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지식

<324> 금융위와 금감원

ngo2002 2011. 7. 13. 17:11

[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24> 금융위와 금감원

금감원은 금융사 감독·제재 … 금융위는 정책수립 권한까지 있지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올 들어 저축은행 부실사태부터 불법로비까지, 언론에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두 기관입니다. 이름이 비슷한 데다 같은 건물(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빌딩)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선지 두 곳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는 분이 많더군요. 하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은 법적 지위와 역할이 엄연히 다릅니다. 두 기관의 탄생 배경과 감독체계 개편을 둘러싼 논란을 통해 금융위와 금감원의 차이를 알아봅니다.

한애란 기자

통합 감독기구의 탄생

1998년 4월 1일 서울 옛 증권감독원 입구에서 열린 금융감독위원회 현판식에서 당시 총리서리였던 김종필(왼쪽에서 셋째)씨와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이헌재씨가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금융감독 기구를 통합한다. 국무총리 직속의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하고, 은행·보험·증권감독원을 통합한 금융감독원을 만든다.”

1997년 6월 정부·금융계·학계 위원 31명으로 구성된 금융개혁위원회(금개위)가 이러한 내용의 ‘금융개혁안 최종보고서’를 냈다. 한국판 ‘금융 빅뱅’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당시 금융감독 업무는 4개 기관(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신용관리기금)으로 나뉘어 있었다. 은행감독원은 한국은행 소속이었고 증권·보험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은 재정경제원의 위임을 받아 각 업권의 검사권을 가졌다. 이를 다 떼어내 하나로 합친다는 게 금개위가 만든 개혁안의 골자였다. 업권 간 장벽이 허물어지는 겸업화 추세에 대응하자는 취지였다. ‘관치’를 막고 금융감독을 보다 투명화하게 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반영됐다. 그동안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던 신탁·연금 등 업무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조직도 필요했다.

정부의 금융개혁방안은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 감독권을 잃게 된 한은의 반발이 가장 컸다. 보험·증권감독원 직원들도 집단 반발 조짐을 보였다. 정치권까지 통합감독기구 설립에 대해 이견을 보이면서 입법작업은 진통을 겪었다. 금감위를 총리실 산하에 둘지, 금감원 직원 신분을 어떻게 할지도 논란거리였다. 당시는 외환위기가 현실화되면서 금융개혁의 필요성이 컸던 때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싸움으로 금융개혁 법안 통과는 지지부진했다. 결국 법안은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뒤인 97년 12월 31일 통과됐다.

다음 해 4월 금융감독위원회가 총리실 산하에 먼저 설치됐다. 금융회사에 대한 통합 감독권을 가진 새로운 행정기관이었다. 99년 1월엔 금감위 산하에 금융감독원이 설립됐다. 금감원은 금감위의 손발이 되는 집행기관이다. 법적으로 정부에서 독립된 무자본 특수법인이어서 금감원 직원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이다. 예산도 세금 대신 금융회사들이 내는 분담금으로 충당한다. 금융 감독이라는 공적인 일을 하지만, 신분은 정부기관이 아닌 일종의 ‘반관 반민’ 조직이다. 금감위과 금감원의 수장은 한 사람이 맡았다. 첫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였다.

금감위, 금융위로 업그레이드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회사 감독을 총괄하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금융 관련 정책이나 법률 제·개정 권한은 모두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에 있었다. 정책과 감독이 분리돼 있다 보니 시장에 엇갈린 신호를 주고,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세 기관 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보니 민첩한 대응도 어려웠다. 금융시장에선 세 시어머니(재경부·금감위·금감원) 눈치를 봐야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2008년 초 출범한 현 정부는 금감위가 출범한 지 10년 만에 금융감독 체계에 대한 수술에 나섰다. 금감위가 맡고 있던 금융감독 기능과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통합하기로 한 것이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쳐 기획재정부를 만들고, 대신 금융은 떼어내 금융위원회를 만드는 조직개편이 있었다. 이는 재정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막자는 취지도 있었다. 과거 금감위와 달리 금융위원회는 금융관련 법령 제·개정 권한을 갖게 됐다. 금감위가 금감원에 위임했던 규정과 세칙 제·개정권 역시 금융위로 넘어갔다. 금감원에 대한 지도·감독권, 금감원 조직·예산 승인권도 가졌다. 여기에 재경부 산하기관이던 산업은행·기업은행·예금보험공사·신용보증기금 등에 대한 지휘권도 확보했다. 금융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것이다. 다만 국제금융은 여전히 재정부가 맡았다.

금융위원회 출범을 껄끄러워한 곳은 금감원이었다. 당시 금감원 쪽에선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며 금융위에 정책과 감독 기능을 모두 주는 것에 반대했다. 금융감독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를 두고 마찰이 벌어진 것이다. 금감원 노조가 국회 앞 시위까지 벌인 끝에 간신히 금융위가 출범할 수 있었다.

2008년 3월 금융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수장은 분리됐다. 첫 금융위원장에 민간 출신인 전광우 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취임했다.

금융위는 한때 서울 서초동 옛 기획예산처 청사에 둥지를 틀어 금감원과의 동거생활을 잠시 끝내기도 했다. 두 기관의 수장이 분리되면서 더 이상 같은 건물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기획예산처가 과천으로 이전하면서 생긴 서초동 청사를 금융위가 채운 것이다. 하지만 1년 만에 다시 여의도 금감원 청사로 옮겨왔다. 크고 작은 민원 해결을 위해 서초동 금융위와 여의도 금감원을 각각 방문해야 하는 등 불편이 컸기 때문이다. 떨어져 있다 보니 금융감독 업무를 두고 두 기관의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다.

끊이지 않는 감독체계 개편 논란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와 민간 특수법인 금감원으로 나뉜 금융감독기구에 대해서는 출범 이후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두 곳으로 감독권이 분산되면서 비효율이 크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두 기관은 여러 가지 부분에서 티격태격하며 갈등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한 지붕 두 가족’이란 평가가 나왔다.

일부에선 둘을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또 통합하진 않더라도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한 사람이 맡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기관이 나뉘어 있어 나타나는 비효율을 인정하면서도 통합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둘로 나누든, 하나로 합치든 어느 제도도 완벽할 순 없기 때문이다. 특히 두 기관을 합쳐 금융위처럼 ‘공무원 조직’으로 만들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문성과 독립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다. 일단 정부 조직에 들어가면 공무원 직급에 따른 연봉을 줘야 하는데, 그래서는 금융 분야의 전문가를 채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가뜩이나 정치바람의 영향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금감원의 독립성이 더 흔들릴 수 있다. 그렇다고 행정적으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이들 기관을 완전히 민간에 맡기기도 어렵다.

은행·증권·보험 등으로 나뉘어 있던 감독조직을 통합한 것에 대해서는 그대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권한이 집중된 만큼 위기에 빠르고 일사불란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큰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것도 통합 감독체계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만 금융위원회와 재정부 간의 업무는 좀 더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모인다. 현재 국내금융은 금융위원회, 국제금융은 재정부로 나뉘어 있는데 이 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기와 같은 글로벌 위기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제금융과 국내금융을 한 기관이 맞는 게 낫다는 논리다.

금감원에 집중된 검사권을 한국은행과 나누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현재 한국은행은 금감원에 금융회사 공동검사를 요구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한은법 개정을 통해 필요할 경우 한은이 단독으로 검사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시 건전성 감독을 위해 한은이 감독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이 통합감독기관인 금융감독청(FSA)을 없애고 잉글랜드은행으로 기능을 이관한 것도 이러한 이유였다.

올 초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금감원 직원들의 비리 행태가 알려지면서 금감원 개혁은 사회적 이슈가 됐다. 총리실 산하에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도 구성됐다. 금융위와 금감원·한국은행을 포함한 금융감독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됐다.

하지만 당초 6월 말 내기로 했던 쇄신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TF 시한을 2개월 연장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TF 민간위원이 사퇴하는 등 정부와 민간위원 간 갈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업무를 따로 떼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별도로 설치할지를 두고 대립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