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Hello Guru]세계 마케팅 학계 최고 권위자 박충환 USC 석좌교수

ngo2002 2012. 1. 14. 10:37

[Hello Guru]세계 마케팅 학계 최고 권위자 박충환 USC 석좌교수
삼성·현대차엔 사람 냄새 나는 브랜드가 없다
기사입력 2011.11.11 14:31:29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하나의 인격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쉽게 배신하지 않듯,

사람들은 사랑하는 브랜드를 쉽게 버리지 못하죠."

`감성 마케팅` 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박충환 미국 남부캘리포니아대(USC)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지난달 28일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박 교수는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으로 마케팅 환경이 과거보다 복잡해지고,

기업 간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기업이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영학계에서는 감성 마케팅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자신은 이를 `애착 마케팅(brand attachment)`이라고 정의했다.

박 교수는 최근 마케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소비자심리학 펠로`를 수상한 세계 마케팅 학계의 최고 권위자다.

매경 MBA팀은 박 교수에게서 최근 글로벌 시장의 마케팅 트렌드와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소비자심리학 펠로`는 마케팅 분야에서는 노벨상에 비유될 만큼 매우 권위 있고 영예로운 상이다. 외국인이 미국에서 이런 상을 받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그동안 제품과 고객 간의 관계를 생각할 때 제품을 단지 무생물 또는 물건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서는 제품을 의인화해야 한다. 즉 제품과 고객의 관계를 인간과 인간의 관계로 해석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애착 마케팅`에 대한 논문을 썼는데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다."

■ 브랜드의 3요소를 갖춰라

-제품을 의인화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제품도 `브랜드`라는 이름이 붙으면 인간처럼 될 수 있다. 애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애플을 단순한 제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연구로 나의 생활을 편리하고 즐겁게 해주는 창의적인 사람`으로 본다. 이 점이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의 차이점이다.

고객이 제품을 인간처럼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과 그저 제품의 품질을 보고 사랑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사람에 대한 사랑은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나타나더라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품을 품질로만 따지게 되면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이 출시됐을 때 구매 제품을 곧바로 바꿔버린다."

-사실 모든 기업은 자사 제품이 고객으로부터 오랫동안 사람처럼 사랑받기를 원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제품이 고객으로부터 인간처럼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디자인 관점에서 볼 때 고객에게 심미적인 즐거움을 줘야 한다. 눈으로 봤을 때 마음에 들고 즐거운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기능적인 관점에서 고객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해결해줘야 한다. 셋째, 브랜드에는 철학과 가치관이 담겨 있어야 한다. 이러한 3가지 요소를 갖췄을 때 그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나이키 운동화를 생각해보자. 나이키와 경쟁하는 운동화 브랜드는 많다. 그런데 왜 전 세계 사람들이 유독 나이키에 대해 열광할까. 나이키는 기능적인 즐거움뿐 아니라 심미적으로 차별화된 로고를 갖고 있다.

특히 나이키에 대해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나이키가 가진 상징성이다. `Just Do It`. 이 말은 `핑계대지 말고 당장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잘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결단`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Just Do It`이라는 표어에 열광했다. 나이키 브랜드가 의인화된 것이다."

-기업에 브랜드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브랜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업 성장으로 연결되는지를 연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브랜드를 잘 만들면 당장의 매출, 이익 증가 외에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령 강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면 그 브랜드를 가지고 다른 분야에도 진출할 수 있다.

기업들은 브랜드를 단순히 제품 판매라는 단기적인 이익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기업 성장의 주춧돌로 생각해야 한다. 아이 키우듯이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 단기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가격을 내리지 말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

브랜드가 유명해지고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면 양질의 임직원을 채용하기도 쉬워진다. 다른 회사와 제휴할 때도 유리하다. 회사에 대한 임직원들의 자부심이 강해져 열심히 일하려는 분위기가 저절로 생기는 효과도 있다."

■ 브랜드를 의인화하라

-사실 모든 기업이 강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한다. 문제는 어떻게 강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느냐다.

"브랜드를 강하게 만들려면 제품에 대해 고객을 설득하려 하지 말고 브랜드를 의인화해야 한다.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듯이 소비자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고객들이 브랜드에 대해 강한 감성적 애착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앞서 말한 심미, 기능, 상징적 혜택을 갖추고 있을 때 고객들이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된다."

-브랜드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게 되면 기업은 어떤 혜택을 받게 되나.

"첫째, 시장 점유율(market share)이 올라간다. 둘째, 요구 점유율(needs share)이 올라간다(갈증을 해소하고 싶다는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러 제품 가운데 코카콜라의 점유율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가령 코카콜라를 좋아하는 미국 소비자들은 물을 잘 마시지 않는다. 콜라 시장뿐 아니라 콜라의 대체 시장인 생수 시장도 점유하게 되는 것이다. 브랜드 충성도가 대체 시장의 제품을 압도하면 넓은 시장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지갑 점유율(wallet share)이 높아진다. 이미 강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그 브랜드를 가지고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출한다고 해보자. 이미 그 브랜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뿐 아니라 새롭게 론칭한 제품도 구매하게 된다. 그 결과 한 사람의 지출액에서 여러 영역에 걸친 특정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헬로키티 캐릭터는 소비자들이 감성적인 애착을 갖고 있는 브랜드다. 이 로고가 붙은 수많은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경영학계에서는 박 교수의 이론을 `감성 마케팅`으로 표현하고 있다. 적절한 표현인가.

"그렇게 알고 있지만 감성 마케팅이 제 이론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지 못하다. 굳이 한국말로 표현하자면 `애착 마케팅`이 맞는 표현이다. 내가 말하는 애착 마케팅은 소비자가 제품과 자신의 심리적 거리(brand-self distance)를 가깝게 느끼도록 하는 마케팅 전략을 말한다.

내 주장은 마케팅에서 감성적, 이성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미적 즐거움과 브랜드의 상징성(감성적 측면), 기능적 즐거움(이성적 측면) 등을 모두 갖췄을 때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 요구 점유율, 지갑 점유율이 높아질 수 있다."

-`애착 마케팅`을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을 소개해달라.

"나이키와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 제품의 디자인은 심미적으로 우수하다. 기능적으로도 뛰어나다. 게다가 사람들은 애플 브랜드에 대해 들으면 `끊임없는 도전`과 `창의성`을 떠올린다. 어찌 보면 이상적인 인간형에 가깝다. 이것이 브랜드가 갖는 힘이다.

한국에서는 풀무원이 애착 마케팅을 잘 활용하고 있다. 포장과 광고 내용이 소비자들에게 깨끗한 느낌을 주며 심미적 측면도 좋다. 기능적으로 제품에 방부제나 색소를 쓰지 않아 안전하고 위생적이다. 상징적으로도 `바른 먹거리`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공감을 받고 있다. 애착 마케팅 덕분에 작은 기업이었던 풀무원이 지금의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 삼성ㆍ현대차 브랜드 상징성 없어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최근 마케팅 트렌드는.

"그동안 기업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조사해서 만들었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이 원할 것으로 예측되는 새로운 아이템을 소비자보다 앞서 제시해야 한다. 기술이 발전하고 융합되면서 소비자들이 상상도 못했던 제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설문조사가 과거처럼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신제품이 나온 후에야 소비자들로부터 좋고 나쁨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사전적으로 제품을 개발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잘 이끌어냈다."

-한국 기업의 마케팅 실력이나 역량을 평가한다면.

"삼성 LG 현대차 등의 기업들이 마케팅을 잘하고 있으나 애착 마케팅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하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소니나 일본 차 업체들이 왜 최근 삼성 현대차에 치이고 있을까. 애착 마케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위험을 감수해 가며 기술 투자에 힘써 드디어 기술력 측면에서 소니보다 우위에 서기 시작하자 소니 고객들은 이제 소니 제품 대신 삼성 제품을 사기 시작했다.

그러나 삼성 LG 현대차의 브랜드도 소니나 일본차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와의 정서적 거리가 상당히 멀다.

소비자들은 삼성 현대차 등 한국 기업 브랜드로부터 아무런 상징성을 느끼지 못한다.

소비자 눈에는 이들 회사의 제품이 소니나 일본 차와 마찬가지로 단지 `제품`일 뿐이다. 애착 마케팅이 구현되지 않는다면 더 나은 품질을 구현하는 후발 업체들이 등장할 경우 삼성 현대차는 곧바로 이들 업체에 시장을 내줄 것이다.

특히 한국 대기업 브랜드들은 자주 얼굴을 바꾼다. 가령 삼성은 갤럭시 옴니아 등 얼굴을 자꾸 바꾼다. 브랜드를 의인화하더라도 이처럼 얼굴이 자주 바뀌면 사람들이 혼란을 느낀다. 브랜드 호감도가 누적되지 않는다.

반면 애플은 아이맥 컴퓨터에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클라우드 등 일관되게 `애플`과 `아이 시리즈`로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포스코 삼성 SK텔레콤 등은 가족이나 이웃을 떠올리게 하는 광고를 한다. 그룹 이미지를 제고하는 마케팅도 `애착 마케팅`으로 볼 수 있나.

"그렇다. 그러나 단순한 슬로건과 브랜드 철학은 다르다. 슬로건은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브랜드 철학과 가치관은 제품이 만들어질 때부터 고객이 사용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스며들어간 것이다. 고객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의미가 있는 철학이다. 소비자가 실제로 느끼지 못한다면 의미 없는 슬로건에 불과하다.

나이키가 부각시킨 `Just Do It`을 보자. 이조차도 슬로건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 르브론 제임스, 랜스 암스트롱 등 운동선수들을 후원하기 때문에 실체성이 있다. 소비자는 단순하기 때문에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 브랜드를 관리하지 못한 제조사는 유통업체에 눌려

-최근 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 마케팅 툴이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마케팅 환경에서 어떤 전략이 유효한가.

"이제는 기업이 고객을 설득할 시기는 지났다. 고객을 설득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이제는 고객이 기업의 제품 브랜드를 사랑해서 고객이 브랜드를 홍보하는 사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결국 애착 마케팅이 없으면 안 된다. 고객을 세일즈 사원으로 내세워라.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에 철학ㆍ가치관, 기능성, 심미성, 상징성이 있어야 한다."

-박 교수는 입소문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들었다.

"현대인들은 바쁘게 산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한두 시간 동안 제품에 대해 글을 쓰고 친구들과 그 글을 공유한다.

왜일까. 바로 그 제품에 애착이 있기 때문이다. 제품에 애착을 가진 그 사람들을 통해 제품에 대한 정보가 많은 사람에게 전달된다. 따라서 제품에 열광하는 마니아층을 만들어야 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이 사람이 그토록 그 브랜드에 대해 열정을 가진 것을 보니 나도 그 브랜드에 대해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

-최근 이마트 LED TV가 돌풍을 일으키며 준비된 물량이 조기에 모두 팔려나갔다. 고가 가전제품에서 소비자들의 취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방증인데.

"유통업체가 PL(유통업체 자체 브랜드)을 통해 제조업체와의 협상력에서 우위에 서는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다.

이마트나 월마트는 기능과 가격, 혜택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제조업체가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승산이 없다.

제조업체가 브랜드 관리를 잘 못한다면 PL의 인기는 당연히 올라간다. 그러나 제조업체가 브랜드를 잘 관리한다면 PL의 인기에는 한계가 있다.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의 운명은 브랜드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앞으로 PL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제조업체는 애착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관리를 잘해야 한다."

▶▶He is…

박충환 미국 남부캘리포니아대(USC) 경영대학원 석좌교수(67)는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피츠버그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를 거쳐 1998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USC 경영대학원 마케팅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 교수의 연구는 세계 마케팅학계에서 크게 인정받고 있다. 박 교수는 1986년 발표한 `전략적 브랜드 컨셉트 이미지 관리(Strategic Brand Concept-Image Management)`로 `마케팅 저널`(Journal of Marketing)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으며, 지난 9월에는 한국인 최초로 마케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소비자심리학회 펠로`로 선정됐다.

`마케팅 리서치 저널`(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등 마케팅 학계의 주요 학술지에 소비자의사결정론, 소비자선택이론, 정보 프로세싱,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전략에 관한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박 교수는 학술지 편집장 등을 맡아 학계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한국인 최초로 전 세계 마케팅 분야 5대 학술지 중 하나로 꼽히는 `소비자 심리 저널`(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대담=위정환 기업경영팀장 / 정리 = 용환진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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