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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127> 수술 패러다임 바꾸는 로봇 [중앙일보]

ngo2002 2010. 3. 19. 15:47

 2010.01.27 01:26 입력

흉터·통증·합병증 줄인다, 1대 25억원짜리 꼼꼼한 ‘로봇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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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목욕탕에 가면 종종 몸에 흉터가 있는 분들을 봅니다. 배 한가운데 크고 길게 남아 있는 수술자국. 보기만 해도 수술 당시의 아픔이 느껴지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당사자는 그 흉터를 볼 때마다 얼마나 속상할까요. 그래서 요즘 의학계에선 환자의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수술용 로봇 시스템인데요. 배에 작은 구멍을 낸 뒤 카메라와 수술도구를 넣어 하던 기존의 복강경수술에서 발전한 수술입니다. 의료계 수술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로봇수술을 조명해 봅니다.

이주연 기자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나군호 교수가 콘솔 박스에서 조이스틱을 이용해 로봇의 팔을 움직여 원격 수술을 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몸길이 2㎝. 애벌레 로봇이 가슴의 작은 절개구멍을 통해 삽입된다. 무사히 심장에 도달한 애벌레 로봇이 심장 주위를 기어다니며 약을 주사하고 치료 장치를 부착한다.’ 세계 최소의 수술용 로봇 얘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7년 미국 카네기멜런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수술용 로봇 하트랜더(Heartlander)다. 아직 동물실험에 그치고 있지만 상용화가 머지않았다.

로봇을 수술에 이용하는 ‘로봇수술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국내외 병원에는 수술용 로봇을 도입해 환자에게 적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로봇수술의 선두주자는 다빈치(Da Vinci)다. 2000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뒤 전 세계적으로 약 1200대의 판매를 올리며 의료장비 시장의 성공신화로 자리매김했다. 1대당 220만 달러(약 25억원)를 호가할 정도로 고가장비지만 지난해 상반기까지 미국에 900여 대, 유럽에는 200여 대가 설치됐다.

우리나라는 2005년 7월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시작으로 현재 22개 병원에서 25대가 가동 중이다. 수술건수를 두고 벌이는 병원 간 경쟁도 치열하다. 선점효과를 누린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지난해 10월 3000건을 기록했다. 처음 500건을 돌파하는 데 2년이 걸렸지만 그 후 9개월 만에 1000건, 다시 9개월 뒤엔 2000건, 그 뒤 7개월 뒤엔 3000건 하는 식으로 가속도가 붙고 있다. 그 뒤를 서울아산병원이 1100여건(현재 기준)으로 추격하고 있다.

2차원 복강경수술에서 3차원 영상으로 발전

로봇수술은 외과계에선 ‘제3의 물결’이다. 지금도 대다수의 외과수술은 개복수술로 한다. 칼로 피부에 절개창을 내 수술 부위를 드러낸 뒤 자르고, 묶고, 꿰맨다. 이 작업에는 넓은 공간이 필요해 절개창이 길 수밖에 없다. 개복으로 인한 출혈과 감염발생의 위험, 그리고 수술 후 통증, 장기입원, 긴 흉터를 감수해야 한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방법이 복강경 수술이다. 환자에게 가해지는 피해를 최소화(최소 침습)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였다. 복강경 수술은 배에 1㎝ 미만의 작은 구멍을 몇 개 뚫은 뒤 카메라와 수술 도구가 달린 기구(대롱)를 삽입해 영상 모니터를 보며 시술한다. 1987년 프랑스 외과의사 뮤레(Mouret)가 처음으로 복강경을 이용한 담낭절제술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복부에 생긴 질환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복강경수술은 절개 부위가 작아 수술 후 통증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2차원 평면 영상으로 보기 때문에 수술 부위의 거리감을 조절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또 수술도구가 길어 의사의 오랜 수련기간을 필요로 한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복강경수술이나 내시경수술을 자동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이렇게 발전한 형태가 오늘날의 로봇수술이다.

1997년 첫 임상, 다빈치·제우스가 시장 주도

원격수술 로봇 시스템인 다빈치는 높이 2m 무게 550kg에 4개의 팔을 갖고 있다.
수술용 로봇은 의사를 대신해 수술과정의 일부 또는 전체를 수행한다. 원격수술 로봇 시스템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의 다빈치와 미국 컴퓨터 모션사의 제우스(ZEUS)가 포함된다.

다빈치는 16세기의 천재 화가이면서 해부학의 기초를 정립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름에서 따왔다. 당시 다빈치가 인류 최초로 로봇을 설계했다는 흥미로운 사실이 전해진다. 다빈치의 첫 환자 적용은 1997년 벨기에에서였다. 1년 뒤 경쟁제품인 제우스가 만들어졌다. 시스템은 비슷하지만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나군호 교수는 “제우스는 복강경수술 기구와 모니터를 사용해 제한이 있다”며 “이에 반해 다빈치는 기구를 손목처럼 마음대로 구부릴 수 있는 동작이 가능하고, 3차원 입체영상이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수술용 로봇에는 이외에도 고(엉덩)관절과 무릎관절 수술 시 뼈를 가공하는 로보닥(ROBODOC), 신경과 척추수술 보조용으로 개발된 벡터비전(Vector Vision), 뇌수술 보조용 로봇인 뉴로메이트(NeuroMate), 안면이나 뇌와 같이 초정밀 위치 제어를 할 수 있는 램스(RAMS) 등이 환자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수술비 비싸고 건보 적용 안돼 환자 부담

원격 로봇수술은 복강경수술처럼 복부에 지름 5~8㎜의 구멍을 3~5개 뚫고 카메라와 기구를 넣어 수술한다. 이때 의사는 환자 곁이 아닌 수술대 옆 원격 콘솔박스에 앉아 조이스틱을 조작해 로봇 팔을 움직인다.

장점은 많다. 첫째는 작은 절개로 환자의 흉터와 수술 시 출혈, 감염위험, 수술 후 통증이 적다. 둘째, 보다 적황한 수술이 가능하다. 눈으로 직접 보듯 3D 입체영상을 통해 수술 부위를 10배 이상 확대해 볼 수 있어서다. 셋째, 기존 복강경수술로는 어려웠던 섬세한 동작이 가능해졌다. 넷째, 수술자의 손떨림 현상이 없다. 손떨림을 흡수하도록 설계 된 다비치는 향후 외과의사의 정년을 늦추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비용이 기존 복강경 수술보다 2~3배 비싸다. 게다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크다. 로봇 팔은 10회 이상 재사용하지 못하도록 설계돼 교체비가 계속 300~400만원씩 추가된다.

수술용 로봇이 경쟁적으로 도입되면서 과잉수술에 대한 지적도 일고 있다. 복강경수술과 비교할 때 가격 대비 치료효과가 크지 않음에도 로봇수술을 남용한다는 것. 나 교수는 “기존 수술과 로봇수술의 성적이 불과 10%밖에 차이 나지 않아도 환자들이 로봇수술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어떤 수술에 이용되나

미국선 90%가 비뇨기과
한국선 외과·산부인과 등 다양



우리나라에 수술용 로봇이 도입된 지 4년여가 됐다. 서양의 로봇수술에 비해 일천한 역사지만 세계 의료진이 우리나라를 보는 시각은 남다르다. 로봇수술 장비의 도입과 시행 건수가 크게 늘고 있는 데다 적용 분야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다빈치 수술의 90%가 비뇨기과에 집중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외과·흉부외과·이비인후과·산부인과 등 각 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전립선암·신장암·방광암

다빈치 로봇수술은 전립선암 등 비뇨기과 분야에서 기존 복강경수술보다 치료 성적이 월등히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군호 교수는 “전립선·신장·방광은 배 뒤쪽에 위치해 있고, 혈관과 조직이 가까이 붙어 있어 복강경 수술로 시술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로봇수술은 전립선 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인 요실금과 발기부전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수술에 다빈치가 적용되는 건 아니다. 경희대병원 비뇨기과 전승현 교수는 “너무 많이 진전된 4기 암의 경우 크기가 크기 때문에 비좁은 배 속에서 복강경이나 로봇으로 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이 경우엔 개복 수술을 권한다”고 말했다.

●식도암·심장수술

주변에 주요 장기가 많아 수술이 어려운 식도암 수술에도 적용된다. 기존 개흉술은 30~40㎝ 가슴을 열고, 늑골을 벌린 상태에서 시행한다. 다빈치 수술은 작은 구멍 4개만으로도 수술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후 통증이 적고 미용 효과가 뛰어나다. 그러나 늑막 유착이 있거나 암이 너무 진행돼 주변으로 전이된 경우엔 로봇수술 대상에서 제외된다.

심장 수술의 승모판·삼첨판·부정맥·심방중력결손(ASD)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이재원 교수는 “로봇수술로 할 때 더 잘 보여 꿰매기 쉬운 장점이 있으나 손으로 직접 했을 때보다 수술 결과가 월등히 좋은 건 아니다. 다만 절개 부위가 작아 환자의 회복이 빠르고 흉터가 작다”고 말했다.

●두경부암

수술용 로봇을 이용하면 사람 손이 접근하기 어려운 부위도 작게 째는 최소침습 방법으로 수술할 수 있다. 인두암과 후두암 등 이비인후과 영역의 두경부암이 대표적인 적용 질환이다. 로봇 팔이 입을 통해 들어가 360도 자유자재로 움직여 수술하기 때문에 정상 조직을 파괴하지 않고 종양을 제거한다.

●대장암·직장암·갑상선암

골반이 작거나 뚱뚱한 사람이 대장암이나 직장암에 걸리면 복강경수술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박윤아 교수는 "뱃속 깊이 위치해 시술자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로봇수술은 이러한 점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여성에게 많은 갑상선암도 흉터를 줄일 수 있어 로봇수술의 장점이 부각된다. 세브란스병원 외과 정웅윤 교수(세브란스병원 로봇트레이닝센터 소장)는 “동양인과 흑인은 백인보다 켈로이드나 비후성 반흔 피부가 많아 흉터가 두드러진다”며 “이 때문에 노출 부위에 상처를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통 수술을 할 경우 목 부위를 6~7㎝ 절개하지만 로봇수술은 겨드랑이에 5㎝ 정도 절개만으로 암덩어리에 접근할 수 있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기관지나 임파선으로 전이된 경우엔 로봇수술을 적용할 수 없다.

●부인암

부인과 영역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자궁내막암·자궁경부암·자궁근종·자궁선근종·자궁내막증식증 등이 모두 수술 대상이다. 그러나 아직까진 복강경 수술에 비해 성적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다빈치 로봇은 이외에도 간암·췌장암·심장질환 등에도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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