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전자제품, 왜 한국만 비쌀까?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입력 2018.09.05. 07
"韓 호갱 취급?" 할인해도 英보다 20만원 비싼 다이슨, AS도 불통.. 가격 차별 논란
TV·자동차, 국내 제품이 미국선 수백~수천만원 더 싸.."시장 지배력, 국민들 우롱"
"한국은 비싸야 잘 팔린다?"..성능보단 "얼마야?" 소비행태, 해외 마케터들 '주목'
"디지털·가전 관심 및 수요 높고, 얼리어답터 많아"..한국, 글로벌 테스트 마켓
똑똑한 소비 필요 "직구 활성화되면 기업들 정신차릴 것".."불매 운동도 한 방법"
■ 방송 : CBS라디오
■ 채널 : 표준 FM 98.1 (07:18~07:23)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김연지 기자의 <김연지의 IT 인사이트>
"세상은 당연히 변하지"가 아닌, 이제는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해야만 살아남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래서 마련했습니다. 매주 수요일 이 시간은 산업부 <김연지 기자의 IT 인사이트>로 꾸려지는데요, 트렌드를 읽고 미래를 설계하는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김연지 기자, 어서 오세요.
◆ 김연지 > 안녕하세요?!
◇ 임미현 >오늘은 어떤 뉴스를 가져오셨나요?
◆ 김연지 > 최근 다이슨이 별도 공지 없이 소모품 가격을 40%나 기습 인상하면서 한국 고객 '차별' 논란이 다시 뜨거워졌습니다. 다이슨은 한국에서 유독 더 비싸게 팔기로 유명하다고 하죠. 그런데 다이슨만 그런 게 아니라 TV나 스마트폰 같은 전자 기기들도 비슷하더라고요. 모두 똑같은 제품인데 왜 나라마다 가격이 다른지, 또 한국은 왜 유독 비싼지 알아봤습니다.
임미현 앵커께서는 워싱턴 특파원 하셨잖아요, 미국에서 더 싸다는 거 아셨겠어요?
◇ 임미현 > 사실 미국에선 얼마 안 해서 그런 명품 가전인지 몰랐거든요. 한국에선 얼마나 하나요?
◆ 김연지 > 제가 전수조사를 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일부 청소기 모델은 해외와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4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났습니다.
◇ 임미현 > 같은 사양인데요?
◆ 김연지 > 네 그렇습니다. 한국 소비자원 자료를 보면 V8애니멀 청소기는 국내에선 74만 3140원이지만 미국에선 59만 1314원이고요.
◇ 임미현 > 15만 원 정도..
◇ 임미현 > 20만 원 할인해도 더 우리가 비싼 거네요?
◆ 김연지 > 네 그렇죠. 근데 안방인 영국에서는 이보다 훨씬 싼 64만 원(449.99파운드)이더라구요. V10플러피도 국내는 94만 8000원이지만 일본에서는 약 65만 원입니다.
◇ 임미현 > 심하네요, 다이슨은 뭐라 그러나요?
◆ 김연지 > 우선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술 개발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하고요, "한국에 수입되는 다이슨 제품은 통관, 세금이 붙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다이슨만 그런 게 아닙니다. 애플 아이폰이 출시될 때마다 "한국인은 봉?"이라는 기사가 도배되는 걸 자주 보셨을 거에요.
◇ 임미현 > 특히 아이폰X 같은 경우는 많이 차이가 났다고 들었어요.
◆ 김연지 > 256기가 모델의 경우, 물론 통신사마다, 또 미국은 주마다 세금방식에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출시 당시 환율로 따지면 128만 원 정도, 여기에 10% 세금 붙어 대략 140만 원 선이었구요. 홍콩도 141만 원 정도, 일본도 출고가는 약 129만원이었고, 여기에 세금 8%가 더 붙습니다.
◇ 임미현 > 우리나라는?
◆ 김연지 > 163만 원에 책정됐습니다.
◇ 임미현 > 손바닥만 한 휴대전화 하나가 냉장고 가격에 버금가는 것도 놀라운데, 거기서도 가격 차별이 있네요. 우리가 유독 더 비싸고요.
◆ 김연지 > 네 또 근데 애플만 탓할 수도 없는 게, 사실 우리 노트북, 가전제품도 마찬가집니다. 미국에서는 더, 훨씬 쌉니다. 국내 가전 업계 1~2위를 다투는 회사들 있잖아요.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1000만 원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동차 같은 경우는 더 하죠. 같은 차인데도 미국이나 해외에서는 국내보다 몇천만 원이 더 쌉니다.
◇ 임미현 > 어떻게 이런 거에요? 한국인은 정말 봉인가요?
◇ 임미현 > 단순히 제품 가격만 가지고 차별이라보기엔 무리다?
◆ 김연지 > 그런데 전문가들 얘기는 다릅니다.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하는데요, 첫 번째는 "안정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한다"는 것이구요, 두 번째는 "우리나라에선 고가 마케팅이 통한다"는 겁니다.
국내에서 '휴대전화, 가전'하면 삼성, 엘지. 또 차하면 현대, 기아, 이런 인식이 있잖아요. 일종의 "대한민국 국민은 대한민국 제품을 사줘야 한다"는 그런 애국심(?)을 가진 소비자층도 두텁고, 이를 국내 기업들이 놓칠 리 없다는 겁니다. 오래 전부터 '애국마케팅'이란 용어가 그냥 나온 게 아니더라고요.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이 자국민들 등쳐서 부자 된다"는 식으로 화를 내기도 했는데요, 기업들이 얘기하는 세금이나 보증기간 이런 것들을 정작 비교해보면 국내 서비스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소비자들은 한국에서 현지 가격 외엔 설치, 보증 기간 등의 서비스까진 대놓고 비교가 어려운 거고요.
◇ 임미현 >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비싸게 팔면 잘 팔린다?
◆ 김연지 > 네 기업은 물건을 만들면 나라마다 현지 시장과 수요를 파악하고 이 물건이 잘 팔릴 수 있는 전략을 짭니다. 가격도 마찬가지고요. 각 국가 국민들의 수용성과 소득수준을 보고 책정을 합니다. 그래서 중저가 마케팅이 잘 통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우리나라는 고가 마케팅이 먹힌다는 건데요.
최재섭 국제유통학과 교수는 "지역이나 국가에 따라서 가격을 차별화하는 건 기업의 고유하면서도 오래된 마케팅 전략이고, 우리나라가 고가 마케팅이 통한다는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예를 들어, 국내에서도 와인을 저가로 충분히 좋게 살 수 있는데 고가 상품부터 팔린다고 하고요, 와인의 맛이나 특성보다는 "얼마짜리야?" 이렇게 질문하면서 그 가치를 판단한다는 거죠. 이처럼 국내 소비자 행동 특성이 다른 나라와는 많이 다르고, 이것을 마케터들도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최 교수는 또 "특히 우리나라는 제품을 빨리 경험하려는 '얼리어답터'들도 많고 디저털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는데요. 그만큼 가격을 높이 설정해도 "한국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얘깁니다.
◇ 임미현 > 그러고 보니 정말 스마트폰, 다들 비싸다면서 자주 바꾸지 않나요?
◆ 김연지 > 아니신 분들도 있겠지만, 애플은 매해 9월, 삼성과 엘지는 상반기 하반기에 계속 업그레이드된 스마트폰을 선보이죠. 가격도 100만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삽니다. 그만큼 유행에 민감하고, 얼리어답터들이 많은 거죠. 이는 고가 전략을 유지하는, 애플이나 다이슨 같은 글로벌 업체들도 우리 작은 한반도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게,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한다"고 본다는 건데요.
◇ 임미현 > 우리나라가 글로벌 업체의 테스트 마켓이다?
◆ 김연지 > 네, 다만 가격 협상에서 글로벌 업체의 입김이 무섭기는 합니다. 자급제 시장이 도입되긴 했지만 보통 국내에서 휴대폰 가격은 통신사와 협의를 통해 진행되는데요
업계 얘기를 들어보니, 휴대폰 가격은 제조사 권한이 80~90%, 통신사는 10~20%라고 말하더라고요. 삼성전자 같은 경우는 실제 인기도 많아서,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삼성 물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겁니다.
◇ 임미현 > 삼성이 가격을 정하면 반기를 들기 어렵다는 것?
◇ 임미현 > "우리가 너희 나라에 이 값에 팔 거니까 싫으면 말아" 이런 식인가요?
◆ 김연지 > 네 업계 얘기는 그렇습니다. 미국, 일본보다 20~30만원 넘게 비싸도 사는 사람은 산다는 거죠. 애플도 그걸 아니까 한국에선 가격을 내릴 마음도 없고요.
◇ 임미현 > 그러면 계속 이렇게 호갱이 될 수밖에 없는 건가요?
◆ 김연지 >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 소비자에게 달렸습니다. 실제로 다이슨이 저렇게 폭리를 취하니까 우리 소비자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가격 비교 사이트 에누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다이슨은 무선청소기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면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지만, 이번에 LG가 그 자리를 뺏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를 의식해선지, 여전히 비싸긴 하지만 20만 원 가량 뒤늦게, 할인에 들어가기도 했고요.
또 직구 많이 하잖아요. 아까 말씀드린 TV 같은 경우도 오히려 국내 제조사 제품이 미국에서 훨씬 싸게 팔리니까 국내 소비자들은 되려 역직구를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만약 국내 시장에서 안 사고, 해외 직구족이 늘다 보면, 우리 소비패턴도 변하는 걸 기업들이 직감할 거고, 국내 판매량을 늘리려면 거기에 맞춰 가격을 내린다든지 다른 혜택을 늘린다든지 그렇게 할 거라는 게 전문가들 얘깁니다.
또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도 중요한데요, 직구나 역직구가 더 용이해지도록 그런 장치를 마련하거나 물꼬를 터주면 가전, 소비재 물가가 상당히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애플이나 다이슨 같은 회사에 우리 국민이 더는 호갱이 되지도 않을 것이고요. 직구가 활성화되면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다양한 구조가 달라질 것이고, 기업들도 좀 더 소비자 친화적이 될 것이라는 거죠.
◇ 임미현 > 불매 운동 같은 것도 또 다른 방법이 되겠네요. 네 김 기자,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김연지 > 네, 감사합니다.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ancky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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