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를 봤다. 2차 세계대전 천재 수학자가 독일군의 비밀 암호 체계 일명 '에니그마'를 해석하기 위해 그 당시 인공지능 기계를 만드는 내용인데, 처음에는 아무도 이 수학자를 믿지 않는다. 그때 주인공 앨런 튜링( 베네딕트 컴버배치 )이 했던 대사가 " 때론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던 사람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내거든.. "이라는 대사를 한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8월 2일 국토교통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 카드가 나왔다. 대책 내용은 양도소득세 중과, LTV DTI 대출 규제, 전매제한, 조정대상지역,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다주택자를 겨냥한 부동산 수요 억제책이다. 하지만 지역적 차별화를 통한 대출규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도 규제 대상에 묶였다는 불만과 조정대상지역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제외된 일부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일어날 거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규제 대상을 전국 전 지역으로 하지 않는 한 이런 불만은 계속될 수 있다. 애당초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정책을 원했다면 지역적인 규제보다는 ' 다주택자들이 더 이상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게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수요 억제책을 했으면 어떨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당초 나는 오랫동안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한 보유세 인상을 주장했다.(기존의 쓴 칼럼 참조) 사실 보유세 인상이야 말로 주택 안정대책에 있어서 가장 합리적이고 심플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3 주택자부터 보유세를 누진적으로 과세한다면 주택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보유세 부담이 커지고 자연스럽게 시장에 물건을 공급할 것이다. 추가로 주택을 취득하면 보유세가 늘어나기 때문에 신규 투기 수요도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유세 증가를 3 주택 이상 하는 이유는 일시적 1가구 2 주택이나 어쩔 수 없이 투자 목적보다는 실거주 목적으로 2채를 갖고 있는 선의의 피해자도 많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 목적으로 1가구 2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2 주택을 보유하거나 투자 목적으로 2 주택을 갖고 있는 경우를 현실적으로 구분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그리고 2 주택을 실거주냐? 투기냐?를 구분 짓는 행정력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3 주택부터는 얘기가 다르다. 투자 혹은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게 명확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래가치가 높은 부동산을 사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주택을 필수재에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너무 과도한 주택 수는 문제가 될 수 있고 정부에서도 이 점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거다. 그 취지에 나 또한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지만 애당초 여러 가지 정부 규제 대신 3 주택부터 보유세를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정책 하나만 썼어도 시장은 부작용 없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될 수 있었을 거 같아 아쉬운 거다.
또한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의해서도 주택을 사지 말라고 규제할 게 아니라 ' 주택을 원 없이 사는 건 자유다. 하지만 주택 보유에 따른 세금만 내면 된다. ' 이런 식의 정책 대응이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더 부합하고 합리적인 대응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생각해봐라! 지역 상관없이 3 주택부터 보유세만 과세한다면 내 집 마련을 원하는 무주택자들은 부담 없이 내 집 마련을 할 것이고 다주택자들은 알아서 시장의 물건을 공급하거나 추가로 주택 구입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규제 지역에서 벗어나는 지역이라도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도 없으며 무주택에서 주택을 마련하려는 실거주자도 보호할 수 있다. 거래는 더 활발하지기 때문에 이삿짐센터 중개업소 입주청소회사 인테리어 회사도 매출이 늘어나며 국가의 세수도 확대될 수 있다. 이처럼 의외로 쉽게 과열된 주택 시장이 잡힐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으로 내수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
물론 정부의 보유세 인상 정책이 쉽지는 않았을 거다. 우선 보유세 인상은 국토교통부가 아닌 기획 재정부 소관이라 미리 협의가 필요했을 것이다. 6.19 대책 이후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니 심적으로도 조급해져 국토교통부가 할 수 있는 정책 카드를 가능한 한 빨리 썼을 것이다. 또한 참여정부 시절 종부세 도입과 보유세 인상으로 심한 조세 저항을 부딪친 적이 있기 때문에 보유세 인상에 대해서 현 정부가 트라우마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 모두가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화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1가구 2 주택까지 보유세 인상이 없다면 대부분 국민들은 보유세 인상에 찬성하고 조세 저항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 나온 8.2 대책이 더 아쉽다는 것이다. 쉬운 해결책을 두고 너무 많이 돌아가서 오히려 문제를 어렵게 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보다 훨씬 많이 배우신 분들이 만든 정책을 일개 개인이 평가하거나 대안을 제시한다는 게 맞지 않은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 또한 부동산 시장을 13년 동안 투자자와 상담자로 있었기 때문에 ' 책과 서류에서 보는 부동산 시장과 현장에서 보는 부동산 시장이 다를 수 있다. '는 말을 하고 싶다.
정부 정책을 입안할 때, 때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실무에 강한 사람들에게 현장 분위기와 문제 해결을 위해서 조언을 폭넓게 듣는다면 어떨까? 의외로 어려운 정책적 문제들을 쉽게 풀어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때론 '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간혹 할 수도 있는 경우도 있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도 예나 지금이나 통하는 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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