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없는 것이 비결' 세계 속 장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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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촌' 파키스탄 훈자 마을의 장수 비결은?
파키스탄 북쪽, 중국으로 넘어가는 키라코람 하이웨이,해발 2500m정도의 산동네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 사는 사람도 많지않고, 찾는사람도 많지않은 평화로운 훈자마을은 산좋고, 물좋고, 공기좋고, 사람도좋은 평화로운 동네입니다.
훈자 사람들의 조상은 알렉산더 대왕의 세병사가 각자의 페르시아인 아내들과함께이곳에정착하면서부터라고알려져있는데, 그래서인지 훈자사람들의 모습은 아리아계의 특징을 고루 갖추고 있다. 훈자 사람들은 용맹스럽고 성실하며 만년설이 녹아내리는 계곡물을 이용해 계단식 밭에 농사를 짓거나 양이나 염소 같은 가축을 방목하며 생활 한다.
히말라야 깊은 산속에 자리 잡고 있는 훈자마을은 이름난 장수촌이다. 주변은 해발6,000m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추운 겨울에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가지만 여름에는 영상 30도까지 올라가는 급격한 온도변화를 보인다. 평균 해발고도 2,500m에 있는 훈자의 산소량은 16.5%, 습도50%로 건강에 좋은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다.
훈자지역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데에는 영국의 맥카리슨 박사의 영향이 크다. 1920년 인도국립영양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한 그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지역에 세계 최장수 마을이 있다는 말을 듣고 훈자지역을 방문했다. 박사는 주민대다수가 90세가 넘도록 장수한다는 점과 주민들의 음식이 언뜻 보기에도 영양학적으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없다는 점 사이에서 불가사의함을 느꼈다.
그래서 결국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쥐 그룹에게는 훈자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두 번째 쥐그룹에는 인도인의 음식을, 세 번째 그룹에는 영국인의 음식을 주어 사육했다. 사람 나이 70세에 해당하는 쥐들의 생육 기간인 2년 후 박사는 놀랄만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훈자음식으로 사육된 쥐들은 단 한 마리에게서도 병변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인도음식으로 사육 된 쥐들은 반 정도가 간염이나 탈모 등 여러 병변이 보였고 흰빵, 버터, 백설탕, 햄, 소시지 등 영국 음식으로 사육된 쥐들은 거의 병들었거나 이미 죽은 뒤였다.
이러한 동물 실험을 통해 훈자에서 먹는 음식이 장수에 매우 중요한 비결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훈자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에는 차파티(효모를 넣지 않고 통밀을 반죽하여 둥글고 얇게 만들어 구운빵), 말린 콩류, 마늘죽, 갓짠 우유, 식물성기름, 설탕을 넣지 않고 3개월간 자연 발효시킨 포도주, 요구르트에 양젖을 넣고 저어 만드는 라시, 잎이 푸른 싱싱한 채소, 다양한 과일 등이 있다.
과일은 대개 껍질을 벗기지 않고 씨까지 모두 먹으며 식사량은 적은 편이다. 훈자 지역은 어디에든 살구, 호두 등의 과실이 풍부하다. 특히 살구는 건조시켜 겨울에 먹는 등 사계절 내내 즐겨 먹으며 씨도 버리지 않고 땅콩이나 아몬드처럼 먹거나 기름을 짜내 요리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이 살구씨 기름에는 비타민 E와F가 많이 함유 되어있다. 씨와 껍질은 연료로 쓰는 등 그야말로 버리는 것 하나 없이 이용한다. 어느 집을 방문해도 제일 먼저 내놓는 것이 차와 더불어 이 말린 살구다.
과일의 씨뿐만 아니라 밀 등의 곡식도 거의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먹는다. 껍질째 빻은 밀에 연한 자연향초를 넣어 만든 차파티 같은 흑빵이 주식이고 아침은 다우드수프라는 밀죽을 쑤어 감자, 달걀, 채소, 육류 등 다른 음식과 함께 먹는다. 또 식사 때 마다 마늘, 양배추, 무 등의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도 특징이다.
특이한 것은 과일 중에서도 신맛이 강한 것을 많이 먹는데, 훈자에서 가장 많이 먹는 과일은 매실과 말린 살구로 거의 매일 먹는다고 한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풍부한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한다는 것이다. ‘장수’ 하면 보통 채식을 생각하기 쉬우나 이들은 양고기, 쇠고기, 삶은 달걀, 기름을 두르고 볶은 볶음밥을 즐겨 먹는다.
또 양젖이나 양젖으로 만든 발효유, 버터 등도 적지 않게 먹고 있다.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에 돼지고기는 전혀 먹지 않지만 육류 섭취는 충분히 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성인병의 요인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건강장수의 요인이 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육류, 달걀, 유제품을 통한 동물성 단백질 뿐만 아니라 콩과 감자를 통한 식물성 단백질도 고루 섭취하여 식단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훈자의 물은 울타르피크(Ultar Peak) 산에서 흘러 나와 검은 모래지대를 지나서 마을로 내려오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탁한 회백색으로 불결해 보이지만, 철과 망간 등 몸에 좋은 광물질이 다량 함유되어있다. 현지에서는 ‘생명의물’ 이라고 불리는 이 물로 주민들은 음식을 해 먹고 식수로 이용한다.
이곳 사람들은 만년설이나 빙하가 녹아내려 흐르는 이 계곡물이 장수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훈자의 또 다른 장수 요인으로는 부지런한 생활 습관을 꼽을 수 있다. 저녁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아침 일찍 일어나기도하고 식사를 한 후 해질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며 항상 몸을 움직인다.
낮에 쉬고 있거나 누워있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거의 힘들 정도다. 또 훈자 사람들은 산길을 많이 걸어 하체가 튼튼하고 심장과 호흡기 계통이 강할 뿐 아니라 성격도 쾌활하여 친구를 많이 사귀며 활기찬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학자들은 이들의 장수비결에 곡식과 채소 위주의 식생활도 큰 역할을 하지만 고산지대 특유의 맑은 공기와 스트레스 없는 사회적 환경이 무엇보다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문명의 편리함을 멀리하고 흙으로 지은 집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온몸을 대자연의 품속에 맡긴 채 여유롭게 살아간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과 웅대한 자연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온순해지고 욕심이 없어지는 것 이다. 또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는 사고방식으로 나이가 들어서도 항상 적극적으로 일한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지면 곧바로 잠드는 규칙적인 삶을 평생 지키고 있는 것이다.
꾸준하고 규칙적인 이러한 노동 덕분에 동물성 지방에 많은 콜레스테롤도 몸에 축적 될 사이 없이 소멸되어 버린다. 고립된 환경 속에서도 자급자족하며 오순도순 살아가던 훈자에 요즈음 들어서 외지인들이 찾아오고 인스턴트식품이 유입되면서 점차 장수 지역으로서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평균수명이 떨어지고 있으며 100세가 넘는 노인을 만나기도 쉽지가 않다.
전기가 들어오고 문명의 이기가 자리를 차지하면서 살기는 한결 편해졌지만 수명이 단축되고 이웃 간의 정(情)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하니, 편리한 현대 문명의 이기와 건강과의 상관관계는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글/사진 허용선 여행칼럼니스트
건강 보험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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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북부 훈자마을
파키스탄 북부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한 자락에 있는 세계적인 장수마을 훈자.
세계일주의 끝낸 여행자들이 다시 한번 가고싶은 곳 1위로 뽑힌 여행지.
신라 고승 혜초가 서역을 왕래했던 길이며 옛 실크로드의 무대가 되었던 마을.
훈자마을에 대해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미사어구 붙인다고 하더라도 부족하기만 할 뿐이다.
험준한 고산 협곡속에서 사는 경이로운 삶과 꿈속처럼 아름다운 풍광이 어우러져 도시 생활에 지친 모든 여행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정화시켜 준다. 살구나무와 키 큰 백양나무가 만년설의 설산들과 어우려져 있고,마을 곳곳에 어린 아이들의 동심으로 가득한 이곳은 영원히 머물고 싶을만큼 행복하게 해주는 곳이다.
그저 빨래를 널다가도 뒤만 쳐다봐도 배시시 웃음짓게 만드는 곳. 그런 곳이 바로 훈자 마을이다.
인간이 만든 기적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길. 해발고도 2500미터에 피어나는 살구나무들 사이로 이어지는 계단식 수로. 고개를 들면 어디서나 눈 쌓인 설산. 꽃 핀 살구나무 아래 서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그 사이 더 짙어진 꽃 향내. 세상의 일 따위야 다 잊어버린 채 내내 머물고만 싶어지는 수로의 마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무대가 되었던 곳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Abbottabad)에서 중국 신장의 카슈가르(Kashugar)까지 뻗어나간 1200킬로미터의카라코람 하이웨이. 히말라야, 힌두쿠시, 카라코람의 거대한 산맥들을 가로지르며 만들어진 이 도로는 20년간 파키스탄측 810명, 중국측 8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공사였다. 그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따라 이슬라마바드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열다섯 시간 이상을 달리면훈자 계곡(Hunza Valley)과 만난다. 7790미터의라카포시(Rakaposhi) 산의 발치를 적시는 훈자 강을 따라 형성된 계곡이다.
훈자 계곡의 중심은 발팃(Baltit) 성채가 자리한카리마바드(Karimabad). 해발고도 2438미터의 고지에 봄이면 살구, 복숭아, 자두, 사과, 앵두나무가 다투듯 피운 꽃이 온 마을을 뒤덮고, 가을이면 빨갛게 익은 사과와 노랗게 물든 포플러 나무들 너머 흰 설산의 이마가 눈부신 곳이다. 한때 이 지역 사람들의 장수와 건강으로 인해 세계의 조명을 받기도 해서샹그릴라를 그린 제임스 힐튼의 소설잃어버린 지평선>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다


수로길 따라 걷는 천상의 트레킹 코스
이곳의 랜드마크는 계곡의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인간이 만든 수로이다. 훈자의 생활은 이 수로에 기대어 있다. 과일나무들의 물 대기는 물론, 옥수수나 밀 같은 곡류의 생산, 땔감이나 목재용 나무들의 성장까지. 그 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봄을 맞을 수 있는 천상의 트레킹 코스다. 코스는 무궁무진하다. 딱히 길을 정하지 않고도 수로를 따라 아랫마을에서 웃마을로, 웃마을에서 옆마을로 걸어다닐 수 있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일이 지겨워질 무렵이면 작은 배낭을 메고 조금 멀리 다녀올 수도 있다.


울타르 날라(하천)에서 시작되는 메인 수로를 따라 걷는 3-4시간 소요의 트레킹은 훈자를 둘러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주변으로 수없이 가지를 치는 작은 수로들을 피해 큰 수로만 따라 걷는 길이다. 길은 카리마바드 북쪽 끝 폴로 경기장에서 왼쪽으로 틀어 수로로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수로 옆으로 만들어진 좁은 오솔길은 하이드라바드 날라까지 이어진다. 혹은 발팃 포트에서 시작해 퀸 빅토리아 모뉴먼트를 돌아 나오는 더 짧은 코스도 있다. 또, 카리마바드 아랫마을인 가니쉬 마을로 가는 짧은 수로길(2킬로), 시장과 버스 터미널이 있는 알리아바드로 가는 먼 길(9킬로)도 있다. 어느 길을 선택하더라도 수로 옆으로는 오솔길과 나지막이 엎드린 돌집들, 꽃 핀 살구나무들이 따라온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들
조금 더 높이 올라가고 싶다면 훈자에서 가장 높은 마을인 멜리쉬카르와 두이카르(Melishkar & Duikar 3000미터)로 가는 길을 택하자. 카리마바드의 중심 거리인 바자 거리를 지나 카페 드 훈자의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된다. 4월 말이 되면 살구꽃이 진 자리에 라일락과 복숭아꽃이 피어나고 미루나무 잎들이 싱그럽게 피어나 천지가 초록으로 눈부시게 변한다.
알디트(Aldit) 마을-이곳의 성채는 발팃 포트의 미니어처처럼 작고 귀엽다-을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에 접어든다. 주변으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계단식 밭들이다. 샤바드 마을을 거쳐 계속 올라가면 두이카르. 그곳에서 전방위로 펼쳐지는 훈자 계곡의 광대한 전경은 땀 흘리며 올라온 오르막의 고생을 보상해준다. 근처의 이글 네스트 호텔에서 맛있는 훈자 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나면 내려오는 일만 남는다.
훈자의 수로길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빼어난 풍경 못지 않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친절함이다. 훈자 사람들의 친절과 환대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퍼져있다. 수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린 동생을 업고 다니는 어린 누이나 수줍은 미소를 건네는 마을 여인들과 마주친다. 그들이 잡아 끄는 손에 못 이기는 척 따라가 차를 마시거나 말린 살구 따위를 얻어먹다 나오다 보면 목적지까지 걷지도 못한 채 하루 해가 저무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러니 훈자를 방문할 때는 일정이 고무줄처럼 늘어질 수도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지상의 샹그릴라로 믿어지는 곳들이 다 그렇듯 이곳 역시 들어가기도, 빠져 나오기도 어려운 곳이기에.


여행 코스 소개

훈자 계곡의 중심지인 카리마바드는 다양한 트레킹을 할 때 베이스캠프로 삼기에 좋은 곳이다. 편리한 교통과 숙박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주변 마을과 산을 트레킹하기 최적의 마을이다. 가니쉬(Ganish)마을과 나기르(Nagyr) 마을, 알리아바드(Aliabad)까지의 반나절 짜리 트레킹, 더 체력이 된다면 울타르 메도우(Ultar Meadow 왕복 7시간)나 호퍼(Hoper 왕복 9시간)까지의 트레킹도 가능하다. 또 버스를 타고 나가 파수와 굴밋 빙하에 다녀올 수도 있다.
찾아가는 길

이슬라마바드에서 길기트(Gilgit)까지 버스나 비행기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미니버스로 갈아타고 세 시간을 더 가야 카리마바드다. 도로사정에 따라 이슬라마바드에서 24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여행하기 좋은 때

가장 좋은 계절은 4월부터 9월이다. 3월부터 5월 초까지 훈자에 머물렀던 경험으로 봤을 때 봄이 시작되고 살구꽃이 피어나는 4월이 가장 좋았다. 아직 본격적인 여행 시즌이 시작되지 않아 덜 붐비지만 이미 봄빛이 완연해 느긋하게 봄을 맞기에 좋은 계절이다. 훈자의 5월 최고 기온 27도, 최저기온 14도. 10월의 최고기온 10도, 최저기온 -10도.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10월부터 4월까지는 종종 눈에 의해 막히는 경우가 많다.
여행 TIP

훈자계곡은 훈자 강의 북쪽에 위치해있다. 훈자의 메인 타운인 카리마바드는 빼어난 자연 환경 때문에 인기 있는 관광지다. 라카포시를 비롯한 많은 6-7000미터급 설산과 호수, 빙하에 둘러싸인 훈자를 즐기기 위해서는 기간을 넉넉하게 잡고 천천히 이곳저곳을 둘러봐야 한다. 가급적 한 곳에 오래 머물며 동네를 소요하는 방식으로 여행하자. 카리마바드의 하이데르인과 올드 훈자인은 모두 토속음식이 뷔페 스타일로 나오는 싸고 맛있는 저녁식사로 유명하다. 최근 파키스탄 북부 지역의 치안 상황이 좋지 않으므로 미리 확인하고 출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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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의 살람, 중동〈1〉 파키스탄 훈자
만년설로 하얗게 뒤덮인 7788m 라카포시산 장엄
베이스캠프를 바로 눈앞에 두고 길이 끊겨
더 이상 갈 수 없어 눈을 파고 텐트를 쳤다
[세계일보]
입력 2012.07.05 21:46 수정 2012.07.06 20:57
6월까지 10회에 걸쳐 연재한 '이미자 시인의 동유럽 언플러그드'에 이어 6일부터 새롭게 '강주미의 살람, 중동'을 선보인다. 강씨가 2007년부터 이듬해까지 중동지역 국가들을 여행하며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연재한다. 여행은 파키스탄에서 시작해 이란·오만·예멘·요르단·레바논·시리아·터키 등 순서로 이뤄진다. 아프리카의 모로코·모리타니·세네갈 등도 다뤄볼 작정이다. 강씨는 "세계일보 독자들에게 나와 함께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겠다"고 연재 포부를 밝혔다. '살람'은 이슬람의 인사말로 평화 혹은 신의 가호를 빈다는 뜻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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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카포시산 등정을 위한 베이스캠프에서 바라본 풍경. 라카포시산의 만년설이 장엄하다. |
중국에서 출발하면 국경마을 소스트를 통해 갈 수 있고,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출발하면 대우건설이 닦아 놓은 고속도로를 타고 갈 수 있다. 이란에서 출발한다면 국경마을 퀘타를 통해 들어가면 되는데 여러 날 걸린다. 나는 인도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이슬라마바드에서 버스를 타고 3일에 걸쳐 훈자지역 카리마바드에 도착했다.
깊은 밤은 아니었는데도 해발 평균 2438m인 훈자지역은 벌써 깜깜해지고 전기 불빛이 드물게 보였다. 대신 세상을 밝혀주고 있는 건 가까이 내려앉은 밤하늘의 별빛뿐이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 별빛은 바람에 실려 내려와 세상에 뿌려지고 있었다. 살구꽃잎이 훈자의 바람에 날려 빛을 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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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자지역 여행 도중 만난 어린이들. 해맑은 미소가 사랑스럽다. |
나는 4월에 맞춰 도착한 덕분에 살구꽃이 흩날리는 장관을 볼 수 있었고, 살구 주스부터 살구 푸딩까지 살구를 실컷 느낄 수 있었다. 4∼5월이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로 기온이 섭씨 20도가 넘는 날씨가 계속된다. 트레킹을 위해서라면 5월을 넘겨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눈 때문에 길이 열리지 않아 산을 오르기 힘들다. 산이 아니더라도 파키스탄 북부지역은 눈으로 유실되는 길이 많아 고생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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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키스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민들의 식사 모습. 바닥에 앉아 음식을 먹는 건 우리와 비슷하지만, 밥상을 사용하지 않는 점은 차이가 난다. |
질긴 고기는 그래도 맛있게 먹었지만, 바로 짠 염소나 양 젖은 도저히 먹지 못했다. 물이 귀한 이곳에서는 빙하가 녹아내린 물을 길어 먹는다. 그래서 물 색깔이 뿌옇다. 샤히다네 집 천장에는 구멍이 있어 그곳으로 빛도 들어오고 살구꽃잎도 떨어진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샤히다네 집으로선 뚫린 천장이 등 역할을 하는 셈이다. 샤히다는 우르두어(파키스탄어)로만 말했지만,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때로는 다른 언어로 얘기하는 것이 같은 언어로 얘기하는 것보다 오해가 덜 생긴다.
카리마바드에서 한 시간을 가면 미나핀이라는 마을이 나온다. 라카포시산을 오르기 위한 출발점이다. 새벽부터 오른 라카포시산은 쓸데없는 생각을 없애줬다. 힘들수록 무념무상의 상태로 빠져든다. 그냥 말없이 걷기만 한다. 힘겹게 오르는 산은 언제나 배신하지 않는다. 만년설에 뒤덮인 라카포시산은 거대한 빙하 덩어리와 함께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장엄하다'고 했다.
베이스캠프를 바로 눈앞에 두고 길이 끊겨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자연이 여기까지만 허락한다면 따라야 한다. 눈을 파고 텐트를 쳐서 그런지 새벽에 추워 깰 수밖에 없다. 밖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보니 별들이 가까이 내려앉아 있다. 잠깐 자고 또다시 추워 일어났을 때에는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떠오르는 해와 함께 나는 바위에 올라앉아 그림을 그렸다. 그 거대한 자연은 내 작은 화첩에도, 내 작은 마음에도 다 담을 수 없었다.
다시 카리마바드로 돌아온 나를 숙소 주인인 코쇼 아저씨가 반겨줬다. 코쇼는 요리를 잘하고 정이 많다. 한번은 여권까지 넣어둔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코쇼가 여권사진을 보고 내 것인 줄 알고는 잘 보관하고 있다가 돌려준 적도 있다.
또 그렇게 쉬면서 산들을 바라보고 며칠을 지낸다. 심심하면 이글네스트와 울타르에 가볼 수도 있다. 보석을 캐기 위해 갈 수 있는 곳도 있다. 울타르 가는 방향으로 가면 돌산이 있다. 돌에서 보석이 나온다는 산이다. 나는 두 시간 넘게 반짝이는 무언가가 박힌 돌들을 애써 캤는데, 보석이 아니라고 해서 힘들게 가져온 돌을 죄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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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리메도에서 바라본 낭가파르바트산의 모습. 초원에서 염소 한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
영화 '인디아나존스'를 찍은 곳으로 유명해져 일명 '인디아나존스 다리'로 불리는 서스펜스 브리지가 파수에 있다. 카리마바드에서는 차를 타고 두 시간쯤 가야 하는 곳이다. 나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 버스가 아니라 구름을 타고 가는 기분이 들었다. 절벽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버스가 빨리 달려 그렇게 느꼈나 보다. 하늘은 파랗다 못해 내 앞에 있는 듯하고, 구름은 하얗다 못해 조갯가루를 삼킨 듯하다. 산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우뚝 솟아 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후사니 마을이다. 마을을 지나쳐 한참 걸어가면 빙하가 녹아내린 물이 세차게 흐르는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나온다. 말이 다리지 실은 얼기설기 나무를 엮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빙하물이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추락하면 한순간에 휩쓸려 갈 것만 같다. 파수의 다리를 건너 길가로 나오면 보리호수가 있다. 거대한 호수에 설산들이 비치고, 몇가닥 남지 않은 풀은 염소와 양들이 뜯고 있다. 파수에서 보이는 설산은 그 유명한 K2(8611m)다.
다시 카리마바드로 돌아가는 길. 카라코람 하이웨이(KKH)에서 도로 일부가 유실됐단다. 산에서 바위가 떨어지고 빙하물이 계곡을 이루며 길을 뚝 잘라버렸다. 차는 당연히 못 지나가고 사람도 지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다들 차에 삽과 곡괭이 등 장비를 싣고 다닌다. 돌 징검다리를 만들고 나서야 겨우 사람만 지나갈 수 있었다.
훈자는 아름다운 산과 정이 있는 착한 사람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다. 살구꽃 향기가 훈자 바람에 실려 훈자 계곡을 감싸안고, 설산의 차가움까지 녹여주는 그런 곳이다. 나는 추억을 가방에 챙겨 넣고 파키스탄의 유일한 비이슬람 지역이자 다음 목적지인 칼라시 벨리로 향한다.
여행작가 강주미
◆강주미씨는 1979년생으로 성신여대 동양화과 재학 중 획일화된 대학교육에 실망해 중퇴하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저서로 에세이 '중동을 여행하다'(아메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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