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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290> 공증제도

ngo2002 2011. 5. 24. 10:08

[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90> 공증제도

금전거래·계약·유언 등 공인된 3자가 증명해 분쟁 막아요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는 유언장을 둘러싼 소동을 그린 오페라입니다. 피렌체 부자 도나티가 ‘모든 유산을 수도원에 기증한다’는 유언장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자 가족들은 꾀많은 농부 잔니 스키키에게 유산을 차지할 방법을 묻습니다. 스키키는 침대 속에서 도나티 행세를 하며 ‘공증인’에게 거짓 유언을 구술하기로 합니다. 이야기 배경은 1299년. 유럽에서는 이미 중세 때부터 공증제도가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공증(公證)은 아직도 낯섭니다. 일상생활의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공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동현 기자

공증은 신뢰의 첫걸음

[일러스트=강일구]


공증은 말 그대로 공(公)적으로 증명(證明)하는 행정행위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공적으로 증명하는 것일까요?

공증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습니다. ‘예방사법의 일부로서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거래에 관하여 증거를 보전하고 권리자의 권리 실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공증담당기관(공증인)이 특정한 사실이나 법률관계의 존부를 공적으로 증명하는 제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많은 법률용어들이 그렇듯 공증 역시 일반인들이 선뜻 다가서기 힘듭니다. ‘법률관계의 존부(存否)’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릴 사람이 많을 겁니다.

그렇다고 피할 일은 아니죠. ‘예방사법’이라는 용어에서 보듯 공증은 미리 해 두면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훨씬 간편하게 해 주는 장치입니다. 각종 분쟁이나 권리 행사에 있어 강력한 증거능력을 발휘하는 공증은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기도 하고요.

말을 쉽게 풀어보면 훨씬 이해가 쉽습니다. 살다 보면 계약서·합의서·유언장 등 자신의 의사를 글로 옮겨야 할 일이 생기죠. 자신의 의사뿐 아니라 자신과 관계된 상대방의 의사 역시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이해관계에 따라 뱉은 말을 언제든지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에 대비해 직접 이해당사자가 아닌 공정한 제3자 앞에서 자신과 상대방의 의사나 합의내용을 명확히 하는 것이 공증입니다. 즉 공증은 행여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이나 오해, 번복에 대비하는 절차입니다.

계약을 중시하는 서구사회와 달리 동양권의 인간관계는 정으로 형성된다고 하지요.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서 보듯 서양에서는 이미 중세시대에 공증인과 공증제도가 보편화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공증제도를 낯설게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 사이에 뭘 그런 것까지…’ 하는 식의 온정주의가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공증을 ‘신뢰의 첫걸음’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공증인의 종류와 자격요건

그렇다면 공증인은 어떤 자격요건이 필요할까요. 공증인법에 따라 공증인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조경력 10년 이상의 판사·검사·변호사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로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국·공영기업체, 정부투자기관 기타 법인에서 법률에 관한 사무에 종사한 자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로서 공인된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의 직에 있던 자가 할 수 있습니다.

1961년 공증인법이 제정·공포된 이후 네 차례의 개정을 거쳐 지금의 공증 관계법령이 마련됐습니다. 공증인에는 공증업무만을 담당하는 임명공증인과 변호사 업무와 공증업무를 병행하는 인가공증인이 있지요. 임명공증인은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며 지방검찰청 소속 공무원의 지위가 부여됩니다. 일반 공무원과 달리 국가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고 공증수수료로 수입을 얻습니다. 정원은 86명이지만 현재 38명의 임명공증인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남·북부지검, 인천지검, 전주지검을 제외한 전국 지방검찰청에 임명공증인이 있고요. 임기는 5년이며 부적격 사유가 생기지 않는 한 재임명됩니다.

인가공증인은 법인 또는 조합 명의로 공증인 업무를 볼 수 있습니다. 법무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법무법인, 법무조합 소속 변호사 가운데 공증업무 담당 변호사가 공증인 직무를 수행합니다. 공증업무 담당 변호사는 5년 이상 자격을 가진 변호사가 맡을 수 있지요.

변호사가 아닌 공무원이 특정 공증업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원서기와 법원집행관은 ▶확정일자인(確定日字印) 부여 및 파산재산 봉인 ▶파산재산가약평가 참여 ▶정리회사재산가액평가 참여 등의 공증업무를 합니다. 읍·면·동·출장소 공무원은 확정일자인 부여 업무를 할 수 있고, 지방검찰청 검사나 지방법원 등기소장은 관할구역 내에 공증인이 없거나 직무를 할 수 없을 때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공증은 어떤 경우에 할까

공증이 뭔지 이해는 되는데 언제,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공증은 어떠한 행동이나 문서가 정당한 절차로 이뤄졌음을 공적으로 증명하는 사서증서(私署證書)와 여기에 강제집행의 의미가 담긴 공정증서(公正證書)로 나뉘는데요. 어려운 법률용어가 또 등장했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는 없습니다. 공증사무소에 가면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절차를 도와줍니다.

그렇다면 언제 공증이 필요할까요.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행위와 문서에 대해 공증을 할 수 있습니다. 금전 거래나 부동산 매매·임차계약, 유언장, 심지어 부부 간의 각서도 공증할 수 있지요. 협의 이혼할 때 양육권과 재산분할, 회사와 노동자의 임금계약, 진술서도 공증 대상이고, 자본금 총액 10억원 이상의 주식·유한회사 정관, 법인 의사록은 공증이 의무화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 사이에 금전 거래가 있다고 합시다. A가 B에게 돈을 빌리고 언제까지 갚겠다는 내용의 차용증과 영수증을 주고받더라도 A가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말을 바꾸면 언제든지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럴 때 공증사무소를 방문해 금전거래에 대한 공증(인증)을 받으면 법정에서 증거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공정증서’를 받으면 절차는 더 간단해집니다. ‘금전소비대차계약공증’을 한 공정증서는 판결과 같은 효과가 있어 재판 없이도 채무자의 재산을 강제집행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언장을 공정증서로 만들어 두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손으로 유언장을 써 서명한 뒤, 금고에 넣어둔다고 해서 유언장이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요. 공증하지 않은 유언은 재판과정에서 무효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유언공정증서’는 가장 정확한 방식의 유언입니다. 유언의 이익당사자가 아닌 증인 2명을 참여시킨 뒤, 공증인 앞에서 유언 내용을 말하면 공증인이 이를 받아 적고, 낭독해 유언자와 증인에게 확인시켜 줍니다. 유언자와 증인, 그리고 공증인이 서명하면 유언공정증서의 절차가 끝납니다. 최근에는 유언을 육성으로 녹음하는 경우가 있는데, 변조나 분실의 가능성이 있어 크게 권할 만한 방법은 아닙니다. 전세계약서나 근로계약서 등도 공증받아 보관해 두면 자기 권리를 보호받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공증의 절차와 방법은

공증을 받으려면 필요한 서류와 신분증, 도장을 지참해 공증사무소를 방문하면 됩니다. 당사자가 방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여의치 않다면 대리인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3개월 이내 발급받은 당사자의 인감증명과 위임장, 대리인의 신분증을 가져가야 합니다.

신원이 확인되면 공증인은 신청서와 서류를 검토해 서류 내용과 의사가 같은지 물어본 뒤 공증서식을 만듭니다. 준비해 온 서류가 없는 경우에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물어 확인한 뒤 문서로 만들지요. 당사자들의 서명과 공증인의 공증 서명을 하면 절차가 끝납니다. 공증사무소는 화재와 같은 재해에 안전한 보관시설을 갖춰 공증서류를 정해진 기한만큼 보관해 주기도 합니다.

지난해부터는 ‘전자공증’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종이문서가 아니더라도 공증을 받을 수 있게 한 제도지요. 전자공증을 받으려면 법무부 전자공증시스템 홈페이지(enotary.moj.go.kr)를 방문해 개인공인인증서로 접속한 다음 신청서를 접수하고 공증받고 싶은 서류를 첨부하면 됩니다. 전자공증이라 하더라도 본인 확인을 위해 공증사무소를 방문해야 합니다.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전자서류를 사용할 뿐 일반 공증과 절차는 같습니다. 전자공증을 신청한 사람은 신분증과 이동식저장장치(USB메모리 등)를 가지고 공증사무소에 방문해 공증인 확인 후 전자서명을 하면 됩니다.

공증 수수료는 최저 1만1000원에서 최고 300만원까지입니다. 취급금액이 클수록 수수료도 늘어나지요. 주말과 야간에는 50%의 수수료가 추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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