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23)
- 질의 :유 모(26) 씨는 얼마 전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 통지를 받았다. 2013년부터 2017년 사이 유 씨의 은행 계좌에 있던 돈이 당시 유 씨의 나이나 소득으로 보아 과도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당시 유 씨는 대학생이었고 별다른 소득이 없었기에 국세청은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 씨는 자신의 통장에 있는 돈이 사실은 모두 부모님의 돈이라고 소명할 생각이다. 그렇다면 증여세를 피해갈 수 있을까?
- 응답 :국세청에서는 예금 잔고 등이 직업, 나이, 소득 등으로 볼 때 과도하다고 판단할 경우 세무조사를 통해 이를 점검하게 된다. 만일 소득이 있었는데 신고를 안 했다면 누락된 소득세가 추징되지만, 부모에게 증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증여세가 추징된다.
자녀 계좌로 입금한 즉시 ‘증여’로 간주
이처럼 부모가 증여할 의도 없이 그냥 자녀 계좌에 돈을 넣어두고 직접 관리를 한다면 증여가 아닐까. 그렇지 않다. 세법에서는 차명계좌 사용을 근절하기 위해 자녀의 계좌에 부모 돈이 입금된 즉시 ‘증여’한 것으로 추정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국세청은 증여 의도를 따지지 않고 유 씨 계좌로 입금된 사실만으로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해 증여세와 가산세를 부과할 수 있는 것이다.
증여세 피하려면 명의만 빌린 ‘차명계좌’ 입증해야
물론 부모가 유 씨의 명의만 빌린 이른바 ‘차명계좌’라면 아직 증여한 것은 아니므로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그러나 계좌 개설 경위, 자금 운용 및 관리 내용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세금 회피 목적 없이 단순히 명의만 빌린 차명계좌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사실 쉽지가 않다.
특히 유 씨가 차명계좌에서 일부 자금을 사용했거나 입출금을 하는 등 직접 관리한 내용이 있다면 사실상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
만일 유 씨가 부모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한 것이고, 지금이라도 다 돌려드릴 예정이라고 소명하더라도 인정받기 어렵다. 유 씨의 상황을 고려할 때 부모 돈으로 금융 투자를 한다는 것이 상식에 맞지 않고, 계약서나 이자를 주고받은 내용도 없어 신빙성이 낮기 때문이다.
차명계좌의 금융소득 99% 과세 대상
이게 끝이 아니다. 더 큰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금융실명법에 의하면 차명계좌에서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에 대해선 그 실소유자인 부모에게 금융소득의 99%(지방소득세 포함)를 과세하기 때문이다. 만일 유 씨의 차명계좌에서 5년간 7000만원의 이자·배당 소득이 있었다면 그중 99%인 6930만원(단, 원천징수세액 등 기납부세액은 제외)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추징당하게 된다.
물론 차명계좌에서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이 높지 않다면 추징되는 세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요량으로 차명계좌라고 주장했다가 오히려 더 큰 소득세가 추징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세청은 배우자나 자녀 명의의 차명계좌를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적발될 경우 증여세든, 소득세든 둘 중 하나로 결정된다. 분명한 것은 어떤 결과가 되더라도 거액의 세금이 추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는 차명계좌를 운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세무법인 다솔 WM센터 최용준 세무사 tax119@ms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