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창조경제의 배경
19세기말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했다. 왜 그랬을까? 그는 답한다. " 신을 죽인 것은 우리 모두이다. 우리 뒤에 태어날 사람들은 이러한 행위 덕분에 지금까지의 역사, 역사라고 할 수 없을 역사보다 훨씬 고귀한 역사를 누리게 될 것이다." 그는 신의 개념적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인간 존재의 무한한 가능성, 인류의 삶에 대한 무한한 긍정을 표현하였다.
21세기는 우리들 마음 세계를 밝히는 도학(정신문화)과 인류의 삶을 널리 이롭게 하는 과학(물질문명)이 병진하는 후천개벽(後天開闢) 시대이다. 후천개벽 시대는 천권(天權)보다도 인권(人權)이 앞서는 시대, 우리들 인간 모두가 창조주가 되는 시대이다. 다만 물질의 개벽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니, 정신의 개벽에 박차를 가하여야 한다. 산업혁명시대를 지나 지식혁명시대로, 이제는 마음혁명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무한창조의 시대가 되었다.
1998년 영국 문화부는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제조산업이 쇠퇴하고 도시가 노후화됨에 따라서 음악, 미술, 공예, 게임, 행위예술, TV, 라디오, 출판, 광고, 건축, 패션, 디자인 등의 분야에 토니 블레어 당시 총리는 집중지원을 하였다. 그 결과 멘체스타, 리버플 등의 산업혁명 상징도시들이 되살아나서 21세기 창조경제의 모델도시로 탈바꿈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창조경제는 인간의 창의성이 최대한 발현되는 문화, 예술, 과학, 기술의 영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존 호킨스(John Hawkins)의 저서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 2001)'에서 창조경제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그는 인간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지식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경제를 창조경제라고 하면서, 끊임없는 학습(Learning)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변화의 가속도가 붙은 세상에서는 인간의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에서부터 창조경제는 뿌리내린다.
토론토대학 교수인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교수는 ‘창조계급의 등장(The Rise of the Creative Class, 2002 )' 에서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경제 활동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면서, 창조도시가 되려면 3T,즉 인재(Talent), 기술(Technology) 및 문화적 다양성(Cultural Diversity)을 수용하는 포용성(Tolerance)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창조경제는 창의적 인재의 창의성이 발현되는 환경을 갖춘 도시에서 실현가능하다.
2004년 10월 유네스코이사회에서는 '세계문화 다양성 협력망 구축'을 목적으로 '유네스코 창의도시' 선정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주요 분야는 공예/민속예술, 문학, 음악, 영화, 디자인, 미디어 아트, 전통음식 등 7 개 분야였다. 최초의 창의도시는 영국의 에진버시였다. 우리나라는 서울(디자인), 이천(공예), 전주(음식)가 선정되어 최다 선정 나라가 되었다.
도시의 1차 고객은 정주민인 지역주민이다. 2차 고객은 외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고, 3차 고객은 기업이다. 지역주민이 공동체의식으로 합심하여 향토 고유의 자연, 역사, 문화, 산업 자원을 살리며 접근성을 제고시켜서 서비스를 잘 하면 자연스럽게 관광객이 찾아오게 된다. 그러면 '돈이 된다면 지옥에도 찾아간다"는 기업이 투자를 한다. 창조경제의 무대는 어디까지나 도시이다. 도시는 기업의 투자 환경과 사업 인프라를 제공하는 오픈 플랫폼(Open Platform) 역할을 한다. 도시가 기업을 부르고, 기업이 도시를 살리며 선순환하는 도시가 창의도시이다. * 일본은 ‘유네스코 창조도시’ 중국은 ‘유네스코 창발(創發)도시’ 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는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용어를 통일하여 사용하고 있다.
2. 창조경제의 개념
창조경제란 말이 나오게 된 것은 작년 10월 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최우선 경제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창의성과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 운영을 통해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정책”이라고 언급하면서부터였다. 금년 4월 "창의성을 우리 경제의 핵심 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ICT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서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박 대통령이 언급한 바 있으나, 아직도 개념의 명확화와 컨센서스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
이러다 보니 '공정한 시장경쟁에 바탕한 융합형, 선도형 경제', '두뇌를 활용하여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 '공동체 경제주체를 활성화시키는 제2의 새마을운동' 등 각자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창조직업’, ‘창조금융’, ‘창조관광’ 등 창조를 붙힌 신조어가 나오고, 창업투자, 융합기술, 미디어/콘텐츠 등 '창조경제주'가 증권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IT 벤쳐 붐이 일어나다가 거품이 되었던 2000년 초반 상황이 떠오른다.
이건희가 삼성그룹 회장이 되고 난 다음에 어느 기자가 물었다. "회장이 되니 어떤 점이 달라졌습니까?" "말하기가 두렵다. 내가 불조심 하니 밑에서도 똑 같이 불조심하더라" 고 답했다. 로마, 몽고, 미국 등 제국의 공통성을 살펴 보면, 언어, 법전, 화폐, 도량형 등을 통일시켰다. 이 중에서 특히 통일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상거래, 군사작전에서부터 정신세계에 이르기까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에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언어가 국정기조가 되고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때에는 그 언어가 지닌 미래방향(비전)의 명확화와 실천방법(정책)의 구체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언어는 사고의 도구, 소통의 수단, 인간 존재의 집이다.
새로운 용어를 커뮤니케이션 하려면 맨 처음 주창한 사람의 견해를 찬찬히 살펴 보아야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우리 상황에 맞게 응용할 수 있다. 2005년 2월 인도에서 개최된 시니어 전문가 심포지움(Senior Expert Symposium)에서 존 호킨스는 '창조경제: 지식기반 경제성장' 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였다. 그가 강조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창조성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한다. 창조경제란 무엇인가? 토지나 자본이 아닌 사람의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한 투입과 산출이 되는 경제이다. 창조성은 문화, 예술 분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창의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과학기술과 기업경영에도 있다. 창의적인 사람은 항상 학습한다. 학습을 그만 두면 더 이상 창의적이지 않다. 창조성(새로운 아이디어 창출)과 혁신(새로운 가치창출)은 다르다. 창조성은 개인적, 주관적이고, 혁신은 그룹지향적, 경쟁적, 객관적이다. 창조성은 혁신으로 나아가나, 혁신이 창조성을 낳는 경우는 드물다. 창조성과 혁신의 차이를 모르는 정부 정책은 실패한다. 창조경제는 정부가 창의성을 주요 경제 프로세스로 인식하고, 기업과 학교 등 민간부문을 포함해야 하며, 젊은이들에게로 다가서야 성공한다."
이상과 같이 창조경제의 배경과 이론, 실제 사용례 등을 한번 살펴 보았다. 이를 토대로 창조경제의 개념을 한번 정리하자면, "창조경제란 인간의 창의적 아이디어의 산물인 과학, 기술, 문화, 예술의 융복합을 기반으로, 인류의 삶에 유익한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경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창조경제의 미래 주역이 되는 창의적 인재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새로운 기술, 상품, 사업과 시장을 창출하는 기업가 정신이 발현되고 존중받는 환경과 인프라,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비전은 경륜과 업적을 통해서 입증할 수 밖에 없다.
3. 창조경제의 핵심
텍사스주에서 카우보이가 소떼를 몰고 가고 있다. 헬레곱터 한 대와 훈련된 명견들의 도움을 받지만 혹독한 날씨 속에서 소떼들이 먹을 목초와 물이 있는 곳을 찾는 것은 시간과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러던 어느날 성난 불곰이 야영지를 덮치었다. 잠에서 깨어난 카우보이들은 목이 긴 부츠를 허겁지겁 꿰어서 도망치기 사작한다. 그런데 어느 카우보이는 긴 부츠 대신에 운동화 끈을 묶고 있었다. 그러자 누군가 "하이, 운동화도 소용없어. 운동화를 신어도 곰보다는 빨리 달릴 수 없어"라고 말하자 "곰보다는 빨리 달릴 필요가 없어. 난 자네들보다 빨리만 달리면 돼"라고 답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과연 무엇일까?
글로벌경쟁시대는 밀림의 세계, 승자독식의 세계이다. 에너지, 물, 식량 등 유한한 자원을 둘러싼 전쟁, 앞서가는 기술전쟁, 법적인 보호장치를 하는 특허전쟁, 창의성이 뛰어난 인재확보전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결국 남보다 빠른 자가 살아 남는다. 글로벌 무대에서 자원, 기술, 특허, 인재 전쟁의 승자는 시간의 경쟁에서 남보다 앞서 나가는 국가와 기업이다.
1960~1970년도 대학은 '우골탑'이라고 했다. 두자리 수의 고도성장기에서는 노동력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서 소 팔고 논 팔아 자식을 대학에 보내기만 하면 부모는 한시름 놓았다. 지금은 취업하기가 힘들고 청년실업률이 높다. 그러다 보니 일류대 가기 위한 사교육비가 많이 소요되고, 스펙 맞추기에 급급하다. 창의적 발상력 함양과 적성 살리기는 뒷전이다.
주입식 교육과 창의성함양 교육의 차이는 무엇인가? OX 정답찾기형인가? 개방적 질문과 창조적 오답을 중시하는가? 주어진 숙제를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되는가? 도전적 과제를 팀웍을 이루어서 자율적으로 완수해 내는가?의 차이라고 본다. 인성을 갖춘 된 사람이고 팀웍을 중시한다는 같은 조건이라면 정형적 숙제를 성실히 수행하는 사람과 정답이 없는 비정형적 과제를 도전적으로 수행하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을 기업에서 선발할 것인가?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까지 실용지능 기반 창의성 함양을 위한 교육의 질적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창조경제의 주체는 사람이요, 창조경제의 핵심은 경쟁시대를 선도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일이다. 화두를 던져 본다.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면서도 교육의 질을 두 배로 올리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비용을 줄이면서도 품질을 향상시키는 아이디어는 창의적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실전 문제를 푸는 해법을 도전적으로 찾는 것이 창의적 발상이다.
1990년대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은 21세기를 살아갈 학생들을 19세기 교재를 가진 20세기 선생이 가르치고 있다." 창조교육을 백년 앞을 내다보고 한다면 창조경제는 최소한 십년 앞을 내다보고 설계하고 투자해야 한다. 부모가 마마보이와 마마걸을 양산하고, 학교 선생이 제자육성의 보람이 사라진 작금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면 창조경제의 미래는 어둡다. 가정-학교-기업-사회-정부간에 국민적 합의와 역할분담이 요청된다.
창조경제시대를 한 마디로 말하면, 국민 개개인의 학습속도(Speed of Larning)와 기업의 신기술, 신제품 출시속도(Speed to Market)가 경쟁을 좌우하는 시대'이다. 창조경제는 알기 쉽게 말하자면 '창의적 아이디어와 혁신적 기업가 정신이 주도하는 국가경제'이다. 창조경제의 비전은 '교육-고용-복지가 선순환되는 지속성장 가능한 행복공동체'를 실현하는 것이다.
2013-04-15 만파식적 이동하(萬波息笛 李東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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