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 유한빛 기자 | 입력2020.06.17 15:00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율 인상과 주택담보대출 금지 등 법인의 부동산 투기를 막는 대책을 내놨다. 이미 부동산법인의 문제점이 숱하게 지적된 상황에서 나온 뒷북 규제지만, 집값 안정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17일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규제지역 확대 △부동산법인 규제 강화 △정비사업 규제 정비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그동안 부동산 규제의 허점 중 하나로 꼽혀온 법인을 활용한 주택 투자를 막는 방안들이 대거 포함됐다.
정부가 법인 명의 부동산 투자를 막기로 한 것은 이 제도가 그동안 실제 취지와 달리 대출 규제를 피하고 보유세 부담을 줄이면서 집을 여러 채 사는 방법으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법인 수는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과세를 강화한 2018년 9·13대책 이후 급증했다. 법인상호, 100만원 이상의 자본금, 주소지만 있으면 전자등기로도 간단히 설립할 수 있는 반면, 종부세 합산 배제나 취득세율 감면, 양도세 중과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은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설립된 부동산업종 법인은 1만4754개로, 1년 새 44% 증가했다. 올해 1~3월에만 6183개가 설립돼 지난해 같은 기간(3212개)의 두 배에 달한다.
개인들 사이에서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법인 투자법을 공부하는 모임이 만들어질 정도로 법인 설립 열풍이 불었다. 개인은 다주택자 양도세 최고세율이 68.2%에 달하지만, 법인세율은 기본 법인세율(10~25%)에 추가세율 10%가 부과되는데 그치기 때문이다. 결국 여러 채를 갭투자로 사들이는 부동산법인들이 집값을 자극한 결과로 이어졌다. 올 들어 집값이 크게 뛴 수원, 안산, 인천 등 수도권 도시들과 청주 등의 아파트 매매 동향을 보면 지난 2017년까지 1%에도 못 미치던 법인의 아파트 거래 비중이 올 들어 10% 전후로 급증했다. 서울 강남4구에서는 부동산법인의 갭투자 비중도 올해 1월 57.5%에서 지난 5월 72.7%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오는 18일부터 조정대상지역에서 새로 임대 등록하는 주택은 종부세 합산과세 대상이 된다. 6억원까지였던 종부세 과세표준 기본공제도 폐지된다. 2021년 과세분부터 법인이 보유한 주택의 종부세율이 개인보다 높아지고, 주택 양도 차익에 대한 추가세율도 현행 10%에서 20%로 높아진다. 이번 대책을 두고 전문가들은 뒷북 규제지만 집값을 안정시키는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부동산법인 거래를 하는 것은 대출 편의성보다는 세금 회피 목적이 크다"면서 "주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종부세율을 인상하는 등 세 부담을 늘리는 이번 대책이 법인의 부동산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은 주택담보대출보다는 갭투자로 여러 주택을 매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주주간 거래나 자금 출처 등 세무조사를 강화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그동안 부동산법인은 각종 세금 혜택을 받고 세 부과시 주택 수에서 제외되는 점 등으로 인기를 끌면서 갭투자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면서 "부동산법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실수요자는 보호하고 갭투자도 줄어드는 방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제는 세금 혜택이 다 없어진 셈이기 때문에 당장은 법인의 부동산 거래가 거의 멈출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법인으로 소유한 부동산이 실질적으로 (세제 혜택을 위한) 사원주택으로 사용되는지 등도 확인해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인 수요가 준다고 주택 가격 하락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담보대출을 통한 매매보다 갭투자 비중이 큰 부동산법인의 투자 특성상,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도 큰 타격을 줄 만한 정책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법인 투자의 이점이 거의 사라진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소 안정될 수는 있지만, 법인 투자 시장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집값 안정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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