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U턴기업 진퇴양란

ngo2002 2013. 5. 30. 11:05

한국으로 돌아간다니 中정부 "다 토해내라"
매출 1천억에 세금 1천억…문 닫기도
기사입력 2013.05.29 17:32:27 | 최종수정 2013.05.29 19:27:41

◆ U턴기업 진퇴양난 ◆

유턴을 원하는 기업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매일경제신문이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으로 24개 유턴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유턴 과정에서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14개 기업이 `현지법인 청산`을 꼽았다. 법인 청산 작업에는 직원들과 고용관계 정리, 설비 반출, 세금 정산이 포함된다. 절차대로 해결하면 아무 문제 없을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인 탓에 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애로가 정부의 과도한 세금 징수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부터 외국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공장 용지를 장기간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법인세, 지방세, 관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는 혜택을 제공했다. 각종 행정 업무도 일괄 지원했다. 하지만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하면 중국 정부 태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중국 선전에서 봉제인형 제조업을 운영하다 철수한 주 모 대표는 "나가는 것은 자유지만 무사히 나가려면 지금껏 받은 혜택은 모두 토해내라는 식"이라고 전했다.

현지에 설비 투자를 많이 한 업종일수록 상황은 심각하다. 신발제조업이 대표적이다.

한국신발산업협회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집중적으로 중국에 진출해 한때는 중국 내 한국 신발기업이 150곳에 육박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철수하는 기업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30~40개 업체만 남아 있다. 이들 중에도 상당수가 유턴을 고려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 신발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지 한국 기업 중 그나마 탄탄한 곳이 매출 500억~1000억원 사이인데 철수하겠다고 하면 적게는 20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에 달하는 세금 폭탄이 떨어진다"며 "현지에 막대한 설비 투자를 해둔 상황이어서 단순 임가공업체들처럼 야반도주도 못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원도연 원광대 교수는 "중국 법이 생산장비를 외부로 반출하기에는 복잡하게 짜여 있고 반출하려고 하더라도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철수할 때 애를 먹는 것은 처음부터 꼼꼼하게 검증하지 않은 기업 책임도 있다.

과거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작성한 계약서에는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10년 이상 경영을 유지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계약 시점에 중국 공무원들은 한국 기업에 유리한 조건들만 부각시켰고 위험 요소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다"는 식으로 무마했다. 중국에서 산업용 부품 제조업을 하다 유턴을 진행 중인 한 기업인은 "처음에는 `형제`라면서 모든 것을 다 줄 것 같았던 중국인들이 알고 보니 먼 미래 상황까지 내다보고 대비하고 있었던 셈"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턴을 결정하는 기업 대부분이 현지 사업을 한 번에 정리하기보다 조금씩 국내로 옮기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신규 사업 진출로 증설이 필요할 때 새 공장을 국내에 건립하면서 중국 의존도를 점차 낮춰가는 전략이다. 유턴을 장려하는 정부도 현지 사업 철수는 개별 기업에 맡기고 있다. 가급적 조용히 정리하자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0년을 채우지 못한 기업들이 유턴하려면 세금 폭탄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10년을 채우고 청산 절차에 돌입하는 방향으로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장박원 차장(팀장) / 정순우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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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턴기업 "정부만 믿고 가까스로 왔는데 지원은 말뿐"
인프라 괜찮은 수도권선 `퇴짜`…지방으로만 가라니 기가 막혀
지원법안 6개월째 국회서 낮잠
기사입력 2013.05.29 18:59:23

중국 난징에서 전자부품 제조업을 하던 H사의 한 모 대표는 인력 채용 때문에 유턴(U턴)을 결정했다.

임금 상승 압력은 그런대로 견딜 만했지만 직원들의 책임감이 부족해 명절 한 번 지날 때마다 절반을 새로 뽑아야 했다. 그는 구인을 위해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렸던 채용박람회에 참여했다. 결과는 좋았다. 중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우수 인력의 문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고양시에는 공장을 지을 터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어렵게 땅을 구하고 보니 전력이 너무 약해 1억원을 들여 보강공사까지 했다. 각종 세금도 예상보다 많이 들었다. H사가 유턴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총 40억원에 달한다. 당초 계획보다 10억원을 초과한 금액이다.

인쇄장비 제조기업 Y사가 유턴을 결정한 것은 신제품 생산에 필요한 인적ㆍ물적 기반 때문이었다. 신제품인 스마트폰용 장비는 기존 제품에 비해 제조 과정이 정밀해 근로자의 숙련도가 높아야 한다.

관련 부품 제조업체도 경기도 인근에 몰려 있다. 하지만 정작 인적ㆍ물적 인프라가 뛰어난 경기도는 입주하기에 비용이 너무 비쌌다. 유턴기업에 대한 지원도 수도권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Y사는 별다른 혜택을 누리지 못한 상태에서 공장을 임차했다.

더 큰 문제는 운영자금이었다. 유턴기업은 금융권 대출이나 정책자금 지원을 위해 제출할 납품 실적이나 담보가 없다. Y사 관계자는 "이미 확보된 주문량만 따져도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10배 가까이 늘 것으로 기대되지만 원재료 대금 1억~2억원을 못 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최천세 중소기업진흥공단 자금지원팀장은 "한국에 사업기반이 없는 기업은 국내 지원정책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며 "유턴기업의 이런 현실을 감안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설비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 부족한 점도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주로 중국 칭다오에 진출했던 한국 주얼리 기업들은 최근 연평균 생산비용 상승률이 15%에 달하면서 유턴을 준비했다.

현재 주얼리 기업 20개사가 전북 익산시와 용지 매입 계약을 체결하고 공동으로 공장과 연구ㆍ개발(R&D)센터를 짓고 있다.

구본항 재중한국공예품협회장은 "유턴기업들은 특성상 해외에 투자해놓은 설비의 반출이 힘들어 국내에서 새로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며 "유턴기업 설비투자 지원 비율을 현행 10%보다 상향해 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금속밸브 제조기업 동방건재는 국내 대기업의 가격정책을 문제로 지적했다. 밸브를 제조하려면 레진과 아연강판 등 원재료를 철강ㆍ화학 대기업에서 구매해야 하는데 똑같은 제품 구입 가격이 중국보다 15%가량 비싸다는 것이다. 현승진 동방건재 사장은 "철강ㆍ화학 대기업이 원재료를 수출가격과 동등하게 공급해주면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 정책에 부응해 유턴하겠다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실제 만족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신문이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으로 지난해 이후 중국에서 유턴한 기업 24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만족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10곳에 불과했다.

전자, 자동차부품, 신발제조업체 9곳만 놓고 보면 불만족 응답 비율은 55.5%로 높아진다.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기업일수록 유턴 만족도가 낮은 셈이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려면 일단 지원법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고 정부가 실효성 있는 추가 지원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턴기업의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유턴 이후 공장 용지나 인력 수급, 운영자금 확보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좀 더 현실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턴기업 지원은 세계적 흐름이다. 제조업 기반이 약해진 미국이나 저성장 고민에 빠진 일본 등 선진국 정부들이 적극적이다.

미국 의회는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끌어들여 국내 고용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7월 `Bring Jobs Home Act`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에는 총이주비용과 초기 기업수익의 20%에 대한 세금공제, 3년 동안 연간 20억달러 융자기금 조성 내용이 포함됐다.

일본도 법인세 면제와 해외공장 매각이익 면세 등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은 공장 입지 지원, 인허가 절차 완화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대만은 기계류 수입 관세 50% 감면을 추진하고 있다.

[기획취재팀=장박원 차장(팀장) / 정순우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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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턴기업 지원법은…해외사업 완전 철수 안해도 지원
기사입력 2013.05.29 18:58:49

현재 국회에서 입법을 기다리고 있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기업 지원법)의 주요 내용은 △지원대상 확대 △조기 지원 △통합 지원 시스템 등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유턴기업 지원법이 시행되면 해외 사업장을 완전히 청산ㆍ양도한 기업뿐 아니라 부분적으로 축소한 곳도 포함된다. 지원 효과를 높이기 위해 유턴 초기 단계 기업에도 혜택을 제공한다. 해외 사업장을 청산하고 국내 사업장을 확보하지 않았더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유턴기업을 선정해 우선적으로 지원한 후 유턴 절차의 정상적 이행 여부를 사후에 관리한다.

법 시행에 따라 유턴기업의 체계적인 복귀 지원 계획이 수립되고 조세ㆍ자금ㆍ입지 등 개별 항목에 대한 지원제도의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현재 예상되는 지원은 △법인ㆍ소득세 최대 5년간 100%, 추가 2년간 50% 감면 △관세 최대 5년간 100% 감면 △입지 비용 최대 45%, 설비투자 비용 최대 20% 보조금 등이다.

유턴기업 지원법이 지원제도의 방향성과 근거를 제시하면 국세청을 비롯한 관계 부처 법령과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구체적인 지원 규모 관련 수치가 결정된다.

[기획취재팀=장박원 차장(팀장) / 정순우 기자 / 정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