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후 대학 절반 사라질 수도" 폐교 도미노 시작되나
윤석만 입력 2018.08.25. 12:01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옛 대학구조개혁평가) 2주기 결과가 공개되면서 ‘폐교 도미노’가 현실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5년 1주기 평가 때는 최하위 등급 대학의 60%(4년제)가 문을 닫았다. 특히 향후 십 여 년 동안 학생 숫자가 급감하면서 2030년 이후 대학의 절반이 폐교할 것이라는 불안한 예측도 제기된다.
교육부가 23일 발표한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에 따르면 평가 대상 323개 대학 중 11개 대학이 최하 등급(재정지원제한대학 Ⅱ유형)을 받았다. 4년제 대학 6곳(경주대·부산장신대·신경대·제주국제대·한국국제대·한려대), 전문대 5곳(광양보건대·동부산대·서해대·영남외국어대·웅지세무대)이다. 이 대학들은 내년부터 정원을 30∼35%까지 줄여야 하고 정부 재정 지원도 전면 제한되기 때문에 사실상 폐교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시 교육부는 이 대학들에 대해 매년 재평가를 통해 교육 여건이 나아지면 압박을 풀어주려 했으나 개선책을 찾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정요구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거나 비리 등의 문제가 계속돼 폐쇄 명령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런 예측치를 토대로 지난 13일 교육부는 국회 보좌진 업무보고에서 3년 후엔 전국 38개 대학이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해 폐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학생 수 급감으로 사립대학들이 연쇄적으로 폐교해 교직원과 학생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학의 상당수는 학생 등록금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학생 충원율은 대학의 존폐와 직결돼 있다.
특히 저출산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재정이 열악한 지방 사립대 등을 중심으로 폐교 도미노가 예상된다. 올해 태어난 아이들이 고교를 졸업할 때쯤엔 대학의 절반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심각한 전망도 나온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7800명으로 전년보다 11.9%(4만8천500명) 줄었다. 지난 달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올해 신생아 숫자가 이보다 훨씬 줄어 32만 명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구학의 권위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한 아이들이 대학에 갈 때쯤 현재의 대학 진학률(68.9%)이 유지된다 해도 대학 입학자는 24만6000명 불과하다. 올해 출생자를 32만 명으로 가정하면 이들 중 대학 진학자는 22만 명이 조금 넘는다. 현재 대학 입학정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더욱이 대학 진학률은 2005년(82.1%)부터 지금까지 계속 줄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 진학률이 계속 떨어지면 미래의 대학 신입생은 훨씬 감소한다.
조영태 교수는 “단순히 계산해도 십 수 년 후엔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라며 “학생 수 급감은 이미 ‘정해진 미래’기 때문에 그에 맞는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특히 “시장에 맡겨 자연스럽게 대학이 줄도산 하도록 방치하거나 정부가 개입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방법 두 가지밖에 없다”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폐교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교육부는 2015년 1주기 평가를 통해 전체 대학의 85.4%(281곳)에서 2만 4000명의 정원을 줄였다. 그러나 이번 2주기 평가에서는 정원 감축 대상이 전체의 64%(116곳)로 줄고, 감축 숫자도 1만 명으로 감소했다. 대학들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대학 입장에선 학생 수가 줄면 재정에 당장 큰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정원 감축을 반대하고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터질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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