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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166> 한국의 ‘에어 포스 원’

ngo2002 2010. 5. 29. 12:44

     

게재일 : 2010년 05월 26일
영화 ‘에어 포스 원(Air Force one)’을 기억하십니까. 해리슨 포드가 미국 대통령으로 나와 비행기 안에서 좌충우돌 액션을 펼친 1997년작입니다. ‘에어 포스 원’은 미국의 대통령 전용기 명칭입니다. 우리 말로는 ‘공군 1호기’죠. 전용기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갖는 무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초대형 교통수단입니다. 청와대는 지난달 11일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새 전용기를 선보였습니다. 한국 대통령 전용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정리해 봤습니다.



남궁욱 기자



과거  비행기에 새겨진 노스웨스트 글자 옆 작은 태극기




박정희 대통령이 1968년 9월 6일 호주·뉴질랜드 방문을 위해 전용 항공기에 오르기 전 환송 인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영어로 된 미국 항공사 노스웨스트 마크가 선명하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68년 호주 방문을 담은 사진 중에는 입맛을 씁쓸하게 만드는 장면이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막 내린 보잉707기 동체에 새겨진 미국 항공사의 이름(NORTHWEST·노스웨스트)이 크고 또렷하게 찍힌 사진입니다. 한국 대통령의 순방기라는 사실은 출입구 아래 자그마한 태극기로만 짐작할 수 있을 뿐입니다.



당시에는 공군은 물론이고, 국내 민간 항공사에도 대통령의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항공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공군은 66년 도입한 VC-54 수송기를 대통령용으로 운영하고 있었지만, 원래 전투용인 이 비행기로는 해외 순방이 무리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자격으로 미국을 찾았을 때도 노스웨스트의 ‘콘스틀레이션(Constellation:프로펠러 항공기)’을 빌려 탔다고 합니다.



그 뒤에도 군 수송기를 개조한 몇 대의 대통령 전용기가 있기는 했지만 ‘에어 포스 원’이라고 부를 만한 비행기의 도입은 85년에야 실현됐습니다. 당시 들여온 기종은 보잉사의 737-300. 지휘통제용 통신장비와 집무실 등 대통령을 위한 편의시설이 탑재돼 있는 항공기였습니다.



문제는 이 비행기가 20년을 지난 최근까지도 공군 1호기의 자리를 지켜왔다는 점입니다. 이 비행기는 탑승 가능 인원이 40명 정도인 데다 연료를 가득 채웠을 때 운항거리가 3000여㎞밖에 되지 않아 중국이나 일본 방문 때만 쓸 수 있었습니다. 굳이 가려면 베트남까진 닿을 수 있지만, 대통령이 탄 항공기는 늘 회항할 수 있는 연료를 남겨놓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 대통령들은 해외 순방 때마다 대한한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번갈아 가며 비행기를 빌려 타야 했습니다. ‘전용기’가 아니라 ‘특별 전세기’를 타고 다닌 거죠.



현재  5년 장기 임대한 새 공군 1호기 선보여




핵 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4월 11일 미국 워싱턴 엔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이 환영 인사들의 영접을 받고 있다. 뒤가 2014년까지 이용할 새 ‘공군1호기’의 모습.

사정은 현재도 크게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지난달 첫선을 보인 새로운 공군 1호기도 사실은 전세기입니다. 대한항공이 들여온 여객기를, 청와대가 올해부터 5년 동안 빌려 ‘전용 전세기’로 쓰기로 한 것입니다. 대통령이 민간 항공사 비행기에 오르는 민망함은 사라지게 됐지만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에어 포스 원은 아직 없는 셈입니다.



아무튼 2014년까지 사용하게 된 새로운 공군 1호기는 보잉사의 747-400입니다. 2001년식으로 최대 항속거리가 1만2800여㎞에 이르고, 최고 순항고도도 1만300m가 넘는 기종입니다.




새 ‘공군1호기’의 조종실 모습. 조종은 대한항공 소속 조종사가 맡고 있다.

원래 이 기종에는 최대 416명이 탑승할 수 있지만, 청와대와 공군은 200여 명이 쾌적하게 탈 수 있도록 구조를 변경했습니다. 또 조종석 바로 뒤에는 집무실과 휴게실 등 대통령 전용공간을 넣고, 그 뒤에는 대통령이 참모들과 회의를 할 수 있는 회의실도 설치했습니다. 이밖에 청와대와 공군은 이 비행기 내에 대통령이 유사시 군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성통신시설을 갖추고, 외관도 태극기를 기초로 한 디자인으로 바꿨습니다.



이 전세 전용기의 운영은 공군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다만 조종은 대형 여객기 운항에 베테랑인 대한항공 소속 조종사가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2014년까지 쓰일 ‘공군 1호기’는



기종 보잉 747-400(2001년식)

좌석 200여 석 (원래 최대 416명까지 탑승 가능하나 공군에서 개조)

구조 2층: 공식 수행원석

1층: 대통령 전용공간(집무실ㆍ침실)-회의실-수행원석(비즈니스형 좌석)-기자회견 단상-기자석(이코노미형 좌석)

운영주체 공군 (조종은 대한항공 소속 베테랑 조종사가 담당)


미래  2014년 이후 ‘진짜 에어 포스 원’ 도입



전세기가 아니라 진정한 전용기인 대한민국 공군 1호기는 언제쯤 도입될까요. 아마 2014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달 운항을 시작한 공군 1호기의 임대계약이 2014년에 끝나는 데다 올해 내로 기종을 선택해 주문을 해도 비행기를 넘겨받기까지 보통 3~4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국의 경제 규모나 국가적 위상으로 볼 때 제대로 된 대통령 전용기 한 대쯤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구입 비용이 4000억여원이나 들기는 하지만, 한 대 사놓는 게 더 경제적이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민항기를 빌려타도 몇 주 전부터 일일이 구조를 바꿔야 하는 통에 1회 평균 대여비용이 13억원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용기 도입이 계속 미뤄져 온 것은 정치권의 반대 탓이었습니다. 대통령들이 “어차피 나는 임기 중엔 못 탄다. 차기 대통령을 위해 사자”고 설득해도 야당이 반대해 예산이 전액 삭감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최근 민주당 등 야당도 전용기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국회는 내년도에 관련 예산 140억원을 반영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직은 착수금 차원의 소액(?)이지만, 공군은 이 예산을 가지고 올해 안에 기종 선택을 마치고 본격적인 도입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후보 기종으로는 보잉사의 B777 또는 B747-8과 에어버스의 A340 등이 항공업계에서 거론되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최첨단 전용기 ‘에어 포스 원’



기내에 응급 수술실 … 열추적 미사일도 피할 수 있어



“에어 포스 원은 연착도, 취소도 없다. 언제 어디서나 정확하게 나를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에 한 말입니다. 미국의 대통령 전용기 에어 포스 원이 얼마나 위력적이고 유용한지를 잘 보여 주는 한마디입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에어 포스 원으로 보잉 747-200B 두 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대가 대통령을 싣고 가면, 나머지 한 대는 수행원과 기자단을 싣고 따라가는 방식입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전용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는 미국 공군의 기밀사항입니다. 다만 열추적 미사일을 피할 수 있는 특수엔진을 비롯해 미사일 요격 회피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핵 폭발에 의한 전자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사실 정도가 알려져 있습니다.



또 이 비행기는 착륙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한 공중급유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며칠 동안도 떠 있을 수 있다는군요. 이 밖에 내부에는 100대 가까운 일반·비선 전화가 갖춰진 커뮤니케이션센터가 있고, 대통령이 부상할 경우 응급 수술이 가능한 의료시설도 있다고 전해집니다.



이런 최첨단의 에어 포스 원을 갖추고 있는 미국을 필두로 대통령 전용기가 있는 나라는 40여 개국이나 된다고 합니다. 인구 38만 명의 소국인 남아시아의 브루나이나 인도네시아 등도 대통령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때마다 청와대와 외교부 의전팀은 대통령 전용기 없는 설움을 토로하곤 한답니다. 아직 전세기를 타는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이들 국가가 부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2007년 보잉사 회장을 만나 “(외국 방문 때) 만날 보잉사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데 (그때마다 빌리지 말고) 전용기를 사자고 했더니 국회에서 예산을 깎았다”고 하소연한 일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