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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시계 ‘텔로미어'를 잡아라

ngo2002 2018. 2. 7. 09:59

노화시계 ‘텔로미어'를 잡아라

텔로미어 짧아지면 노화 진행…길이 늘리면 수명연장될수도

  • 김윤진 기자
  • 입력 : 2018.02.06 17:42:00   수정 : 2018.02.07 08:51:14

◆ 과학이 이끄는 호모헌드레드 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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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DNA 염기서열인 '텔로미어'.
사람 세포는 분열하면서 유전자를 복제해 염색체를 분열된 세포에 물려준다. 세포가 더 이상 분열되지 못하면 바로 '노화'가 진행된다. 이 같은 세포 분열 과정에서 유전자를 대신해 점점 짧아지고 유전 정보가 온전히 보존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게 염색체 양쪽 끝 부분에 붙어 있는 DNA 염기서열인 '텔로미어(telomere)'다.

1982년 엘리자베스 블랙번 UC샌프란시스코 교수는 텔로미어 길이가 일정 수준으로 짧아지면 염색체가 제대로 복제되지 못하고 세포도 분열을 멈춘다는 것을 밝혀냈다.
텔로미어와 노화·수명 간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아낸 것이다. 모근세포의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탈모가 빨라지고, 피부세포의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주름이 자글자글해진다. 마치 나무에 나이테가 새겨지듯 사람이 늙어가는 흔적이 텔로미어에 남는 것이다. 텔로미어가 '노화 시계' 또는 '세포 타이머'로 불리는 이유다.

그렇다면 텔로미어를 길게 만들거나 최소한 짧아지는 것을 막아 '노화 시계'를 거꾸로 돌리거나 멈추게 할 수 있다면 수명 연장이 가능해질까.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200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에 "긴 텔로미어를 가진 예쁜꼬마선충이 긴 수명을 가진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해 텔로미어 길이를 늘리면 수명 연장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 교수는 "선충은 원래 평균 2주밖에 살지 못하고 성충이 된 지 열흘 정도 지나면 움직임이 거의 없어져 입만 꼼지락거린다"며 "그런데 텔로미어가 길어지도록 유도했더니 선충이 약 15~20% 더 오래 살고 활동량도 늘어나 건강 상태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모너핸 영국 글래스고대 교수팀은 선충보다 고등동물인 금화조 99마리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텔로미어 길이가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텔로미어와 사람 수명과의 연관성도 밝혀졌다. 2003년 리처드 코손 미국 유타대 의과대학 교수가 사람 143명을 대상으로 "텔로미어가 긴 사람이 짧은 사람에 비해 오래 산다"는 상관관계를 입증해냈다.

2015년 덴마크 연구진은 훨씬 더 많은 6만5000명 표본을 대상으로 텔로미어 길이 상위 10% 집단과 비교해 하위 10% 집단의 심장병·암 사망률이 1.4배 높았다는 실증연구 결과를 내놨다.


텔로미어와 노화·수명 연관관계를 최초로 밝힌 블랙번 교수는 지난해 발간한 저서 '텔로미어 효과'에서 "만성 스트레스는 텔로미어를 더 짧게 만드는 원인"이라며 "가벼운 운동이나 충분한 휴식·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텔로미어 단축 속도를 상대적으로 늦추고 건강하게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텔로미어를 길게 만드려는 시도 외에 무한 증식하는 암세포 분열을 막기 위해 텔로미어를 짧게 만드려는 시도도 있다. 암세포의 90%가 갖고 있는 '텔로머라아제'란 효소는 텔로미어 끝부분 DNA를 계속 합성해 그 길이가 짧아지지 못하도록 막는다. 이 때문에 텔로머라아제 활성을 떨어뜨려 텔로미어 길이를 단축하고 암세포를 소멸시키려는 항암제 개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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