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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화장실의 의미와 역사

ngo2002 2011. 8. 18. 13:52

[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31> 화장실의 의미와 역사

화장실은 문명 발달의 잣대 …루이 14세는 이곳서 신하들 알현 받기도

나 홀로 조용히 휴식을 취하면서 자기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장소는? 바로 화장실입니다. 독일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화장실을 ‘지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장소’로 칭송했다고 합니다. 인간은 일생 동안 1년가량을 화장실에서 보냅니다. 여자는 약 376일을, 남자는 291일을 소비합니다. 평생 약 3t 정도의 대변을 배출하기 때문이죠. 화장실의 의미와 역사 속 재미있는 화장실에 대해 알아봅니다.

장치선 기자

정낭·통싯간·해우소 …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

선암사 해우소는 300년이 넘은 2층 누각 형태의 건축물이다. 강원도 영월 보덕사와 함께 지방 문화재로 지정됐다. [중앙포토]


한국인은 화장실을 여러 단어로 표현해 왔다. 뒷간·잿간·정낭·통싯간·해우소(解憂所) 같은 단어가 있다. 명칭이 이토록 다양하다는 것은 은밀하게 일을 보는 장소인 한 뼘 남짓한 화장실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장소인지를 보여준다. 시인과 극작가, 학자들은 화장실에 대해 많은 글을 남겼다. 『레미제라블』을 쓴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인간의 역사는 곧 화장실의 역사’라고 말했다. 인류학자들이 유적을 발굴할 때 수세식 화장실을 문명 발달의 척도로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독일 시인 브레히트는 화장실을 ‘육체적으로 조용히 휴식을 취하면서도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힘주며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화장실은 미생물학 같은 기초과학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빌 브라이슨은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에서 화장실을 ‘위생학의 척도’라고 표현했다. 분뇨가 티푸스나 콜레라, 이질 같은 각종 전염병의 매개체로 알려지면서 미생물학도 함께 성장했다.

화장실은 정무를 보는 공간이기도 했다. 루이 14세는 요강 위에 앉아 있을 때 신하들의 알현을 받았다. 그가 대변을 보는 일을 돕는 것은 궁정에서 가장 신뢰를 얻은 신하의 일이었다. 프랑스의 방돔 장군도 요강 위에 앉아 외국 사신을 맞는 것을 좋아했다. 화장실은 때론 음모와 죽음의 공간이기도 했다. 프랑스의 앙리 3세는 화장실에서 살해됐다.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루터는 화장실을 악마가 출몰하는 곳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에페소의 공중화장실, 정치이야기 나누는 장소

제정 시대 로마에서는 기원후 2세기 초부터 화려한 공중 화장실이 등장했다. 당시 평범한 화장실이 주를 이뤘지만 라르고 아르젠티나 광장에 지어진 호사스러운 화장실에는 50~60개 정도 되는 변기가 있었다. 에페소(소아시아 서해안에 있던 이오니아의 고대도시)에 있는 공중 화장실은 한꺼번에 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이 화장실은 남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었다. 대소변을 보는 일뿐만 아니라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였다. 미리 예약을 하고 오는 상인도 있었다. 변기 사이의 거리는 매우 좁았다. 50~60㎝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칸막이도 없었다. 벤치에 일렬로 구멍이 뚫린 형태였다. 변기 아래로는 물이 흘렀는데, 물이 나오는 곳 가까이 있는 자리는 냄새도 없고 깨끗해서 사람들이 서로 차지하려 했다. ‘베스티불라(vestibula)’라는 감독관은 입장료를 받고 화장실을 관리하는 일을 했다. 공중화장실 관리는 남자만이 할 수 있었다. 이들은 ‘미누탈리아(minutalia)’라는 짚으로 만든 깔개를 이용자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중세 시대 성벽 화장실, 오물은 해자로 떨어져

중세 시대 성의 화장실은 주로 지하 공간이나 성벽에 제비집처럼 튀어나온 곳에 만들었다. 이 화장실은 정사각형 모양이었는데 폭은 1m 정도로 굉장히 작았다. 아래쪽으로 구멍을 뚫고 대소변을 누었다. 굴뚝 가까이에 만드는 경우가 많아 따뜻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 오물은 해자로 떨어졌다. 해자는 성을 방어하기 위해 성 주변으로 파 놓은 개울이다. 물속으로 떨어지지 않은 배설물의 일부는 성벽에 그대로 달라붙어 말라 붙기도 했다. 독일 기사단의 성에서는 화장실용으로 별채의 탑을 짓기도 했다. 성과 별채의 화장실탑은 지붕이 덮인 다리로 연결됐다. 해자 바로 옆에 말뚝 화장실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낮은 철봉 형태의 화장실을 설치해 놓으면 그 위에 앉아 엉덩이를 해자 쪽으로 내밀고 볼일을 보았다.

화장실이 없었던 베르사유 궁전, 오물냄새 코를 찔러

베르사유 궁에는 무려 2000여 개의 방이 있었다. 본관 전면 길이가 580m에 창문만 375개가 된다. 하지만 화장실은 없었다. 왕과 접견을 하고 싶어 하는 귀족들이 항상 많았다. 국왕과의 접견은 몇 시간에 걸쳐 이뤄졌기 때문에 귀족 여성들은 선 채로 생리적 욕구를 해결했다. 몇 겹짜리 풍성한 스커트가 모든 것을 가려주었다. 신사들은 기둥이나 화려한 커튼 뒤에 소변을 보았다. 때로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가 풍겼다고 전해진다. 당시 프랑스에는 170㎞에 이르는 거대한 상하수도망이 있어 물을 공급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할 수 있는 기술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소변을 보는 일이 당연시되자 아무도 화장실의 필요성을 제기하지 않았다. 어떤 귀족들은 하인을 시켜 요강을 들고 다니게 했다. 요강이 차면 하인들은 정원에 똥물을 던졌다. 정원에는 똥 냄새를 없애기 위해 오렌지 나무를 많이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때문에 ‘오랑제리(오렌지) 정원’이라고 불린다.

루이 14세 전용 요강만 26개 … 요강 관리하는 일 귀족 특권

대신 베르사유에는 300여 개의 요강이 있었다. 셰즈 페르세, 셰즈 다페르, 코모디테 등 이름도 다양했다. 그중 루이 14세가 쓰던 요강은 검은색 에나멜이 칠해진 겉면에 일본의 자연 풍경이 그려져 있었다. 전용 요강만 26개나 됐다. 루이 14세는 요강을 상자 안에 넣어서 사용하는 변기 의자를 가장 좋아했다. 뚜껑이 달린 나무 상자 안에 요강을 넣고 의자 위에 앉은 자세로 똥을 눌 수 있는 변기다.

루이 14세 시대에는 왕이 요강 위에 앉아 있거나 옷을 갈아입는 등 은밀한 상황에 있을 때 왕을 알현하거나 그를 돕는 일은 가장 영예로운 일이었다. 왕의 요강을 관리하는 일도 특권으로 여겨졌다. 귀족들은 당시 프랑스 주화로 10만 냥을 지불하면서까지 이 일을 했다. 200년 전부터 귀족의 자손이었음을 증명하는 증거까지 제출해야 했다.

전쟁 중 간이 화장실 ‘하버드박스’ … 손잡이 달아 이동 편리

전쟁 중에는 화장실이 골칫거리였다. 독일과 프랑스가 전쟁을 치르는 동안 독일군은 길이 10m에 깊이와 폭이 각각 70㎝가 되는 구덩이를 파 화장실을 만들었다. 구덩이에는 앉아서 일을 볼 수 있는 널빤지와 관목을 설치했다. 당연히 칸막이는 없었다. 여름철에는 냄새도 많이 나고 구더기도 생겨 2~3일에 한 번씩 새로 땅을 파야 했다. 적군이 간혹 대포를 쏘면 똥과 오줌이 온 사방으로 흩어졌다. 오물은 장티푸스·이질·황달 같은 전염성 질병을 옮기기도 했다. ‘하버드 박스’라고 불리는 박스형 변기에 볼일을 보기도 했다. 하버드 박스는 나무 상자에 덮개를 달고 이동할 때는 손잡이를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들어졌다. 처음 이 화장실을 고안한 존 하버드의 이름을 땄다.

조선시대 왕 전용 화장실 매화틀 … 화장지는 명주 수건

조선시대 왕이 쓰던 매화틀(위), 매화그릇(아래).
수원시에 위치한 화장실문화 전시관 ‘해우재’.
조선시대 왕은 ‘매화틀(매우틀)’이라고 불리는 이동식 변기를 이용했다. 매화틀은 높이 21㎝, 폭 39.5㎝, 길이 48.3㎝ 정도 나무로 만들어진 틀에 천을 감은 변기다. 가운데 구멍을 뚫어서 대변을 볼 수 있게 했다. 구멍 바로 아래에는 매화 그릇을 두었다. 어린 왕자들을 위해 등받이를 설치한 매화틀도 있었다. 매화틀과 매화 그릇을 항상 챙기는 ‘복이나인’이라는 신하가 따로 있었다. 복이나인은 왕이 볼일을 보기 전에 미리 매화틀 속에 ‘매추’라고 불리는 잘게 썬 여물을 뿌려 놓았다. 왕은 대소변을 보고 나면 명주 수건으로 밑을 닦았다. 매화 그릇에 있는 똥은 전속 의사인 전의감에게 전달됐다. 전의감은 왕의 똥 냄새를 맡아 보고 맛을 보며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순천 선암사의 전통 화장실 운치있어 가볼만

현재 전라남도 순천에 있는 선암사에는 세 종류의 해우소(화장실)가 있다. 전통적인 해우소와 최신식 수세식 화장실, 이동식 간이식 화장실이다. 가장 유명한 것은 전통적인 해우소다. 기와와 마루로 지어져 밖에서 보기엔 화장실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 화장실에서 똥을 누면 엉덩이에 바람이 지나간다. 옆 사람의 머리도 보인다. 칸막이가 어깨 정도의 높이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화장실 안이 보이지 않는다. 통풍이 잘 돼 냄새가 잘 나지 않는다.


도움말=한국화장실협회·고양화장실전시관
참고도서=『화장실의 작은 역사』 『화장실의 역사』 『중세산책』
사진제공=고양화장실전시관

아이들과 함께 가볼 만한 전시관 & 이색 화장실

1. 고양화장실전시관 동서양의 화장실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화장실 전문 전시관 / 위치 경기 고양시 일산 동구 장항동 호수공원 내 위치 / 문의 031)8075- 4345

2. 수원시 화장실문화 전시관 해우재 세계 각국의 화장실과 화장실에 대한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관 / 위치 수원시 장안구 장안로 458번길 9 / 문의 031)271-9778~8

3. 경북 안동 병산서원 옛날 머슴들이 쓰던 달팽이 모양의 재래식 화장실을 볼 수 있는 곳 / 위치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 30번지 / 문의 054)858-5929

4. 강원도 영월군 보덕사 전통 사찰의 해우소를 볼 수 있는 곳 / 위치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영흥리 1110번지 / 문의 033)374-3169

5. 제주도 유리의 성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밖이 보이는 유리 화장실을 볼 수 있는 곳 / 위치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산39-3 / 문의 064)772-7777

6. 제주도 조천 돌문화공원 초가마을 변소와 돼지막이 한 공간에 있는 제주 전통 화장실 ‘통시’를 볼 수 있는 곳 / 위치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 119 / 문의 064)710-7731

7. 전남 순천시 선암사 전통적인 해우소를 이용할 수 있는 곳 / 위치 전라남도 승주읍 죽학리 산 802번지 / 문의 061)754-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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