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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은 우주의 원리… 만 번 읽어"

ngo2002 2012. 3. 20. 16:57

"주역은 우주의 원리… 만 번 읽어"
[김학용의 인물탐구] I - 주역의 대가 김석진 선생
2011년 10월 30일 (일) 17:24:00 김학용 위원 -

   
주역 해석의 최고 권위자인 대산(大山) 김석진 선생(84)이 주역점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영철 기자 g9photo@weeklydt.kr

주역(周易)을 ‘만학(萬學)의 제왕’이라 한다. 3대 적덕(積德) 해야 배운다는 말도 있다. 주역은 아무나 배울 수 있는 학문이 아니란 뜻이다. 그 때문인가. 학문이 높은 선비라도 주역에는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천재였던 다산(茶山) 정약용도 “어떤 책을 대해도 기가 꺾여 포기한 적이 없는데 주역만은 기가 꺾인적이 여러 번이다”고 했다. 나중엔 해설서인 ‘주역사전(周易四箋)’까지 썼고, 이를 무엇보다 자랑스러워했다. 대전시 유성구 노은동, 주역의 대가 대산(大山) 김석진(金碩鎭․84) 선생 자택 책장엔 다산의 ‘주역사전’도 꽂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주역과 씨름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대산이 쓴 주역 해설서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가 펴낸 본격 주역해설서만 해도 ‘대산주역강의’ ‘대산주역강해(講解)’ ‘주역점해(周易占解)’ ‘주역전의대전역해(周易傳義大全譯解)’ 등 여러 권이다.

 

19살 때 ‘야산’에게 수학
핵심 찌르는 명품 강의

대산은 우리나라 주역 해석의 최고 권위자다. 선생은 잇따르는 강의 요청에 못 이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집을 두고 있는 대전은 물론이고, 서울로 춘천으로 제주도로 전국을 일주하듯 ‘강의 행군’을 해야 했다. 사설(私說)과 군더더기가 없고 핵심을 찌르는 ‘명강의’는 8000명 이상의 제자들을 배출했다. 대산의 주역강의는 무엇보다 괘(卦)를 중시하는 데 있다. 태극기의 네 귀퉁이에 그려진 건곤리감도 주역에서 따온 것이다. 주역 64괘와 그 변화의 의미를 괘의 형상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대산의 제자들은 말한다. 그래도 천재들도 어렵다는 주역 아닌가. 기자도 주역을 잘 모르는 지라 지난주 두려운 맘으로 대산 선생을 찾아갔다.

 

전국 제자만 8000명 넘어
주역으로 땅값 점친다면?

-주역을 단순히 점서(占書)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주역은 무슨 책입니까?
“주역은 우주 만물의 변화 원리를 설명하는 글이야.”

-주역점의 원리는 무엇입니까?
“우주의 변화 원리를 알면 점을 칠 수 있지 않겠나? 지금도 대통령이든 기업하는 사람이든 (어떤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궁금해 하면서 맘속으로 점을 치잖어. 그 점을 실제로 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주역(괘)이야. 괘를 보면 판단할 수 있지.”

-주역이 몇 천 년을 내려온 것을 보면 주역점이 잘 맞는다는 얘긴가요?
“안 맞았으면 주역은 벌써 휴지가 돼 버렸겠지.”

-주역은 어떻게 만들어졌습니까?
“괘(卦)부터 그려놓고 글(괘사․효사)을 붙였지. 처음부터 글을 써놓고 거기에 괘를 붙인 게 아니거든. 문자가 없을 때는 괘가 문자행세를 한 거지. 문자가 없을 때 그림(괘)만 그려놓고 그것으로 점을 치면서 정치도 하고 경제도 하고 했겠지..” 

-문자가 없을 때도 주역이 있었다는 얘기군요.
“그렇지. 문자가 없을 때 복희씨가 하늘을 보고 선(線) 하나를 긋고, 땅을 보고 또 하나를 긋고, 사람을 보고 또 하나를 그어, 천(天) 지(地) 인(人) 3개를 가지고 괘(卦)를 만들었지. 후에 문왕 주공 공자가 나와서 문자로 설명한 것이지.”

-주역은 문자 이전에 이미 있었으니 경서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책인가요?
“가장 오래 됐지. 주역은 가필(加筆)이 안된 책이야. 주역은 공자가 ‘결정사(決定詞)’인이끼 야(也)로 마무리했어. ‘~也(야)’로 끝난 문장은 고칠 수가 없어.”

다른 경서들과는 달리, 주역은 가장 오래된 책이면서도 공자가 십익(十翼)을 붙인 뒤로는 누구도 첨삭하거나 수정하지 않은 유일한 경서라고 했다.

-선생님은 언제 주역을 처음 배웠습니까?
“19살 때야. 우리 할아버지 앞에서 대학 중용 등 사서를 공부했지만 주역은 배울 데가 없었는데 야산(也山) 선생님이 대둔산(석천암)에 오셨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지.”

석천암에선 ‘이주역’으로 불리던 주역의 대가 야산 이달(李達․1889~1958) 선사가 제자들을 모아 가르치고 있었다. 108명의 제자 중 주역을 떼고 ‘통증(通證·인증서)’을 맨처음 받은 사람은 대산을 포함해 3명이었다. 그 때 세 제자들은 경상도로 파견되어, 기초적인 주역강의를 하기도 하였다.

-주역을 배우는 데 기간이 얼마나 걸렸습니까?
“석천암에 들어간 해 동짓달에 시작해서 다음해 7월까지 했으니까 8~9개월 걸렸나.”

-그렇게 빨리 배우셨나요?
“그땐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본문은 다 외웠어. 64괘니까 하루 한 괘씩 외어도 64일밖에 안 걸리잖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녔지.”

-주역을 하루에도 여러 번 읽고 외우곤 하셨다는데 지금까지 몇 번 정도 읽으셨습니까?
“만독(萬讀)했을까? 만 번은 읽었을 거야. 지금은 잊어버린 것도 있지만 예전에는 훤했지. 머리속에 다 들어 있었어.”

-주역을 배운 후로 매일 점괘를 얻어 본다고 하시는데 지금도 하십니까.
“그럼.”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우선 정신수양이 돼지. 주역을 공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거야. 주역점을 보면 정신집중이 되고, (일에 대한) 영감도 오고, 판단도 쉬워지고...”

-그날 점괘가 나쁘면 어떻게 하십니까?
“그럴 때 더 주의를 해야지. 물론 좋게 나오면 자신 있게 행동할 수도 있고. 주역점은 ‘피흉취길(避凶取吉)’, 말하자면 흉한 일을 피하고 좋은 일을 취하는 것이지.”

대산은 젊었을 때 점괘가 아주 안 좋게 나온 적이 있는데, 정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어느날 점괘를 보았는데 ‘택수곤괘(澤水困卦) 육삼효(六三爻)’가 동했다. ‘돌에 부딪치고 가시덤불에 찔리는 아주 나쁜 괘’였다. 그런데 정말 어떤 사람이 정신이상으로 흉기를 휘두르는 바람에 큰일을 당할 뻔했다고 한다.

-주역이 아니었으면 위기를 넘길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럴 수도 있지.”

-주역점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닐 텐데 선생님의 경우는 어떤가요?
“10번이면 7~8번은 맞어. 그건 얘기할 수 있지. 다 맞는다고 얘기할 수는 없고...”

-주역점이 너무 잘 맞아서 겁이 난다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주역점을 처음 쳐보는 사람이나 순수하게 점을 보는 사람은 더 잘 맞아. 그런 사람도 욕심을 갖고 치면 안 맞는 게 많지. 점에 대해 자만심을 가져도 안 맞고. 점칠 때는 순수한 마음이 중요해.”

-어느 지역 땅값이 오를까, 선거에 나가면 당선될까 하는 문제로 점치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치는 점은 안 맞어.”

사심(私心)을 갖고 치는 점은 안 맞는다는 것이다. 돈(복채)을 받고 쳐주는 점도 안 맞는다고 대산은 강조한다.
-돈을 받지 않고 쳐주는 점은 어떻습니까?

“나는 돈을 받지 않는 점도 안 쳐줬어. 점은 자기 혼자서 보는 거야. 주역 공부를 하는 학생에게 가르쳐주기는 했지만 남의 점을 쳐준 적은 없어.”

-본인이 할 수 없다면 점을 칠 줄 아는 사람에게 부탁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물론 할 수 있지. 그땐 제대로 공부하고 수양을 쌓은 사람에게 부탁해야겠지.”

자기 점이든 남의 점이든 주역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고 수양이 돼 있는 사람이라야 된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나라 일에 대한 판단에도 주역점이 쓰였다고 하던데요.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을 국사(國師)로 뽑아 점을 봤다고 해. 지금은 주역점도 미신으로 여기는 세상이니 그럴 수가 없지. 그냥 나 혼자나 알고 있는 거지.”

그래도 새해가 되면 대산에게 나라 운세를 묻는 인터뷰 요청이 잇따른다. 올해 1월3일자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대산은 금년운을 ‘지뢰복괘(地雷復卦) 6효’로 풀이하면서 ‘미복흉(迷復凶)’으로 설명한 바 있다. ‘나라 운세의 회복 아득하여 어렵다’는 뜻이다.

 

사심 있으면 안맞아
“李대통령 정치 신통치 않으면
글 반납하라 했었는데…”

금년 우리가 지나온 자취와 들어맞고 있다. 주역에 관심 없는 권세가들도 대산의 글을 좋아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 ‘한천작우(旱天作雨)’ 즉 (도탄에 빠진 백성을 위해) 마른 하늘에서도 비를 내리라는 글을 받아갔다.

그때 대산은 정치가 신통치 않으면 글을 반납하라는 조건도 달았다고 한다.

이제 대산은 대전에서 2년째 하고 있는 서경 강의만 빼곤 다 접었다. 현역에선 은퇴했다. 후학들은 그래도 그의 ‘명강’을 목말라 한다. 기회만 되면 선생을 모셔다 한 마디라도 더 듣고 싶어 한다. 몇 달 전부터 대산은 충북 진천 사람들이 거듭 간청하는 바람에 주역 특강을 해왔으나 근래 들어 목소리가 자주 가라앉는지라 당분간 휴강하기로 했다.

 

금년 국운 ‘미복흉’ 적중
진천서 ‘항룡유회’ 마지막 강의

동방문화진흥회가 제작해 전액 이 단체의 수익금으로 쓰고 있는 자신의 주역강의 CD를 선물로 주면서 진천 제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대산은 50대 후반부터 20년 간 전국 각지에서 강의를 해오면서도 결강은 물론이고 지각 한번 하지 않았다. 강의만 하면 힘이 저절로 난다던 대산의 주역강의는 지난 26일자로 일단 중단됐다.

대산은 이날 “공자는 주역을 ‘신서(神書)’로 보았다”면서 “그동안 자신이 주역 강의를 해온 것도 신의 뜻이고 중단하는 것도 신의 뜻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항룡유회로 표현되는 ‘중천건괘(重天乾卦) 상구효(上九爻)’를 들어 강의 중단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물러날 때 물러나지 않으면 후회가 있는 법”이란 스승의 ‘변명’에 주역을 배우는 제자들은 더 매달릴 수 없었다. 주역은 음양론으로 우주만물과 운행원리를 설명하는 철학서(哲學書)요, 변화의 원리로 미래를 예측하는 점서(占書)요, 그 점으로 마음을 닦는 수양서(修養書)다.

그런 점에선 오늘날에도 주역은 최고의 경전이고 ‘만학의 제왕’이라 해도 과언 아니다. 사람들이 주역 대가 대산 선생에게 간청하고 매달리는 이유 아닐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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