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발효원리를 이용한 바이오제품 개발은 생명산업의 극히 작은 일부다. 천연물을 활용한 생명산업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농어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지니는 종자나 곤충, 가축 개량은 물론 유전자, 미생물, 식물, 수산자원 등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가 생명산업 대상이다. 부대산업까지 포함하면 영역은 더 넓어진다. 예컨대 1억원이 넘는 관상어 어종을 개발할 뿐 아니라 이를 키우기 위한 어장시설, 먹이 등도 생명산업 연장선상에 있다. 박영훈 한국생명과학연구원장은 "선진국들은 식량부족, 대체에너지 개발, 자연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생명공학기술의 산업적 응용에 나서고 있다"며 "환경변화에 따른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서 생명산업 육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밝혔다. 농축산업에 근원을 두고 있는 생명산업의 가장 중요한 분야는 종자산업이다. 종자 없이는 과실, 동물, 수산물이 열매를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종자의 부가가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토마토 종자 1g 가격은 12만6000~13만5000원으로 현재 금값의 3배가 넘는다. 희귀 채소로 꼽히는 파프리카 종자도 무게 기준으로 금보다 3배가량 비싸다. 국내 업체는 파프리카 재배로 성공을 거뒀지만 종자가 없어 비싼 로열티를 내고 들여오고 있다. 화훼 강국으로만 알려진 네덜란드도 사실은 종자 강국이다. 네덜란드는 유럽 내에서 하루 안에 종자의 검정, 유통, 수송, 판매까지 완료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종자는 물론이고 재배방법, 친환경농법, 재배시설 등을 하나로 묶어 패키지 수출에도 나서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전 세계 다국적 종자기업들이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10대 다국적기업의 시장지배율은 1996년 14%에서 2004년 49%, 2009년 70%까지 증가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종자산업을 그대로 놔둬서는 곤란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금난으로 주요 종자회사가 다국적기업에 넘어가긴 했지만 아직 생명력이 유지되고 있다. 국내 최대 종자업체인 농우바이오는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농우바이오는 고추, 무, 배추, 토마토 등 10여 종의 종자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800만달러를 수출했는데 올해는 1000만달러 종자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현지법인인 농우씨드아메리카가 수출을 위해 현지화된 종자로 개량한 것이 주효했다. 할라피노`라는 고추를 수입해 개량한 뒤 오트란(autlan), 레알(real)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을 비롯해 멕시코, 칠레 등 중남미에 수출하고 있다. 매운 `칠리고추`로 유명한 멕시코에서도 농우바이오의 고추 씨는 현지인 입맛에 맞는 개량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 식물과 미생물 유전자원을 합쳐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일본에 이어 전 세계 6위 보유국이다. 이를 적극 활용하면 생명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생명산업이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그 가능성까지 무시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생명산업 대상 중에는 미개척지가 많은 것이 우리나라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 전 세계적으로 520만종에 달하는 미생물자원 중 지금의 기술로 배양이 가능한 것은 12만종에 불과하다. 세균의 경우 350만종 가운데 0.2%인 6000종만 알려져 있다. 지구상에 분포하는 30만종의 식물자원 가운데 성분과 효능이 확인된 것은 2%에 불과하다.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미생물유전체 사업단장은 "생명자원 확보와 유전자 특허 등 원천기술 선점을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 분야는 미지의 영역이 많아 창의적 연구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의 수준 높은 정보기술(IT)을 접목하면 선도산업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정혁훈 기자 / 김병호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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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5 17:59:33 입력, 최종수정 2010.06.15 18:23:1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