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늙어가는 도시 서울 ②노포 100배 많은 日도시도 젊어지는데

ngo2002 2019. 4. 8. 10:27

노포 100배 많은 日도시도 젊어지는데…

日니혼바시 도심개발 사례

주변 노후 백화점 폐쇄되자
위기감 느낀 노포주인 동참
추락하던 전통상권 `날갯짓`

  • 정욱 기자
  • 입력 : 2019.04.04 17:50:53   수정 : 2019.04.04 19:42:44

◆ 늙어가는 도시 서울 ② ◆

오는 9월 개장하는 니혼바시의 `고레도무로마치테라스` 앞에는 노포 에비야미술점의 건물이 남아 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사진설명오는 9월 개장하는 니혼바시의 `고레도무로마치테라스` 앞에는 노포 에비야미술점의 건물이 남아 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개발이 이뤄지면 주변 전통시장과 전통가게는 망하게 되는 걸까. 그러나 이웃 나라 일본만 가봐도 개발과 전통시장·전통가게가 공생하며 `윈윈`하는 사례가 널려 있다. 도쿄역에서 북쪽으로 도보 10분 정도인 니혼바시무로마치 지역에서 오는 9월 개장을 앞두고 막판 공사가 진행 중인 `고레도무로마치테라스`가 대표적이다. 16세기 에도시대부터 도쿄 중심상업지구인 니혼바시의 재개발 사업인 `니혼바시 재생 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연면적 16만8000㎡에 총 29층짜리 대형 상업빌딩 한쪽에는 8층짜리 건물이 서 있다.

1층에 매장을 둔 골동품점인 에비야미술점이 소유한 건물로, 재개발 과정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덩그러니 남아 있다. 외견만을 보자면 개발사(미쓰이부동산)와 상당한 마찰을 겪고 앙금도 남아 있을 듯싶지만 미야케 마시히로 에비야미술점 사장은 "미쓰이부동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미야케 사장은 노포 에비야미술점의 9대 사장이다. 에비야미술점은 1863년께 교토에서 도쿄 니혼바시로 이전했고 관동대지진(1923년) 후 현재 터에 자리 잡았다. 그는 "부친이 직접 건물을 세우기 위해 고생한 경험을 너무 잘 알고 있어 개발 계획에는 도저히 참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야케 사장의 에비야미술점뿐이 아니었다. 일본 모든 도로의 출발점을 뜻하는 도로원표가 니혼바시에 위치하고 있을 정도로 이곳은 도쿄 역사를 품고 있는 지역이다. 이곳은 노포가 많은 전통시장 거리에 가깝기 때문에 상암 롯데몰 건립에 반대하는 상인들처럼 주변 개발에 대한 반대 의사가 강했다. 도쿄역 건너편인 오테마치 지역이 대기업이 보유한 택지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개발이 진행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그러나 무작정 개발에 반대한다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걸 전통시장 주인들도 잘 알고 있었다. 노포가 많아 그만큼 변화를 수용하는 데는 더뎠다. 시대와 함께 존재감도 약해지다 보니 퇴근 시간 이후가 되면 사람이 없는 휑한 거리가 되는 시간이 길어졌다. 전환점이 마련된 것은 1999년 이 지역에 위치해 있던 도큐백화점 니혼바시점 폐쇄다. 위기감에 재개발에 동의하는 사람이 늘었다.
  노포 주인들은 우리나라처럼 무작정 개발 자체에 반대하거나 보상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기보다 "계속 같이 장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개발사에 협조를 부탁했다. 시청 등 공공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처럼 확실한 대안도 없이 섣불리 민간의 이해관계에 끼어들어 개발을 돌연 중단시키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지켜봤다. 그렇게 시작된 개발사업이 현재는 니혼바시 일대를 도쿄를 대표하는 상업지구로 바꿨다. 2004년 고레도니혼바시가 완공된 후 니혼바시미쓰이타워(2005년), 고레도무로마치(2010년), 고레도무로마치 2·3호관(2014년)에 이어 올해 9월에는 고레도무로마치테라스가 문을 연다.일대 개발을 주도하는 미쓰이부동산도 지역 특성을 살리는 데 최대한 노력했다. `남기면서 살리고 또 창조한다`는 개발 캐치프레이즈답게 기존 노포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했다. 그 덕분에 이제는 평일 저녁은 물론 주말에도 이곳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이와 함께 쇼핑뿐 아니라 이 지역을 중심으로 바이오·제약 산업 교류 활성화를 위한 `링크J` 재단도 2016년 출범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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