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비 기자 입력 2020.09.03. 06:03 댓글 12개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면서 증권사의 신용공여가 증권사를 비롯해 금융당국과 투자자 사이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증권사는 그동안 연 10% 안팎의 높은 이자를 받으며 ‘고금리 장사’를 해왔는데, 시장의 관심이 쏠리자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 융자는 이달 1일 기준 16조272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연초 대비 배가 넘는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신용융자는 증권사가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에게 주식을 담보로 단기간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각종 규제로 부동산에 투자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증시가 지난 3~4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폭락 장에서 회복되자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서라도 주식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융자가 크게 늘자 당국도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에 참여한 5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대신증권) 사장에게 신용융자 금리를 인하하라는 뜻을 내비쳤다. 증권사의 신용융자 금리는 최저구간(1~7일 이용 기준) 평균이 5.64%로 은행보다 2배가량 높다. 이용 기간에 따라 이자율은 최대 연 10~11%까지 올라간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인하된 3월 16일 이후 신용융자 이자율을 내린 증권사는 전체 28개사 중 5개사뿐이었다. 이전에도 금융위에서 증권사의 신용융자 금리 산정 방식을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했지만 증권사가 이를 크게 의식하지는 않은 모양새였다.
그러다 은 위원장이 나서자 증권업계가 움직이고 있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006800)는 오는 28일부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9%에서 8.5%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대신증권(003540)도 오는 10일부터 다이렉트 계좌 금리를 기존 10.5%에서 8.5%로 낮추기로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런 인하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은 이번 달 안으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신용융자 금리산정 논의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005940)·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를 필두로 신용융자 금리 인하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 위원장이 강하게 말한 만큼 증권사 입장에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시장 투자자가 신용융자 금리를 은행 신용 대출 금리와 직접 비교하고 있는데, 은행과 증권사는 재원과 이용자층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예대마진을 주 수익으로 삼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수신기능이 없어 자기자본에서 신용융자를 내주거나 한국증권금융에서 돈을 빌려와 신용융자를 제공한다. 이때 조달 금리가 2% 초반 수준이다. 증권사는 여기에 가산금리를 더해 고객에게 신용융자를 제공하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금리가 계속 낮아져 돈을 조달하는데 거의 비용이 들지 않고 주식이라는 확실한 담보가 있는데도 시장금리보다 최대 8%포인트(P) 이상 마진을 챙기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이미 ‘곳간’이 마른 증권사도 있다. 지난 1~2일 진행된 카카오게임즈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과 관련해서 개인 투자자들이 공모 주관사 3곳(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에 신용융자 대출을 받으려고 영업점을 방문했다가 다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세 곳 모두 신용공여 대출을 중단한 상태였기 때문이다.지난 1일에는 신한금융투자까지 신용공여 중단에 합류했다. 일반적으로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70% 안팎으로 신용공여 한도를 유지하는데 최근 개인 빚투가 늘면서 적정성을 지키기 어려워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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