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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강남서 '힙합패션' 유행 할 때 강북선…Special Knowledge <476>

ngo2002 2013. 2. 5. 15:25

90년대 강남서 '힙합패션' 유행 할 때 강북선…

[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76> 올 트렌드 ‘90년대 패션’
격동의 청소년기 보낸 30대가 소비 중심 … 90년대 복고풍 유행

강승민 기자
영화 ‘건축학 개론’, 클럽 ‘밤과 음악 사이’, 청바지와 데님 재킷 패션…. 올 상반기 문화 트렌드에서 단연코 화제는 ‘90년대’였습니다. 풍요로웠던 90년대 전반부, ‘IMF 외환위기’로 대변되는 후반부까지, 사회 전체가 변화와 격동을 겪었습니다. 패션도 마찬가지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화·발전한 게 이 시기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강승민 기자

# 교복 자율화와 90년대 패션

패션은 시대를 반영한다. 벌거벗고 다니던 원시인이 생존을 위한 방어 수단으로 가죽을 걸쳤던 것도 당시의 생활 양식을 반영한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복은 사회 계급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발전했다. 갓 쓰고 도포 입던 양반의 차림새, 하이힐 신고 가발 쓰던 서양 귀족들의 의복이 그랬다. 당시 지배 계층의 모습을 모방하려는 심리는 ‘유행’이라는 단어로 진화했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패션은 변화·발전했다. 자연스러운 결론으로 패션은 당대의 사회 환경에 영향을 받고, 그 안에서 패션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행동 방식을 바꿔 왔다. 따라서 90년대 패션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짚어볼 때도 당시 사회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피는 것이 먼저다.

1 1996년 데뷔한 ‘원조 아이돌’ 그룹 H.O.T. 90년대 청소년 힙합 패션을 주도했다. 멤버였던 문희준·강타·이재원·토니안·장우혁(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 2 걸그룹 S.E.S.(바다·유진·슈.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도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패션에 영향을 끼쳤다. 이들 외에도 배우 이영애·김희선·이병헌·김혜수(왼쪽부터) 등이 의류뿐 아니라 머리 모양, 화장법 등에서 90년대의 유행을 선도했다. [중앙포토]

 90년대 패션의 변화를 이끈 세대는 교복 자율화 세대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중고생 시절. 학교에선 물론이거니와 평상복으로도 교복을 입는 것이 더 당연했던 때가 있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겐 낯선 이야기일 뿐이지만 불과 30년 전 얘기다. 교육 당국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는데 이 조치는 1983년 없어졌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이 조치는 “한반도에서 배재학당 학생들이 처음으로 교복을 입기 시작한 1898년 이후 85년 만의 일”이었다. 83년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세대는 1989년 대학교 1학년이 됐다. 중·고교 6년 동안 온전하게 자유복의 감각을 길러온 첫 세대가 패션 소비자로 본격 입문한 것이다. 게다가 이 시기는 88 서울올림픽을 치른 이듬해여서 패션을 대하는 사회 분위기 역시 개방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던 때다. 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해 대중문화 전반에 충격을 줬고 93년엔 문민 정부가 들어섰다. 90년대엔 국제적인 변화도 많았다. 91년 소련이 해체되고 같은 해 걸프전이 일어났다. 94년엔 유럽연합(EU)이 출범했고 95년엔 세계무역기구(WTO)가 결성됐다. 개인용 컴퓨터(PC)가 일반화됐고, 후반부 들어 인터넷 사용도 시작됐다.

# ‘강남 vs 강북’의 원조 90년대

90년대를 소재로 삼아 올 초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 [중앙포토]
패션계에선 90년대를 1997년 11월 IMF 외환 위기를 기준으로 삼아 전후로 나누고 있다. 홍익대 패션디자인과 간호섭 교수는 반도패션·한일·제일모직 등 대기업이 기성복 업계에 참여한 70년대부터 86 아시안게임 전까지를 “국내 패션의 태동기쯤 된다”고 설명한다. 86년부터 IMF 전까지는 “여성복을 중심으로 한 꾸준한 성장기”로 본다. 80년대 후반부터 96년에 이르는 시기가 “본격적인 한국 패션이 펼쳐진 시기”라는 것이다. 당시 패션 동향의 주축을 이룬 여성복 브랜드는 춘추전국 시대였다. ‘데코’ ‘비아트’ ‘마르조’ ‘메르꼴레디’ ‘꼼빠니아’ ‘비꼴리끄’ ‘예츠’ ‘키이스’ ‘미샤’ 등 수많은 여성복 브랜드가 90년대 초반 태어나거나 전성기를 맞았다. 패션을 즐길 만한 경제력을 갖춘 20대 중·후반~30대 초반 여성들을 타깃으로 했다. 요즘 TV를 점령한 패션 광고는 아웃도어 의류다. 90년대 아웃도어 의류의 자리는 여성복 브랜드가 차지했다. 당시 TV에선 브랜드 이름을 외치는 여성복 광고를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첫 교복 자율화 세대가 이들 여성복 브랜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면 청소년 패션에선 ‘강남 vs 강북’ 구도가 화제였다. H.O.T, SES 가 주도한 ‘힙합 패션’은 강남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강북에선 ‘복고’라 불리던 통 좁은 바지와 몸에 꼭 맞는 재킷 등 정반대 현상이 두드러졌다. SK네트웍스 ‘오즈세컨’ 디자인실장 채진숙씨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처럼 패션에서 강남과 강북의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던 게 90년대”라고 해석했다. 그는 “‘힙합 패션’에선 ‘동네 먼지를 다 쓸고 다닐 정도’로 통이 넓고 길이가 긴 바지가 주요 요소”라며 “넉넉한 하의 때문에 상의는 티셔츠 등을 간단히 입고 그 위에 야구 점퍼 같은 것을 입는 것이 일반적인 차림으로 통했다”고 말했다.

 요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아 ‘90년대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30대는 90년대 청소년기를 겪었다. 90년대 청소년의 ‘강남 스타일’에선 해외 브랜드도 적극 소개됐다. 게스(Guess)나 루츠(Roots) 같은 브랜드가 그것이다.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해외 유학생을 통해 유입된 이들 브랜드는 파급 효과가 컸다. 구입 경로도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데다 가격도 만만찮았기 때문에 브랜드 로고만 따라한 소위 ‘짝퉁’ 상품이 많이 팔리기도 했다. ‘이스트팩’ ‘잔스포츠’ 같은 배낭이 전국 중·고교생의 필수 품목이 된 것도 90년대 현상으로 꼽힌다.

 대중 음악계의 스타들이 청소년 패션에 영향을 미친 만큼 드라마를 통한 유행 창출 효과가 커진 것도 이 시기다. 드라마에 등장한 배우들의 스타일이 대중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김희선 머리띠’ 같은 히트 아이템이 등장하기도 했다. 화장법도 지금과는 정반대 경향을 보였다. 화장 한 듯, 안한 듯 한 민낯 화장법이 수년째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과는 달랐다. 오히려 입술선을 최대한 크고 두껍게, 그리고 아이섀도를 짙게 칠하는 ‘김혜수 화장법’이 한창 유행한 것도 90년대다.

 패션 전문가들이 꼽는 90년대 ‘대표 유행 패션’으로 ‘청청패션’도 빼놓을 수 없다. 청바지와 데님 재킷, 데님 조끼 등 상·하의를 모두 푸른색 일색으로 꾸민 것이다. 90년대 당시엔 한동안 유행한 패션으로 꼽히는데 올해 유행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올해 봄·여름 패션쇼에선 3.1필립림, 발맹, 라코스테, 바나나 리퍼블릭 등 많은 해외 브랜드가 패션쇼에서 ‘청청패션’을 선보여 국내외를 통틀어 90년대 유행이 전반적인 현상임을 실감케 하고 있다.

# 30대를 위하여

90년대가 패션을 비롯한 문화 전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주된 이유로 30대의 소비력이 꼽힌다. 소비력이 왕성한 이 세대가 소비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이들이 좋아하는 어떤 것이든 매력 요소만 뽑아낸다면 흥행한다는 것이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최근 “외환위기와 취업전쟁 등을 거치며 청춘의 시기를 치열하게 살아온 30대가 문화 소비의 주체로 떠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레트로’, 즉 복고는 같은 시대를 향유했던 사람들 사이에 소속감을 고양해줄 뿐 아니라 익숙한 콘텐트를 통해 사회 생활에서 오는 불안감을 상쇄해 준다”고 해석했다. 케이블채널 tvN의 흥행작 ‘응답하라 1997’이나, 홍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90년대풍 클럽 ‘밤과 음악 사이’ 등이 지금의 30대가 10대이던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장치란 설명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도 마찬가지다. 갓 마흔에 들어선 1972년생 세 남자가 청춘을 보낸 시기가 90년대고, 이들이 극중 대학시절 미팅 장면 재연에서 보여준 패션이 90년대 패션의 전형이다. 헤어스프레이를 뿌려 머리에 잔뜩 힘을 준 것이나, 컬러 스프레이를 사용해 색깔을 달리한 것, 셔츠나 스웨터를 허리에 묶어 연출하는 것 등이 그렇다.

# 살아남은 90년대 패션의 후예들

IMF 외환위기 이후 패션 기업을 비롯해 많은 회사가 사라졌다. 1997년 직전까지 몸집을 불리면서 물량공세를 퍼붓던 많은 패션 브랜드가 정리됐다. 이후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브랜드는 최근 90년대를 복원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9월 ‘오즈세컨’은 15주년을 맞아 기념 전시를 열기도 했다. 90년대 유행했던 옷들을 모아냈고 일부 아이템은 올해의 상품에 반영하기도 했다. 1977년 태어나 90년대를 풍미한 ‘톰보이’는 기업회생절차를 거쳐 지난해 신세계 인터내셔날에 인수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브랜드를 재정비한 톰보이는 올해 클로에 셰비니를 브랜드 모델로 기용하며 변신 중이다. 신원에선 90년대를 복원하기 위해 접었던 브랜드를 되살리기도 했다. ‘I.N.V.U.’는 2003년 사업 부진으로 브랜드가 사라졌지만 2010년 재론칭했다.

자료=삼성디자인넷, 제일모직, SK네트웍스, 신세계인터내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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