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자 기호, 숫자 못 읽는 유권자 위해 ‘막대’로 표시한 시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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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현 기자
1960년 참의원 선거 땐 막대 28개 그려넣어
| 1960년에 치러진 참의원 선거의 투표용지. 후보의 기호를 1, 2, 3 같은 아라비아 숫자 대신 막대로 표기한 게 이색적이다. 당시만 해도 문맹률이 높다 보니 후보를 식별하기 위해 막대 개수로 숫자를 대신했다. 28번 후보의 경우 막대를 28개 그려넣었다. [중앙선관위 제공] | |
| 그림 1(사진 위), 그림 2(사진 아래). | |
아라비아 숫자 사용은 1971년 대선 때부터
| 그림 3, 그림 4, 그림 5, 그림 6(사진 위부터 순서대로) | |
단순한 투표용지도 있습니다. 80년 10월 22일 치러진 제5차 국민투표(그림5), 87년 10월 27일 치러진 제6차 국민투표용지(그림6)가 대표적입니다. 왼쪽엔 ‘X’ 표시와 ‘반대’ 글자가, 오른쪽엔 ‘O’ 표시와 ‘찬성’ 글자가 담겨 유사합니다. 투표 결과 찬성률도 각각 91.6%, 93.1%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 두 투표용지는 각각 ‘선거인단이 간선제 대통령을 뽑는 내용을 담은 전두환 신군부의 제5공화국 헌법’ ‘6월 민주항쟁의 결실로 인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담은 제6공화국 헌법’ 등 성격이 판이한 헌법을 개정하는 데 사용됐습니다.
1993년부터 가로쓰기, 투표용지 세로로 길어져
| 그림 7 | |
세로쓰기에서 가로쓰기로 바뀐 문화는 투표용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에는 이름을 세로쓰기로 하다 보니 투표용지도 가로로 길었습니다. 하지만 93년 14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가로쓰기 결과 처음으로 투표용지가 세로로 길어졌습니다. 전국 단위 선거로는 95년 6월 27일 치러진 제1회 동시 지방선거부터 현재까지 계속 세로로 긴 투표용지를 쓰고 있습니다.
2003년 계룡시의원 선거엔 32명 출마 … 용지 길이 57.5cm
| 그림 8 | |
올해 6·2지방선거는 역대 선거 사상 가장 많은 8장의 투표용지가 배포된다는 점 외에 교육감 투표용지에 아라비아숫자가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그동안 교육감 선거 후보자들은 이름의 가나다순으로 기호를 배정받았는데 1, 2번을 받은 후보가 대부분 당선되는 폐해가 있었습니다. 1번은 여당, 2번은 야당 등 숫자가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는 데다 후보를 잘 모르는 유권자들이 앞 번호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국회는 올 2월 법을 개정해 1, 2 같은 아라비아숫자를 쓰지 않는 대신 투표지에 오를 후보의 순서를 추첨으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문맹이 퇴치되면서 71년부터 나타난 아라비아숫자 투표용지를 이번에는 다른 이유 때문에 안 쓰는 셈입니다.
달라진 기표용구
붓대·탄피서 만년기표봉으로
“기표용구는 구멍이 크고 확실한 붓대, 탄피 등을 쓰되 필터, 솜 등으로 막히어 무효표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 할 것.”
| 1967년 6월 8일 치러진 제7대 총선거에서 기표용구로 사용된 탄피와 붓대롱. 표준화된 기표용구는 85년에야 등장한다. [중앙선관위 제공] | |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기표용구가 사용되기 시작한 건 85년입니다. 이때도 기표 용구에 찍힌 모양은 ‘O’로 유지, 14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92년까지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가끔 투표용지를 접는 과정에서 인주가 다른 쪽에 묻는 경우가 생겨 이중 표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에 92년 제14대 대선부터 ‘O’안에 ‘人(인)‘을 넣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人’자도 대칭을 이루는 만큼 이것만으로는 역시 실제 찍은 것과 인주가 묻은 것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人’자가 14대 대선에서 당선된 김영삼 대통령의 ‘삼’자를 연상시킨다”는 말까지 돌았습니다.
그 결과 94년부터 O안에 ‘卜(복)’자가 들어가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종이가 접히더라도 어느 쪽이 실제 찍은 건지 알 수 있게 된 겁니다. 2005년에는 기술의 발달로 인주 없이 찍을 수 있는 ‘만년기표봉’이 도입됐습니다.
투표함도 목재·철재·알루미늄을 거쳐 플라스틱으로 재질이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무게를 줄이고 옮기기 쉽게 한 것입니다. 특히 투표함 색상은 예전에는 한 가지뿐이었지만 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부터 4종의 색상이 등장했습니다.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 등 직접 선출해야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헷갈리지 않도록 투표용지 색상과 투표함 색상을 맞춘 겁니다. 올해 6·2지방선거에서는 8장 투표용지의 색상과 크기를 각각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투표용지와 기표용구·투표함을 보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확대도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