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계층사다리 ① / 매경·사람인 설문조사 ◆
# 지난해 국내 한 대기업에 입사한 박 모씨(29)는 신입사원 연수에서 자신이 '낙하산'임을 당당히 밝힌 입사 동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박씨는 "그가 소위 부모님 '백'으로 들어왔다는 것에 전혀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이 신기했다"며 "동기 아버지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였는데 연수가 끝나니 너무나 당연하게 모두들 가고 싶어하는 '꿀보직'에 배치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낙하산들의 특징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무를 맡고 상사들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직장에도 흙수저와 금수저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 국내 한 중견기업 2년 차 직장인 유 모씨(28)는 최근 퇴사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회사 인사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에 큰 회의감이 들어서다. 노골적으로 목격한 사례도 많다고 했다. 유씨는 "낙하산들은 대리라도 차장만 맡을 수 있는 팀장직을 꿰찬다"며 "능력보다는 '백'이 있거나 사내 정치를 잘하는 사람들이 높게 올라가는 것을 보면 있던 열정도 사라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회 초년생들이 느끼는 취업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수저' '백'과 같은 단어들은 구직 당시는 물론 입사 이후에도 가장 큰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고위층 자제 중 인맥을 이용해 취업에 성공한 '낙하산'들을 실제 목격했으며 이들이 기업 곳곳에 퍼져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 대부분은 낙하산들이 입사 이후에도 승진이나 업무 배치 등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열한 대학 입시를 거쳐 취업이라는 바늘구멍을 '운 좋게' 통과하더라도 모든 직장인들의 출발선이 같지 않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크다. 또 이 같은 취업 불평등 현상이 사회 초년생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일경제 기획취재팀이 취업포털 '사람인'과 직장인 1264명을 대상으로 고위층 자녀의 입사 현황과 특혜 등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공동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 가운데 무려 84.6%(1069명)가 낙하산으로 입사한 직원이 실제 회사 생활에서도 특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승진이나 인사평가, 업무 배치 등에서 유리하다는 것이 직장인들의 생각이다. 반면 낙하산으로 들어온 직원의 업무능력에 대해서는 낮다고 응답한 비율이 43.1%(293명)였고,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7.8%(53명)에 그쳐 낙하산들이 능력이 없다는 인식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한 중소기업을 퇴사한 사회 초년생 김 모씨(28)는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인정받는 동료가 있어 알고봤더니 회사 고위직 자제였다"면서 "입사 이후에도 특혜가 충분히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고 전했다.
직장인 대부분은 특혜를 받아 입사한 이들로 인해 사기가 저하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1.1%(416명)는 '낙하산으로 입사한 주변 동료로 인해 사기가 저하된다'고 답했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답한 인원은 1.8%(12명)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9.5%(751명)는 서류-인·적성-면접으로 이뤄지는 대기업 공채시스템이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특히 47.2%(596명)는 임원 면접에서, 25.6%(324명)는 서류심사에서 '외부의 압력이 개입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인·적성검사나 필기시험의 경우 각각 1.8(23명), 0.9%(11명)만이 외부 압력 여지가 있다고 봤다. 결국 '사람'은 믿을 수 없고 '시험'만 믿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직장인 10명 중 8명은 부모의 재력이나 능력이 직장 생활에서의 성공과 관련 있다고 답했다. 자신의 능력만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는 얘기다.
[기획취재팀 = 이지용 기자(팀장) / 서태욱 기자 / 연규욱 기자 / 유준호 기자 /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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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국내 한 대기업에 입사한 박 모씨(29)는 신입사원 연수에서 자신이 '낙하산'임을 당당히 밝힌 입사 동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박씨는 "그가 소위 부모님 '백'으로 들어왔다는 것에 전혀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이 신기했다"며 "동기 아버지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였는데 연수가 끝나니 너무나 당연하게 모두들 가고 싶어하는 '꿀보직'에 배치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낙하산들의 특징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무를 맡고 상사들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직장에도 흙수저와 금수저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 국내 한 중견기업 2년 차 직장인 유 모씨(28)는 최근 퇴사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회사 인사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에 큰 회의감이 들어서다. 노골적으로 목격한 사례도 많다고 했다. 유씨는 "낙하산들은 대리라도 차장만 맡을 수 있는 팀장직을 꿰찬다"며 "능력보다는 '백'이 있거나 사내 정치를 잘하는 사람들이 높게 올라가는 것을 보면 있던 열정도 사라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회 초년생들이 느끼는 취업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수저' '백'과 같은 단어들은 구직 당시는 물론 입사 이후에도 가장 큰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고위층 자제 중 인맥을 이용해 취업에 성공한 '낙하산'들을 실제 목격했으며 이들이 기업 곳곳에 퍼져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 대부분은 낙하산들이 입사 이후에도 승진이나 업무 배치 등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열한 대학 입시를 거쳐 취업이라는 바늘구멍을 '운 좋게' 통과하더라도 모든 직장인들의 출발선이 같지 않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크다. 또 이 같은 취업 불평등 현상이 사회 초년생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일경제 기획취재팀이 취업포털 '사람인'과 직장인 1264명을 대상으로 고위층 자녀의 입사 현황과 특혜 등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공동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 가운데 무려 84.6%(1069명)가 낙하산으로 입사한 직원이 실제 회사 생활에서도 특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승진이나 인사평가, 업무 배치 등에서 유리하다는 것이 직장인들의 생각이다. 반면 낙하산으로 들어온 직원의 업무능력에 대해서는 낮다고 응답한 비율이 43.1%(293명)였고,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7.8%(53명)에 그쳐 낙하산들이 능력이 없다는 인식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한 중소기업을 퇴사한 사회 초년생 김 모씨(28)는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인정받는 동료가 있어 알고봤더니 회사 고위직 자제였다"면서 "입사 이후에도 특혜가 충분히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고 전했다.
직장인 대부분은 특혜를 받아 입사한 이들로 인해 사기가 저하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1.1%(416명)는 '낙하산으로 입사한 주변 동료로 인해 사기가 저하된다'고 답했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답한 인원은 1.8%(12명)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9.5%(751명)는 서류-인·적성-면접으로 이뤄지는 대기업 공채시스템이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특히 47.2%(596명)는 임원 면접에서, 25.6%(324명)는 서류심사에서 '외부의 압력이 개입될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직장인 10명 중 8명은 부모의 재력이나 능력이 직장 생활에서의 성공과 관련 있다고 답했다. 자신의 능력만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는 얘기다.
[기획취재팀 = 이지용 기자(팀장) / 서태욱 기자 / 연규욱 기자 / 유준호 기자 /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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