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12> 떠오르는 중국모델론
“권력을 인민에게” 홍콩학자 혁신론에 중국이 주목한 이유

21세기 초 전 세계적 화두는 중국의 부상과 그것이 가져오는 변화다. 세계는 중국이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이래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 왔고, 또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관심은 바로 ‘중국 모델’에 대한 논의로 나타난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에 따르면 중국 모델에 대한 논의는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이뤄져 왔다. 첫째는 중국 모델의 존재 유무. 둘째는 중국 모델이 보편성을 갖느냐 하는 점. 셋째는 중국 모델이 지속 가능하냐는 점이다.
중국 모델은 남미와 아프리카 등 여러 국가의 주목을 받는다. 권위주의 정권을 유지하면서도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우간다를 방문한 리위안차오 중국공산당 조직부장(가운데)이 아마마 음바바지 우간다 총리에게 열쇠모형을 건네고 박수를 치고 있다. 이 열쇠는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건설되고 있는 9층짜리 우간다 정부 빌딩의 문을 여는 상징이다. [캄파라 AP=연합뉴스]먹고살기 바빴던 중국, 천안문 사태 후 장기발전 눈 떠

첫째로 중국 모델이 존재하는가 여부의 문제다. 이와 관련된 기존 논의에선 긍정론과 부정론이 양립한다. ‘중국적인 것(chineseness)’이 매우 가변적이고 지역적으로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어서 범주화하기 어려우므로 중국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부정론의 입장이다. 긍정론은 그러나 중국이 이제까지 이룩한 경제성장과 개혁·개방의 성과를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중국 모델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딩쉐량은 중국 모델이 존재한다는 긍정론의 입장에 서 있다.
그는 중국 모델이 만들어진 시점을 1989년 천안문(天安門) 사태 이후로 꼽고 있다. 70년대 말 개혁·개방을 시작한 이후 80년대 말까지의 10여 년은 중국 모델이라는 이름 자체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인민을 배불리 먹이는 일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략이란 게 아예 없었다. 그러나 이 기간 중국은 치열하게 고민했다.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탐색한 것이다.

공장 관리권을 노동자에게 준 유고의 ‘노동자 자치 모형’, 국유기업 위주의 사회주의라는 큰 틀 안에서 가족기업을 허용한 헝가리, 고속성장의 일본과 아시아 네 마리의 용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발전 경험을 살폈다. 이 중 같은 화인(華人) 사회인 대만과 홍콩의 발전은 중국 지도부에 큰 충격을 줬다. 이 같은 탐색과 고민, 연구를 통해 80년대 후반부터 형성된 중국 모델은 현재 3개의 체계로 이뤄져 있다고 딩쉐량은 주장한다.
공산당원 8000만 명…비밀정보원 비율 3%, 세계 1위
첫째 체계는 정치적 측면으로 권력의 구조에 관한 것이다. 이 권력 구조는 ‘핵심적 레닌주의’로 불린다. 핵심적 레닌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일당집권의 원칙이다. 레닌에 따르면 이 구조는 한 사람의 지도자, 또는 소수의 집단이 엄격한 기율을 갖춘 정당을 이끌고 또한 위에서 아래로의 권력 전달 방식을 통해 당내 문제와 국가의 대소사를 처리한다. 이런 핵심적 레닌주의가 있기 때문에 오늘날 중국공산당을 공산당이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체계는 사회적 측면으로 ‘중국 특색의 사회통제 시스템’이다. 중국 사회는 8000만 명이 넘는 공산당원과 수 많은 주민소조 등 일상생활 구석구석까지 통제할 수 있는 촘촘한 그물망 체제에 갇혀 있다. 20세기 전 세계에서 비밀정보원 비율이 가장 높았던 국가는 동독으로 인구의 1.5%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안정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穩定壓倒一切)’는 구호를 외치며 사회 안전을 제일로 삼는 중국의 비밀정보원 비율은 그 두 배인 3%에 이른다.
셋째 체계는 경제적 측면으로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시장경제다. 앞서 ‘핵심적 레닌주의’와 ‘중국 특색의 사회통제 시스템’은 경제 발전을 위한 정치적 환경과 사회적 보장인 셈이다. ‘통제된 시장경제’는 사회주의에 시장경제를 도입해 시장경제의 신선한 피와 신선한 공기를 흡입은 하지만, 시장경제 앞에 ‘통제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정부 산하의 독점적 대형 기업을 유지해 나가는 체제다.

“먼저 부자 되자” 정책이 만든 부패와 관료주의 병폐
둘째로 중국 모델의 보편성에 대한 논의해 보자. 이에 대한 기존 논의 또한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갈린다. 긍정론은 중국 모델이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한 대안적 사고와 국제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부정론은 중국 모델은 ‘중국적 특색’이 반영된 것으로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딩쉐량은 부정론을 지지한다.
그에 따르면 중국 모델의 세 축인 ‘핵심적 레닌주의’와 ‘중국 특색의 사회통제 시스템’ ‘정부 통제 시장경제’는 유기적이고 활력적으로 전체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전체 형태가 변하게 된다. 따라서 중국 모델을 타국으로 수출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룩한 경제성장의 기적을 수입하고 싶으면 나머지 두 축도 함께 수입해야 하기에 보편성을 띠지 않는다는 주장인 것이다.
셋째로 중국 모델의 지속 가능성 여부를 검토해 보자. 기존 논의는 역시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나뉜다. 긍정론은 중국 모델이 중화전통과 소련, 서구의 경험을 응축해 중국에 적합한 체제를 만들어냈듯이 앞으로도 ‘수축과 적응’을 통해 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부정론은 정부 주도 투자에 의존한 성장 패턴이 한계를 맞고, 또 정치체제의 안정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 중국 모델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딩쉐량 “혁신 있어야 중국모델 지속 가능”
이와 관련해 딩쉐량은 중국 모델이 현재 심각한 위기를 맞았으며, 혁신이 있어야만 지속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중국의 성장이 크게 네 가지 대가를 치르며 이뤄져 왔기 때문에 위기가 초래됐다고 주장한다. 농민, 여성 등 약한 집단에 대한 끊임없는 박탈, 환경 파괴, 부패, 지성인이 활동할 장에 대한 규제 등이 바로 그 네 가지 대가다. 친후이(秦暉) 칭화(淸華)대 교수가 “중국 제품의 국제적 경쟁우위는 낮은 비용의 인권과 낮은 비용의 환경에서 기인한다”고 비판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튼 이런 네 가지 대가를 토대로 당과 정부의 관리들이 자신들이 가진 능력과 자원을 이용해 ‘먼저 부자가 되자’는 길을 걸은 결과, 중국엔 특권층의 기업경영, 관상(官商) 결탁, 금권(金權) 거래와 같은 특권시장경제가 출현하게 됐다는 것이 딩쉐량의 진단이다. 즉 관료주의 병폐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는 ‘대중이 모두 가난한’ 상태에서 ‘일부 사람이 먼저 부유해지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특권이 시장교역에 참여하게 된 것을 소수 사람들을 위한 ‘소중(小衆) 시장경제’라 부른다.
“권력을 인민에게” 새로운 중국모델 인민일보서 주목
이 같은 소수 관료(중국에서는 주로 간부로 불린다)의 부패를 어떻게 억제할 수 있을까. 언론의 투명성과 사법의 독립성이 필요하다고 딩쉐량은 역설한다. 그것은 곧 ‘권력을 인민에게 돌려주는 것(還權予民)’이다. 재화를 창조해 낼 권리를 민중에게 돌려주고 ‘인민을 근본으로 삼는(以民爲本)’ 방향 속에서 국가의 재화를 운영하고 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새로운 중국 모델을 ‘대중(大衆)시장경제’라 정의한다. 중국 대중이 시장경제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고, 시장경제의 성과를 함께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논지를 담은 딩쉐량의 저서가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주목을 받았다는 건 앞으로 중국공산당이 어떤 길을 걷게 될지를 엿보게 해주는 좋은 힌트다.
딩쉐량=홍콩과학기술대 사회과학부 종신교수이며, 중국 저장(浙江)대와 중난(中南)대 초빙교수로 활동 중이다. 1992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비교발전과 현대화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저서로 『중국경제 재부상』『신마르크스에서 베버까지』등이 있다. 딩쉐량의 이번 저서 『중국 모델의 혁신:대중시장경제를 향하여』는 최근 성균관대학교 출판부에서 번역·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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