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헌 입력 2020.06.24. 05:01 수정 2020.06.24. 07:10 댓글 27개
지난해 kWh당 생산단가는 156달러
블룸버그 "2024년엔 94달러 예상"
차·배터리 업계 협력 중요해져
정의선, 이재용·구광모 만난 이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테슬라 전용 급속충전소인 ‘수퍼차저’에서의 충전 모습. 전기차가 늘면서 ‘수퍼차저’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kWh(킬로와트시) 당 100달러.’
전기차용 배터리 업계에서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숫자다. 1kWh당 배터리팩 생산 단가가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전기차와 기존 엔진을 가진 내연차의 가격 경쟁력이 비슷해지는 ‘가격 등가(price parity) 시대’가 열린다는 게 중론이다.
가격 등가 시대가 열리면 전기차와 내연차의 구입비+유지비가 비슷해지면서 전기차와 내연차가 정부 보조금 없이도 같은 링에서 '진검 대결'을 벌이게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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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달러 배터리 시대 코앞에
23일 배터리ㆍ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100달러’ 시대는 이미 코 앞이다. 시장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1kWh당 생산 단가는 156달러였다. 2013년(1kWh당 663달러)와 비교하면 76.5%(507달러)가 내렸다. 해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배터리 1kWh당 생산 단가는 150달러 이하가 될 것으로 본다. 블룸버그 NEF는 “2024년 무렵에는 생산 단가가 94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시점이 더 빨라질 것이란 예측도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기술 혁신이 빨라지고 있고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전기차 제조 원가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2022~2023년에 내연기관과 유사한 수준까지 하락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주)LG 대표가 지난 22일 LG화학 배터리 사업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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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진 전기차 배터리 판, 4대 그룹 회동의 한 원인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4대 그룹 총수들의 잇단 배터리 관련 회동의 배경을 성큼 다가온 100달러 배터리 시대의 연장선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데 이어 22일에는 구광모 ㈜LG 대표를 만났다. 다음 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만날 예정이다. 삼성과 LG, SK그룹 모두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한다.
‘배터리 100달러 시대’가 도래할 경우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업체 간 제대로 된 결합 없이는 치열해진 시장에서 생존이 어렵다. 익명을 원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반도체보다 진입 장벽이 높지 않지만, 초기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며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이 열리기 전에 배터리 3사와 손을 잡은 건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배터리 공급 물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단 점도 현대차로선 배터리 업체와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공급선을 다져놔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납품 2~3년 전에 계약을 진행하는 선주문 방식이란 걸 고려하면 이번 배터리 회동을 일종의 윈-윈 모델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자체적인 배터리 생산에 돌입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우리도 20년 가까이 전기차용 배터리 관련 선행연구를 진행해 온 만큼 어느 정도 기술력은 쌓아왔다”며 “폴크스바겐 같은 유럽 완성차 기업들이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사활을 거는 것처럼 우리도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연도별 전기차 배터리 생산 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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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가격하락이 전기차 대세론 뒷받침
배터리 가격이 내려가면서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대세가 될 것이란 데에는 이견이 적은 편이다. 실제 배터리값이 전기차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중형급(mid size) 전기차 기준으로 2015년 차량 1대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57%였으나 지난해에는 33%로 낮아졌다. 조동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배터리 분야 기술 혁신이 이어지면서 전기차 가격도 꾸준히 하락할 것”이라며 “특히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배터리 혁신에 따른 가격 하락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 단가 예측치. 2024년에는 1kWh당 94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료=블룸버그N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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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테슬라 등 배터리 성능향상에 박차
이런 가운데 글로벌 배터리 강자 중 하나인 중국 CATL의 쩡위췬 회장은 이달 초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16년간 200만 마일(322만㎞)을 주행할 수 있는 새로운 배터리를 생산할 준비를 끝냈다”고 말했다. 현재 전기차에 장착되는 배터리 수명은 6~8년으로, 이 기간 동안 15만 마일 정도(24만1400㎞)를 달릴 수 있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역시 올 하반기 누적 100만 마일(161만㎞)의 수명을 갖춘 배터리를 내놓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은 전기차로의 수요 이동이 이미 시작됐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친환경 선호현상 등에 힘입어 전기차 시장의 장기 성장 추세는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기헌ㆍ이수기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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