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1년]④"전셋값 하향안정"..역전세난·깡통전세는 고민
전세공급 증가로 치솟던 전셋값 5년3개월만에 꺾여
일부 지역 역전세난..갭투자자들 '깡통전세' 우려
[편집자주] 정의를 바로 세우고 특권과 반칙이 통하지 않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 아래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오는 5월 10일로 1년을 맞는다. 촛불혁명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지난 1년은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에 문재인 정부가 숨가쁘게 답안을 제시해온 시기였다. 뉴스1은 문재인 정부 1년을 맞아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의 변화를 추적하면서 성과와 한계를 짚고자 한다. '한반도 평화의 길', ‘더불어 잘사는 사람중심 경제’ 등을 목표로 했던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성취했는지 지난 1년을 꼼꼼히 따져봤다.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문재인 정부 1년차에 접어든 현재 전국 주택 전세시장은 완연한 하락세에 접어든 분위기다.
새 아파트 입주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세 공급은 늘어난데 반해 수요 감소로 세입자 구하기는 어려워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방 모두 전셋값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입주물량이 대거 몰린 지역에서는 제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역전세난과 깡통전세 우려가 불거져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기도 한다.
◇"끝 모르고 치솟던 전셋값 5년 3개월만에 하락"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4월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전셋값은 전월 대비 0.19% 떨어지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동안 끝을 모르고 치솟기만 하던 전국 전셋값은 지난해 12월 5년 3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방이 1개월 앞선 11월부터 본격적인 하락세를 보였고 수도권도 12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끝까지 버티던 서울도 올해 3월 5년 7개월만에 하락전환(-0.08%)한 뒤 지난달 낙폭이 확대(-0.2%)돼 2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전셋값 하락은 전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전국 17개 시도 지역 중 대구와 광주, 전남 3개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전셋값이 하락했다.
전셋값이 떨어지는 주된 이유는 전세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2015년 분양호황기 때 쏟아냈던 아파트 분양물량이 지난해부터 본격 입주를 시작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주물량이 급증했다. 부동산114 기준 지난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8만3000여가구로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중 투자 목적으로 집을 샀거나 입주할 여력이 안되는 집주인들이 대거 전세를 내놓으면서 전세공급이 늘었다. 최근 1∼2년새 급증한 '갭투자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들도 전세 공급원이 되면서 전세물량은 더욱 증가했다.
반면 집값 상승에 피로감을 느낀 세입자들이 입주 아파트 등으로 매수전환하면서 전세수요는 줄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 정책으로 연초에 세금 회피를 위한 다주택자 급매물이 속출하면서 상당수 세입자가 집을 사 수요는 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올해 대규모 재건축단지 이주가 계획돼 한때 전세난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정부가 이주시기를 적절히 조정함으로써 수요를 분산시켜 전세난을 피했다. 이에 더해 전세금 인상을 제한하는 대신 세재혜택을 주는 임대등록활성화 정책이 빛을 보기 시작하면서 전셋값이 안정화됐다는 분석이다.

◇역전세난 발생, 갭투자자들 '깡통전세' 우려
전셋값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서민들은 주거비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과거 자고 일어나면 전세값이 치솟던 시절에는 전세 만기가 되면 전셋값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세입자들이 밤잠을 설쳤다. 하지만 지금은 전셋값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낮춰도 세입자를 찾지 못해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찾아나서거나 계약갱신을 위해 보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게 됐다.
특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대거 쏟아진 경기 남부와 지방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나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나타났다.
이러한 분위기는 확산돼 서울 강남권에서도 연초부터 입주가 몰린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금을 수억원 낮춰도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는 역전세난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입주가 시작된 강남구 '삼성동 센트럴아이파크'(총 416가구)의 경우 전용면적 84㎡ 주택형이 종전 전세보증금 시세보다 4억원 싼 9억원에 매물이 잇따라 등장했으나 세입자는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올해 말 1만가구에 육박하는 '송파헬리오시티' 입주가 예정된 송파구에서는 일대 전셋값이 급락해 전세 재계약 시기를 맞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강북권에서도 전셋값 하락이 확산되면서 한때 갭투자 인기지역으로 꼽히던 성북구, 동대문구, 노원구, 서대문구 등도 이젠 시들해지는 모습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의 효과로 전세시장에 이어 매매시장도 안정화되면서 갭투자자들의 '깡통전세'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전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았던 지역에서는 집값이 떨어지면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66.2%로 3월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주택시장 침체기인 2015년 2월 66.8%를 기록한 이후 3년 1개월만에 최저치다.

◇"전셋값 하락 내년까지 계속…집값 동반하락 가능성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기록적인 입주물량이 예정된 만큼 내년 초까지는 전세시장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총 43만9000여가구에 달한다. 2000년 이후 최대치인 지난해(38만3000여가구)보다 14.5% 더 많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아파트 입주량 증가에 따른 주택시장 하향 조정 부담은 분기당 10만 가구의 공급이 마무리되는 2019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국감정원도 4월 주택가격동향 보고서에서 "매매가격 안정세, 축적·예정된 대규모 입주물량에 따른 전세매물 적체로 전셋값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집값을 뒷받침하는 전셋값이 장기간 하락하면 집값도 하방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의 집값 잡기 노력이 효과를 보이면서 서울도 일부 지역은 이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값은 지난주 0.01% 떨어져 4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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