게 환포(環抱)하고 나가는 형상으로 반길(半吉)이다. 이러한 수형(水形)의 특징은 물이 둥그렇게 환포하는 형상이면 길한 수이고, 반배(反背)하거나 충(沖)하는 형상이면 흉수(凶水)인 두 가지로 대별된다.
필암서원 앞의 물길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서원 바로 앞을 우에서 좌로 흐르는 도랑물이고 다른 하나는 서원 앞 들판을 우에서 좌로 가로지르며 흐르는 취암천 이다. 서원 앞 약 30m 거리에서 약 1m 폭으로 흐르는 도랑물은 서원 축조 당시에도 있었던 개천(開川)으로 유식(遊息)하면서 즐기는 경관요소적 기능(景觀要素的 機能)과 서원에서 생활하는 유생과 마을의 주민들에게 목욕용수, 세탁용수, 가축의 음수, 마을 앞 전답에 필요한 농업용수 등 필수적인 생활용수 공급처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서원 앞을 환포하듯 흐르면서 서원의 기를 보호하는 보호사(保護砂)의 역할도 하고 있다.
서원 250m 앞을 흐르는 취암천의 현재 모습은 서원을 반배하는 형상으로 흉격(凶格)을 하고 있다. 이것은 1960년대 초 박정희 정권에서 전국의 하천을 상대로 직강공사(直江工事)를 하면서 물길을 바꿔 대서 기인한 것이다. 위의 고지도(古地圖)에서 보는 것처럼 옛 물길은 서원을 환포하고 나가는 금성수로 서원을 감싸 안고 돌아 나가는 매우 유정(有情)한 형상이다. 또한,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어 서원을 보호해야 하는 안산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안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때는 수로서 안산으로 삼을 수 있는데 서원 앞 취암천이 수주작(水朱雀)이 되어 생기를 취결(聚結)시키고 있다. ‘평양(平洋)에서는 득수(得水)을 중요시하는데 평양(平洋)은 넓어 호탕(浩蕩)하므로 풍취(風吹)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수가 감싸면 그 수가 외기(外氣)가 되므로 외기는 내기(內氣)를 취적(聚積)케 한다. 그런 곳에 살게 되면 복을 얻게 된다. 『설심부』에서도 평양은 득수(得水)가 먼저이다’고 하였다. 당시 필암서원을 축조했던 사람들은 서원앞 물길을 풍수적 요소로 중요시 하여 풍수적으로 합리적인 지형이 되도록 경영하였다고 판단된다.
4) 이기법
이기풍수론(理氣風水論)은 지형과 지질을 변화시키는 주체 즉 바람과 물의 양기를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에 입각(入閣)해 그들의 득수와 소수의 방위를 패철(佩鐵)로 판단하고, 그 땅이 가진 생기의 길흉을 판별한다. 나아가 혈장(穴場)에 미치는 양기의 순환 궤도상(循環 軌道上)에서 최적의 좌향을 놓는 풍수론이다.
(1) 지리신법 지리신법 이론의 전체적인 핵심은 ‘물은 각기 그 길방에서 흘러 들어와 흉방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지리신법은 입수용(入首龍)을 기준으로 좌향과 득수, 수구의 대오행과 포태법(胞胎法), 구성의 관계성을 따져 길흉을 살피는데, 최우선적으로 지리신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오행에 따라 사국으로 분류해야 한다. 먼저 서원의 입수용(入首龍)은 좌선자용(左旋子龍)으로 대오행으로 분류하면 수에 해당한다. 자는 포태법(胞胎法)으로는 제왕(帝旺)에 해당되고, 구성은 무곡(武曲)에 해당되어 길한용으로 분류된다. 좌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입수룡과 좌향을 대오행으로 살핀후 오행의 상생상극관계(相生相剋關係)를 따지는데,
“오행의 상생상극 관계상 내가 이기는 것(我克者)을 얻음이 으뜸이고, 내가 낳은 자손은 그 다음이고, 부모형제가 또 그 다음이고, 다만 나를 이기는 것(克我者)은 흉하다”고 했다.
이 논이를 근거(根據)로 좌향을 분석해 보면, 서원의 좌향은 자좌오향(子坐午向)이고 입수용(入首龍)은 좌선(左旋)으로 자용(子龍)이다. 먼저 좌향의 자(子)와 오(午)를 대오행(大五行)으로 살펴보면, 자는 수에 해당하고 오는 화에 해당한다. 따라서 입수룡 水(子龍)와 좌향의 수(자좌 子坐)는 같은 수로서 형제에 해당되고, 향(오향 午向)은 화로서 오향(午向)하여 내가 이기는 것(我克者)이 되어 길한 구성이다. 다음으로 수법(水法)을 적용하여 보면 입수룡은 좌선좌용(左旋左龍)이고 유득수(酉得水)에 손파(巽破)이다.
따라서 입수룡의 대오행은 수에 해당하므로 수국(水局)에서 찾아보면 유방(酉方)은 포태법으로는 목욕(沐浴)에 해당하고 구성은 문곡(文曲)에 해당된다. 손수구(巽水口)는 포태법으로는 묘(墓)에 해당하고 구성은 파군(破軍)에 해당한다. 따라서 “길한 방위에서 득수하고 흉한 방위로 흘러나가야 한다.”라는 지리신법의 주장에 부합하지 않고 있다.
(2) 통맥법 통맥법(通脈法)은 24방위를 쌍산오행(雙山五行)으로 12산씩 음양으로 나누는데, 음용(陰龍)은 건해(乾亥), 계축(癸丑), 갑묘(甲卯), 손사(巽巳), 정미(丁未), 경태(庚兌)이고 양용(陽龍)은 곤신(坤申), 신술(辛戌), 임자(壬子), 간인(艮寅), 을진병오(乙辰丙午)이다. 음룡은 음룡으로 행룡하고 양룡은 양룡으로 행룡하는 것을 ‘생용(生龍)’이라 하여 통맥이 되었다 하고, 음룡이 양룡으로 또는 양룡이 음룡으로 행룡하는 것을 ‘음양박잡(陰陽駁雜)’이라 하고 ‘사용(死龍)’ 또는 ‘절용(絶龍)’이라 한다. 좌선용(左旋龍)인 건해용(乾亥龍)이 좌선용(左旋龍)인 계축(癸丑)으로 행룡하는 것은 생룡이며 통맥이 되었다고 한다. 건해용(乾亥龍)은 계축(癸丑) 외에 갑묘(甲卯), 정미(丁未), 경태(庚兌)로 행용(行龍)할 경우 모두 생용이 된다. 또한, 행룡시 음룡이 양룡으로 바뀔 때 중간에 ‘음양합용(‘陰陽合龍)’이 있으면 사용(死龍)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좌선용(左旋龍)인 건해(乾亥)가 양용(陽龍)인 간인(艮寅)으로 행룡하면 사룡, 즉 絶龍이 되지만 건해(乾亥)→자계(子癸)→간인(艮寅)과 같이 중간에 음양합용(陰陽合龍)인 자계용(子癸龍)이 있을 때는 합법한 것으로 본다.
입수룡과 좌의 관계도 행룡과 이치가 같다. 계축 입수일 경우 좌선(左旋)인 건해(乾亥), 갑묘(甲卯), 손사(巽巳), 경유(庚酉)의 좌가 합법이 된다. 득, 파도 행룡과 이치가 같다. 통맥에서 재혈은 입향이 아닌 좌를 사용하는데, 특히 물에 의한 의수입향(依水立向)을 하지 않고 자연에 의하여 만들어진 천작좌법(天作坐法)을 사용한다. 혈장의 잉(孕)에서 좌, 우 분지가 있으면 분지(分枝)를 측정하여 내각이 120도가 되면 그 중간을 좌향으로 삼는 것이다. 그림에서 계축분지(癸丑分枝)와 경유분지(庚酉分枝)의 내각은 120도가 되며 그 중간을 좌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만약 지각이 없다면 후장(後長)을 살펴서 좌향을 결정하며, 파인 물에 의해서 향을 결정하지 않는다.
통맥풍수법은 형세론에 중점을 두고 음양오행의 개념을 실제에 적용하는 방법으로 선천팔괘(先天八卦)와 후천팔괘(後天八卦)를 접목하여 자연의 산천을 음양으로 양분하여 자연의 이치를 파악하고 적용하는 학문이다.
통맥법은 산천의 기운이 통하는지 아니면 통하지 않는지를 알 수 있는 학문(學文)으로 바로 용의 생사를 알 수 있는 학문이다. 용의 생사를 알아야 입수의 생사와 혈장(穴場)의 생사를 알 수 있다. 또 혈장의 생사를 알면 재혈(栽穴)을 바로 할 수 있으므로 바로 좌향의 생사를 알 수 있다. 또한, 좌향의 생사를 알아야 물의 득파(得破)도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통맥법이다. 그러므로 풍수지리의 핵심인 혈구(穴口)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용의 생사를 알아야 한다. 용의 생사를 알아야 혈의 생사도 알 수 있고, 혈의 생사를 알아야만 혈구자리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
통맥법으로 용을 측정할 때는 나경4층(地盤定針)을 사용하고, 주산 또는 소조산에서 혈장까지의 내용(內龍)을 측정하여 용의 생사를 판단한다. 내용(內龍)과 혈장(穴場)의 생사를 알아보기 위해 통맥법으로 내룡을 측정하니 삼각봉에서 신술용(辛戌龍)→ 해임용(亥壬龍)→ 임자용(壬子龍)→ 술건용(戌乾龍)→ 임자용(壬子龍)으로 입수하였다. 즉 우선(양용) → 음양합용→ 우선(양용) → 음양합용→ 우선(양용)으로 입수하였으므로 내룡은 합법용(合法龍)으로 행룡한 생룡이다. 주산에서 혈장까지 통맥이 잘 이루어진 것이다.
형세를 살펴보면 서원은 기맥의 끝 평지에 위치하여 택지로서 생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입지이고, 내용호(內龍虎)와 현무봉은 금성체로 부봉사(富峰砂) 이면서 서원을 다정하게 포옹하는듯한 형세를 취하고 있으며, 서원 앞 두 개의 물길은 서원을 환포(環抱)하며 흐르는데, 인자수지에서 ‘물이 안아주고 산이 돌아주면 반드시 기가 모인다’고 하였다. 따라서 현재의 필암서원은 형세적으로도 길지로 판단된다.
박정해는 그의 논문에서 대부분 서원이 향법론(向法論)에 의지하는 좌향 결정보다는 지세형(地勢形)에 따른 좌향을 선택(選擇)하였다고 보았다. 즉, 입수룡에 순응하는 좌향선택법(坐向選擇法)을 주산순응형(主山順應形)으로, 향을 안산(案山) 방향으로 정(定)하는 안산중시형(案山重視形), 그리고 주‧안산 혼합형(主‧案山 混合形)으로 구분하였다. 이 중 주산순응형(主山順應形)이 가장 일반적이고 흔한 좌향 선택이었다. 필암서원 또한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넓은 들을 바라보는 주산 순응형 좌향을 선택하였다고 여겨진다. 그런데도 통맥법의 좌향 선택법과 일치한다. 通脈法에서는 坐向 選擇法으로 龍入首가 左旋龍이면 左旋坐로 右旋龍이면 右旋坐를 選擇하고, 入首龍 方向대로 向을 定하는 坐入首法을 따른다. 이는 자연이 연출해 놓은 길지(吉地)는 인간이 만든 어떠한 술법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5) 형국론
『장경(藏經)』에서 “땅이 형체를 이루어 기가 돌아다녀야 만물이 그로 인하여 生을 얻는다.”하였고, 『설심부(雪心賦)』에서는 “물체의 유형으로 추측하고, 혈은 형체에 연유해서 취한다.”고 하였다.
형국론(形局論)은 우주만물만상(宇宙萬物萬象)이 유리유기(有理有氣)하며 유형유상(有形有像)하기 때문에 외형 물체(外形 物體)에는 그 형상에 상응한 기상(氣象)과 기운(氣運)이 내재해 있다고 보는 관념을 원리로 삼는다. 그렇다고 대체적인 윤곽만으로 단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 형국론이다. 『설심부(雪心賦)』에서도 이것을 경계하여 “범과 사자는 서로 비슷하고 기러기와 봉황은 함께 다르지 않다. 하나라도 혹 작은 차이가 있다면 사슴이라고 가리킨 것이 마(馬)가 되고, 혼연(渾然)하여 분별치 못하면 지렁이라고 인정한 것이 뱀이 되리라.”(虎與獅猊相似 雁與鳳凰 一或少差 渾然無別 認蚓爲蛇.)고 지적하였다.
형국론은 물형론(物形論)이라고도 하는데, 형국론에서는 혈이 무슨 모습인가에 따라 그에 걸 맞는 안산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의용경(疑龍經)』에서 “뱀 형국에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짝이 있으며, 호랑이 형국에도 역시 상응하는 짝이 있지 홀로 있는 예는 없다. 큰 골짜기에서는 뱀 형국을 찾으려 말라. 높은 산에서 작은 가지 산줄기가 비스듬히 흘러나온다면 모르되, 만약 이것이 진짜 뱀 형국이 되려면 그 앞에 안산으로서 쥐나 개구리와 같은 모양의 산이 있어야 한다. 만약 쥐나 개구리와 같은 안산이 없으면 이것은 단지 거짓 혈일 뿐이다.”라고 하였다. 필암서원의 형국은 대부분 학자가 ‘난봉함서형(丹鳳含書形)’이라고 하는데 안산의 형국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난봉함서형(丹鳳含書形)’‘이 되려면 책 모양의 안산이 있어야 하는데, 필암서원의 안산은 목형으로 단종함 서형에서 원하는 지형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갈형(喝形)은 풍수적 원칙론(風水的 原則論)을 표방하기보다는 대학자인 김인후(金麟厚)의 이미지를 고려한 命名으로 이해된다. 현지 지역민들은 필암서원의 형국을 ‘맹호출임형(猛虎出林形)’으로 부르고 있다. 필암의 산세와 결합하여 호랑이가 개를 몰고 있는 형국을 만든다. 필암서원 뒷산을 호랑이 모양으로 보고 안산의 개와 짝을 이루어 물형을 완성하였다.
위의 분석을 통해서 보면 ‘난봉함서형(丹鳳含書形)’은 필암서원의 권위를 나타내고자 하는 상징적(象徵的)인 면이 강하고, ‘맹호출임형(猛虎出林形)’은 立地形局에 충실한 原則論的인 이름이다. 장정태 삼국유사문화원장(철학박사. 한국불교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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