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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업이 생존 걱정할때 네슬레는 오히려 강해졌다

ngo2002 2009. 10. 20. 10:42

 

변화와 성장…과감한 포기ㆍ집중으로 사업구조 바꿔

현지화 올인…컨슈머 인사이트 담당자 따로 둘 정도

제10회 세계지식포럼 10월 13~15일 서울 쉐라톤워커힐

One Asia, New Economic Order &Recovery

◆제10회 세계지식포럼 / Speaker`s Insight ② 페터 브라베크 네슬레 회장◆

`전년 대비 매출 2.2% 증가, 순익 69% 급증.` 세계 최대 식료품 기업이자 위기에 강한 기업 네슬레가 지난해 거둔 성적표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 위기로 전 세계 대다수 기업이 생존을 걱정하고 있지만 네슬레는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다. 네슬레는 어떻게 이처럼 위기에 강한 기업이 됐을까. 네슬레 성공 스토리와 위기를 승리로 탈바꿈시키는 경영 노하우를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1997년 네슬레 CEO 자리에 올라 10년 이상 성공 신화를 써온 페터 브라베크 레트마테 회장이 제10회 세계지식포럼(10월 13~15일)에 참석해 한국 청중을 만난다. 평사원에서 출발해 마케팅ㆍ세일즈 등 현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뒤 네슬레 최고직에 오른 브라베크 회장은 포럼 현장에서 네슬레의 위기 극복 DNA에 대해 강연하는 한편 위기 이후 더 강한 기업이 되는 경영 비법을 전수할 예정이다.

변화ㆍ성장 전략 통해 위기에 강해진 네슬레 = 브라베크 회장이 CEO로 취임한 후 지난 12년간 네슬레 매출액은 44% 이상 늘어났다. 세전 순이익률도 3.7%포인트 증가했다. 네슬레의 성장을 이끈 브라베크 회장이 내세운 화두는 바로 `변화`와 `성장`이었다. 1990년대 말 브라베크 회장이 네슬레 CEO 자리에 올랐을 때 식품산업은 미래 성장성이 둔화되는 사양산업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는 사업에 변화를 주면서 적극적인 성장 전략을 펼쳐 경쟁사들을 앞질렀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정체 조짐을 보이는 사업 분야는 과감하게 포기하고 성장 분야에 적극 투자했다. 성장이 멈춘 핀더스 냉동식품과 힐스브러더스커피를 매각하는 대신 좀 더 확실한 성장 분야인 생수와 애완동물 사료에 대한 투자를 감행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브라베크 회장은 단순한 식품기업이던 네슬레를 연구개발(R&D)을 기초로 하는 영양ㆍ건강ㆍ웰빙 회사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화 과정에서 굵직한 인수ㆍ합병(M&A)도 많이 성사시켰다. 미국 애완동물 사료 기업인 랠스턴퓨리나를 110억달러에 인수했고 2006~2007년 제약사 노바티스에서 병원 영양식 부문인 `메디컬 뉴트리션`과 영유아식품 브랜드 `거버`를 사들였다. 브라베크 회장은 또 `성장을 멈추면 쇠퇴하게 된다`는 말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항상 강조한다. 이처럼 네슬레 경영철학으로 자리 잡은 변화 및 성장 전략과 관련해 그는 "내가 하는 일은 100m를 10초에 주파하는 육상선수를 9.8초 속도로 달리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해외 매출 비중 98%=현지화 가장 중요시 =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커피 네스카페, 유아식 거버, 아이스크림 하겐다즈, 생수 페리에 등은 모두 네슬레 제품이다. 이 밖에도 네슬레는 무려 6000여 종의 브랜드를 가지고 전 세계 시장에서 매일 10억개 이상 제품을 판매한다. 해외 시장 매출 비중이 총매출에서 98%를 차지할 정도로 네슬레에 해외 시장은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네슬레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현지화다. 최적의 현지화 전략을 펴기 위해 네슬레는 현지 조달을 강조한다. 현지 조달을 통해 운송비ㆍ수입관세 등을 줄이고 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신흥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현지화에 성공하려면 개별 소비자에 대한 깊은 이해가 꼭 필요하다. 네슬레는 마케팅 파트에 `컨슈머 인사이트` 담당자를 따로 두고 있다. 이 담당자는 업무의 일부로 며칠간 타깃이 되는 고객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생활방식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들 요구에 맞는 제품 공급 전략을 수립한다. 브라베크 회장은 네슬레의 글로벌 조직망을 효율적인 네트워크로 묶는 작업에도 힘을 쏟았다. 네슬레는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성장한 기업으로 현장영업 등에 강하다. 그러나 사업 부문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만큼 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전사적인 자원관리, 원료 통합구매, 비즈니스 통합 면에서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라베크 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에 흩어져 있는 네슬레 법인과 본사를 효과적으로 묶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 같은 노력을 두고 모건스탠리의 한 애널리스트는 "브라베크 회장은 수많은 조그만 회사 모임이던 네슬레를 하나의 단일한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 he is 페터 브라베크 레트마테 네슬레 회장은 한우물만 파서 성공한 특이한 경력을 가진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1968년 네슬레에 합류한 브라베크 회장은 30년 넘게 네슬레와 연을 맺어온 네슬레맨이다. 1970년부터는 남미지역에서 세일즈 매니저ㆍ마케팅 디렉터 등으로 일하며 시장 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현장감각을 키웠다. 브라베크 회장이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법인 CEO로 근무할 때 불어닥친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경제위기 때는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회사 성장을 이끌었다. 브라베크 회장은 1997년부터 본사 CEO 위치에 올라 네슬레의 성장을 주도했다. [박봉권 기자 / 김규식 기자 / 이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