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도시도 인구 무너진다
입력 2018.08.10. 05:07
주변 인구 유입으로 버텼지만
일자리·주거·교육문제 등 겹쳐
인천 빼곤 5대 광역시 줄감소
"대도시마저 인구 줄면 지방 소멸
제2의 균형발전 정책 추진해야"
[한겨레]
지방 대도시의 인구가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의 6대 광역시 가운데 수도권인 인천을 제외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등 5개 지방 대도시의 인구가 줄어들었다. 낮은 출산율이 계속되는데다, 2013~2016년 일시 중단됐던 수도권 집중이 재개됐고, 지방 대도시들의 산업·주거 기능이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농어촌과 중소도시에 이어 지방 대도시의 인구까지 줄어든다면 지방 소멸의 파국을 피하기 어려워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9일 ‘국가통계포털’의 주민등록인구 통계를 보면, 2017년 6대 광역시 가운데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5개 지방 대도시의 인구가 전년보다 줄었다. 인구 감소 규모는 부산 2만7876명, 대구 9326명, 광주 5444명, 대전 1만2143명, 울산 7172명 등이었다. 오직 인천만 5473명이 늘어났다. 이것은 6대 광역시의 역대 최대 인구와 최근 인구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역대 최대 인구와 2018년 6월 인구를 비교하면 부산은 42만8천여명(11%), 대구는 5만9천여명(2.4%), 광주는 1만5천여명(1%), 대전은 3만7천여명(2.5%), 울산은 1만4천여명(1.2%) 줄어들었다. 인천은 2003년을 제외하면 1992년 이후 해마다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 대도시의 인구가 줄어드는 원인은 다양하다. 과거 대한민국의 공장이었던 영남권은 산업의 쇠퇴로 인한 대도시 인구 감소가 많았다. 부산은 7대 도시 중 가장 먼저 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1995년 388만3880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꾸준히 줄어 지난 6월엔 345만5611명으로 42만8천여명이나 줄었다. 전통적 제조업이 침체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든데다 집값은 주변 지역보다 높아 인구 감소로 이어졌다.
‘산업수도’로 불리는 울산도 비슷하다. 울산은 조선·해양 등 주력 산업이 침체하면서 2015년 117만3534명이던 인구가 2017년 116만5132명, 지난 6월 115만9594명으로 모두 1만4천여명이 줄었다. 이상찬 울산시 정책기획관은 “조선업이 침체하면서 인구 유출 속도가 빨라졌고 젊은층이 빠지면서 출산율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도 2003년 252만9544명으로 정점을 찍은 인구가 지난 6월 246만9617명으로 6만명 가까이 줄었다. 특히 최근 유출 인구 가운데 60%가량이 20~30대여서 해당 지방정부는 더욱 고민이 깊다.
대전은 세종시 건설로 인구 유출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전은 세종의 입주 초기인 2013년 153만281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6월 149만4878명으로 4만명 가까이 인구가 줄었다. 2012~2017년 세종에 유입된 17만7195명 가운데 7만2460명(40.9%)이 대전 인구였다. 깨끗한 새도시와 아파트, 좋은 교육 여건, 미래 투자 가치 등이 주요 이주 요인이었다. 류정해 대전시 인구정책 담당은 “현재의 급격한 인구 감소를 막으려면 젊은 세대의 정착을 위해 일자리, 주거, 교육, 의료, 쇼핑 등 생활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호남 제1도시 광주도 인구 150만명 문턱에서 계속 뒷걸음질하고 있다. 광주는 2014년 최대 인구인 147만5884명을 기록했으나, 2016년 146만9214명, 지난 6월엔 146만745명으로 내려앉아 조만간 146만명 선도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도시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경제 측면에서는 치명적이다. 인구 감소에 따라 생산과 소비가 줄어 경제 규모나 활력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인구가 줄면 생활에 필수적인 1인당 인프라(기반시설)의 건설·유지 비용도 더 커진다. 도시에 인구가 부족하면 더 많은 세금을 내고도 더 질이 낮은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도시의 형성과 발전에서 적절한 인구와 밀도는 근본 동력이다.
지방 대도시의 인구가 줄어드는 원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수도권으로의 유출이다. 2017년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이주한 인구는 8334명으로 전체 감소 인구 2만7876명의 30%에 이르는 규모였다. 대구의 인구도 2017년 9326명 줄었는데, 수도권으로의 유출 규모는 감소 인구의 85.2%인 7942명이었다. 울산 인구도 2017년에 7172명 줄었는데, 수도권으로의 유출 규모는 5144명으로 감소 인구의 71.7%였다. 광주도 마찬가지였다. 2017년 감소한 인구가 5444명이었는데, 수도권으로의 유출된 인구는 5184명으로 감소 인구의 95.2%에 이르렀다. 대전은 2017년 인구가 1만2143명 줄었는데, 세종시로의 유출이 1만7836명, 수도권으로의 유출이 3081명으로 감소 인구보다 더 많았다.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유입이 없었다면 대전의 인구 감소 규모는 더 커졌을 것이다.
지방 대도시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 정책이 극적인 효과를 발휘한 2013~2016년에도 계속됐다. 이 4년은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인구가 순이동한 시기였다. 그 전 60년 동안 대한민국의 인구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만 이동했다. 이 시기에 2013년 4384명, 2014년 2만1111명, 2015년 3만2364명, 2016년 863명 등 모두 5만7722명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순이동했다. 그러나 이 기간에도 대구 2만3208명, 부산 2만1323명, 광주 1만3582명, 울산 3774명, 대전 2767명 등 모두 6만4654명이 이들 대도시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됐다. 2017년엔 다시 지방 전체에서 수도권으로 1만6006명의 인구가 유출됐고, 지방 대도시에서 수도권으로의 유출 규모도 더 커졌다.
지방 대도시에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지방의 군(농산어촌)과 기초시(중소도시)의 인구가 이미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심각하다. 예를 들어 국내에 지방 77곳, 수도권 5곳 등 82곳의 군이 있다. 그런데 지방의 77개 군 가운데 2017년 56곳에서 인구가 줄었고, 인구가 늘어난 곳은 21곳뿐이었다. 반면 수도권의 군 5곳 가운데는 4곳의 인구가 늘었고, 1곳만 줄었다. 이런 흐름은 중소도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내의 75개 기초시 가운데 47개는 지방에, 28개는 수도권에 있다. 2017년 지방의 47개 기초시 가운데 29곳의 인구가 줄었고, 18곳의 인구가 늘었다. 반면 수도권 28개 기초시 가운데는 17곳의 인구가 늘었고, 11곳만 인구가 줄었다.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은 “과거엔 농산어촌이나 중소도시에서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로 인구가 분산 이동했다. 그러나 이제는 지방 대도시조차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인구의 대부분이 젊은층이라는 점이다. 농산어촌에서 시작된 지방 쇠퇴와 소멸이 중소도시를 거쳐 대도시로 확산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도시계획)는 “지방 인구의 수도권 이주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방 대도시는 지방을 살릴 마지막 보루다. 지방 대도시에서 인구를 유지해 주변 지역으로 파급시켜야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신동명 송인걸 김일우 김규원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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