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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 대응해야”…600페이지 백서 펴낸 한은

ngo2002 2018. 1. 9. 10:07

“저출산·고령화 대응해야”…600페이지 백서 펴낸 한은

올해 초부터 고령화 관련 15개 주제로 릴레이 보고서…손욱 경제연구원장 “출산률 제고 최우선 정책 아젠더”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입력 : 2017.09.28 12:00              
저출산 영향으로 텅 비어있는 서울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사진제공=뉴스1
저출산 영향으로 텅 비어있는 서울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사진제공=뉴스1
한국은행이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관련 연구 분석과 정책 제언이 담긴 600페이지가 넘는 백서 형태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올해 초부터 발표한 고령화 진전에 따른 성장률, 소비, 주택시장 변화 등 15개 주제를 분석한 내용을 하나로 묶었다.

통계청이 예상한 올해 합계출산율은 1.04 명으로 역대 가장 저조했던 2005년(1.076 명)보다 낮다. 문재인 정부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만큼, 거시경제 파트너인 한은의 고언(苦言)이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손욱 한은 경제연구원장은 28일 ‘인구구조 고령화의 영향과 정책과제’ 종합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인구 정책이 성과를 내는 데 최소 한 세대 이상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만큼 미진한 점을 개선하는데 지체한다면 미래세대에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04년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설정하고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수립·추진했다. 지난 10년간 관련 대책에 투입된 예산만 110조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성과는 없고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저출산 배경으로는 높은 주택가격과 교육비가 손꼽힌다. 이 문제를 연구한 박경훈 한은 조사국 과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등을 활용해 주택가격상승률이 높을수록 혼인율, 출산율은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1990년대 평균 2000만원대였던 신혼부부 대출 규모는 2010년대 평균 5000만원대로 2배 이상 늘었다. 영아 보육비 지원은 OECD 평균보다 높지만 이후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동안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로는 정책 거버넌스 문제가 지목됐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최창용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고령화 정책이 힘을 받기 위해 향후 예산 집행권을 갖춘 독자적 형태의 전담 부처 신설 방안을 권고했다. 일본이 2015년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1억 총활약장관’을 임명한 것과 유사한 구조다.

인구 고령화는 소비 위축을 통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릴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분석 결과 2000~2015년 연평균 3.9%였던 성장률은 고령화 영향으로 2016~2025년 1.9%, 2026~2035년 0.4%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은퇴시기 연장 등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낸다면 성장률이 10년내 2.8%, 20년내 1.6% 수준이 유지될 전망이다.

또한 보고서는 고령층 소비 비중이 2015년 18.8%에서 2020년 23.4%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해 고령층 소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고령화와 생산인구가능 감소로 향후 재정여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분석 결과 소비세를 제외한 세입 규모는 2015년 170조원에서 2065년 123조원으로 약 50조원 줄어든다. 반면 고령인구 확대로 2016~2065년 중 연평균 2조8000억원의 재정지출이 추가로 필요하다. 해당 연구에 참석한 송호신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구 고령화에 대비해 보다 장기적인 측면의 재정지출 계획을 짜야 한다”고 했다.

인구 고령화는 국내 장기 인플레이션,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분석 결과 생산가능인구가 매년 1%포인트 줄어들면 2020년 이후 장기 인플레이션 추세는 연평균 0.02~0.06%포인트 하락했다. 주택 시장은 1~2인 가구 증가로 중소형(85㎡ 이하)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고령화 여파로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부동산 버블 충격을 우려하지만 한은은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 감소 충격을 줄이기 위한 여성경력단절, 청년실업 문제 해결과 보건‧복지, 사업서비스업 등으로의 산업구조 개편도 제안했다. 향후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이민정책을 재조명해야 된다는 분석도 내놨다.

손 원장은 “기대수명 연장은 고령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는 반면 저출산은 성장잠재력 하락과 직결된다”며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우리경제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최우선 정책 어젠더라는 확신을 갖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