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기자본에 판 깔아준 정부 ◆

주요 대기업들이 잇달아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략 대상이 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최근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간부들과 회의 도중 돌연 "관련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해당 금융회사(삼성생명)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직전까지 금융위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 문제는 국회에 관련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이라 우리가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던 것과 확연히 다른 입장이 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사퇴 이후 방향 전환을 위한 발언이라는 설부터 청와대 교감설까지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지만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은 삼성생명이 고객 돈을 이용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 것인데 삼성은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지분 매각을 사실상 촉구했다. 현 정부가 대기업을 압박하는 이유는 한국 재벌의 지배구조는 비정상적이며 이를 정상화시키지 않으면 차후 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는 시각에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법이 거칠고 그 속도도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 전직 경제 관료는 "예를 들어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주식시장에서 매각하는 문제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며 "해당 주식 매각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충격, 삼성생명의 보험 가입자들과 다른 보험사들에 미치는 영향 등 아주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천천히 이해당사자 의견을 종합해 접근해야 할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해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과 제대로 소통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간담회 형식을 빌린 일방적인 설명회가 전부"라며 "그마저도 구체적 사안에 대해선 명확한 지침을 내려주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현 정부 출범에 맞춰 소액주주의 권한을 늘리고 주주 자본주의를 확대하기 위한 각종 정책도 전방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의 일환이다. 문제는 국내 소액주주의 권리를 키우겠다는 일부 법안이나 정책이 거꾸로 외국계 투기자본에 손쉬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환위기를 거친 이후 2000년대 들어 정부는 대기업들에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라고 독려해왔다. 2007년에는 지주회사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부채비율 요건을 100%에서 200%로 확대했다. 하지만 현 정부와 여당은 부채비율 요건은 물론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다시 2007년 수준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두 개의 자회사가 손자회사를 공동 지배하는 것도 금지할 방침이다. 지주회사에 대한 정부 정책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시장을 공략 중인 엘리엇은 이 같은 지주회사와 순환출자 해소 문제를 자신들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지렛대`로 적극 이용하고 있다. 향후 지주회사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이 또 개정되면 그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가 기업들의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외국계 자본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합병과 분할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요구한 엘리엇은 앞서 삼성전자를 향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라고 요구한 전례가 있으며 이 같은 과정에서 배당금까지 두둑이 챙겨 갔다.
소액주주 권한 확대를 위한 집중투표제도 투기자본이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에 선임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소액주주가 지지하는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로 법무부 주도로 추진돼 왔다. 그렇지만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3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한 것에서 보듯 지분율이 낮은 외국계 투기자본이 경영권 공격을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집중투표제가 `절대선(善)`이라던 인식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대목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 정책 역시 투기자본의 타깃이다. 정부가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사외이사의 결격사유를 확대해 계열사 임직원의 사외이사행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엘리엇이 그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물론 사외이사는 그간 `거수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엘리엇 등 행동주의 펀드가 국내 대기업의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하도록 허용하기 위해 추진된 정책은 아니다.
주주열람권과 주총 소집권 강화도 같은 맥락이다. 대표소송을 제기하려는 모회사의 소수 주주가 자회사 회계장부를 열람할 권리를 대폭 열어줄 경우 투기자본에 `현미경`을 건네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신헌철 기자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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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간부들과 회의 도중 돌연 "관련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해당 금융회사(삼성생명)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직전까지 금융위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 문제는 국회에 관련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이라 우리가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던 것과 확연히 다른 입장이 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사퇴 이후 방향 전환을 위한 발언이라는 설부터 청와대 교감설까지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지만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법이 거칠고 그 속도도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 전직 경제 관료는 "예를 들어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주식시장에서 매각하는 문제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며 "해당 주식 매각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충격, 삼성생명의 보험 가입자들과 다른 보험사들에 미치는 영향 등 아주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천천히 이해당사자 의견을 종합해 접근해야 할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해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과 제대로 소통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간담회 형식을 빌린 일방적인 설명회가 전부"라며 "그마저도 구체적 사안에 대해선 명확한 지침을 내려주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현 정부 출범에 맞춰 소액주주의 권한을 늘리고 주주 자본주의를 확대하기 위한 각종 정책도 전방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의 일환이다. 문제는 국내 소액주주의 권리를 키우겠다는 일부 법안이나 정책이 거꾸로 외국계 투기자본에 손쉬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환위기를 거친 이후 2000년대 들어 정부는 대기업들에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라고 독려해왔다. 2007년에는 지주회사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부채비율 요건을 100%에서 200%로 확대했다. 하지만 현 정부와 여당은 부채비율 요건은 물론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다시 2007년 수준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두 개의 자회사가 손자회사를 공동 지배하는 것도 금지할 방침이다. 지주회사에 대한 정부 정책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시장을 공략 중인 엘리엇은 이 같은 지주회사와 순환출자 해소 문제를 자신들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지렛대`로 적극 이용하고 있다. 향후 지주회사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이 또 개정되면 그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가 기업들의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외국계 자본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합병과 분할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요구한 엘리엇은 앞서 삼성전자를 향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라고 요구한 전례가 있으며 이 같은 과정에서 배당금까지 두둑이 챙겨 갔다.
소액주주 권한 확대를 위한 집중투표제도 투기자본이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에 선임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소액주주가 지지하는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로 법무부 주도로 추진돼 왔다. 그렇지만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3사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한 것에서 보듯 지분율이 낮은 외국계 투기자본이 경영권 공격을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집중투표제가 `절대선(善)`이라던 인식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대목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 정책 역시 투기자본의 타깃이다. 정부가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사외이사의 결격사유를 확대해 계열사 임직원의 사외이사행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엘리엇이 그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주주열람권과 주총 소집권 강화도 같은 맥락이다. 대표소송을 제기하려는 모회사의 소수 주주가 자회사 회계장부를 열람할 권리를 대폭 열어줄 경우 투기자본에 `현미경`을 건네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신헌철 기자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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