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희 입력 2020.09.04. 05:06 댓글 132개
자동요약
삼성전자는 요즘 TSMC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쟁'을 벌이고 있다.지난해 4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목표로 내걸면서 경쟁이 격화됐다.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으려면 대규모 투자로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이런 결정은 총수인 이 부회장만 가능하다"면서 "사법 리스크로 결정이 늦어지면 경쟁사만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점유율 TSMC 50% > 삼성 10% 후반
이재용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
'고객사와의 경쟁 금지'로 신뢰 확보 중요
최첨단 공정은 큰 차이 안나 역전 가능성
삼성 "年 13조 투자".. TSMC보다 적어
[서울신문]
삼성전자는 요즘 TSMC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목표로 내걸면서 경쟁이 격화됐다. 시스템 반도체에서 1위가 되려면 파운드리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생산시설이 없는 ‘펩리스 업체’가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해 오면 파운드리 업체가 이를 생산해 내는 구조인데 삼성은 아직 도전자 입장이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0% 후반대 점유율로 2위에 머문 반면 대만의 TSMC가 약 50%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다. 메모리 반도체보다 시장 규모가 2배나 큰 시스템 반도체는 삼성으로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TSMC와의 좁혀지지 않는 ‘30%의 벽’을 깨기 위해 이 부회장이 향후 10년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 세 가지를 3일 꼽아 봤다.
①고객사와의 경쟁 금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아킬레스건은 ‘큰손’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펩리스 업체 ‘톱5’가 모두 TSMC의 단골이다. 펩리스 업체 입장에서는 반도체의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에 위탁을 맡기는 것은 적에게 기술력을 낱낱이 공개하는 꼴이라고 여길 수 있다. 더군다나 애플 같은 기업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데 경쟁사에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생산을 선뜻 맡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파운드리 사업만 하고 있는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30여년간 신뢰 관계를 쌓았다.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부가 별도 법인으로 나와야 TSMC를 뛰어넘을 수 있단 지적이 꾸준한 것도 이 때문이다.
②파운드리 기술 초격차 삼성전자가 ‘TSMC 단골’의 마음을 돌리려면 압도적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공정에서 TSMC를 많이 따라잡은 상태다. 현재 7나노미터 이하 반도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나노 수가 작을수록 반도체 크기가 줄어들고 성능과 전력 효율은 향상된다. 이런 기술력을 앞세워 삼성전자는 엔디비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인 ‘지포스 RTX30’와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인 ‘파워10’을 수주했다. 지난 2월에는 퀄컴의 차세대 이동통신 모뎀칩인 ‘X60’의 생산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하지만 TSMC는 최근 2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공장의 건설 계획을 밝히며 한 발짝 다시 앞서갔다. 삼성전자는 2나노에 대해선 아직 밝힌 적이 없다. 파운드리에서도 기술 초격차를 일궈야지만 역전의 기회가 생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③머니게임에서 승리 TSMC는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 이사회를 열고 약 6조원 규모의 투자를 승인했다. 올해 투자 지출 목표는 총 20조원이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에 5나노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또한 임직원이 5만 1000여명인 TSMC는 올해 안에 8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막대한 자금을 반도체에 투입하지만 메모리 쪽 비중이 더 큰 게 현실이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에 10년간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것은 연간 13조원으로 TSMC보다 적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으려면 대규모 투자로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이런 결정은 총수인 이 부회장만 가능하다”면서 “사법 리스크로 결정이 늦어지면 경쟁사만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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