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지식

<236> 세계적 랜드마크 공연장

ngo2002 2011. 2. 14. 14:33

[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36> 세계적 랜드마크 공연장

오렌지 본떠 20년간 만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관광객 연 400만 명

스페인 북부의 소도시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 덕분에 관광 명소가 됐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강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가 논란에 휩싸이면서도 건립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는 건 “인구 1000만 명인 서울이 세계에 내세울 랜드마크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때론 극장 하나가 도시를 거듭나게 한다. 지구촌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랜드마크 공연장을 살펴본다.

최민우 기자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공연장 5개, 방 1000여 개 … 세계문화유산 지정


항구에 정박되어 있는 요트들의 돛모양을 되살린, 조가비 모양의 지붕이 바다와 묘한 조화를 이루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중앙포토]
멀리서 보면 꼭 먹다 남은 과일을 엎어놓은 것처럼 생겼다. 실제로도 잘라 놓은 오렌지 조각에서 디자인이 유래됐다고 한다.

20세기 10대 건축에 선정되기도 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캥거루의 이미지만 있던 호주에 문화적 향기를 불어넣었다. 이 건축물이 탄생하기까진 우여곡절이 많았다. 1954년 건축 설계안이 공모됐을 때 1등에는 덴마크의 무명 건축가였던 요른 우촌(Joern Uton)이 선정되었다.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구성됐다는 점이 선정 이유였지만, 현실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오히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짓는 게 쉽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착공에 들어간 후에도 구조적인 안정성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영국 구조설계팀에 특수엔지니어링 기법을 요청해 실마리가 풀렸다. 이들은 부챗살 공법이라는 특이한 공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공사기간은 20년이 걸렸으며, 당초 700만 호주달러를 예상했던 총 공사비용은 14배인 무려 1억200만 달러(약 1140억원)가 소요됐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실내에는 5개의 크고 작은 공연장이 있으며, 부설돼 있는 방은 1000여 개에 이른다. 가장 크기가 큰 콘서트홀은 2700여 명을 수용하며, 오페라극장은 1600여 명의 관객이 들어갈 수 있다. 건축비는 1억200만 호주달러가 들었지만 현재 극장의 건물가치는 13억 호주달러(약 1조4500억원)로 추산되고 있다. 1년에 400만 명의 관광객이 이 극장을 찾고 있다. 2007년엔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미국 뉴욕 링컨센터

슬럼가에 들어서 지역경제에 연 15억 달러 기여


미국 뉴욕 링컨센터
뉴욕 서쪽 브로드웨이 62번가에 위치하고 있다. 1949년 당시 링컨광장 주변은 빈민주택과 밀집상가로 슬럼화돼 있었다. 뉴욕 정부는 이 지역 슬럼화를 해소할 방안을 찾아 고심하던 중 링컨센터 건립안을 내놓게 됐다.

링컨센터는 서로 다른 장르의 무대예술이 한 장소에 공존하고 여가생활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링컨센터가 생기기 전까진 카네기홀이 공연예술의 본거지였지만, 링컨센터 건립 이후 중심축이 바뀌었다.

1년에 500만 명이 링컨센터를 방문한다. 지역 경제에 연간 15억 달러(약 1조69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고 한다. 꼭 공연을 보진 않더라도 관광을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200만 명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링컨센터라고 부를 때는 5개의 건물과 그 안에 상주하는 예술단체를 모두 지칭한다. 오페라 전용극장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가 중심에 있고 양 옆으로 뉴욕필의 전용극장인 필하모닉홀과 뉴욕주립극장이 있다.

각 극장은 주로 상주단체의 레퍼토리 공연으로 채워진다. 시즌 오프 기간에는 세계 각국 유명 단체의 대관공연이 이루어지는데 대관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뮤지컬 ‘명성황후’도 이곳 뉴욕주립극장에서 공연됐다. 이 밖에 연극 공연이 행해지는 비비언 버몬트 극장과 줄리아드 음악학교도 있다.

링컨센터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새로운 극장 개념의 출발점이다. 1982년에 개관한 영국 바비칸센터나 일본 도쿄의 신국립극장, 대한민국의 서울 예술의전당 등 전 세계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서는 데 이정표가 됐다.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

문화대국 야심 깃들어 … 호수 밑 수중터널로 입장


베이징 국가대극원
2007년 9월, 공사기간 6년 만에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인근에 국가대극원이 들어섰다. 이 극장 개관은 단순히 새로운 공연장이 하나 생겼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21세기 중국이 정치군사적으로 강한 국가의 이미지를 벗고 문화 선진국으로 이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풍부한 공연예술의 전통이 현대와 만나 일찍이 동서양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새로운 극장을 건축해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라는 옛 중국인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프랑스 출신의 건축가 폴 앙드레가 설계했다. 그는 샤를 드골 공항 설계로 명성을 얻은 바 있다.

국가대극원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물이다. 달걀을 옆으로 누인 듯한 반구형 건축물을 3만5000㎡ 면적의 인공 호수가 감싸고 있다. 인공 호수에 반사된 타원형의 모습은 마치 외계에라도 온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연장은 호수 밑 지하 80m 길이의 수중 터널을 통해야 들어갈 수 있다. 투명 천장을 통해 물 위의 하늘과 구름을 볼 수 있다. 결국 물은 외부 일상과 예술세계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라는 뜻이다.

외형은 ‘호사의 극치’다. 돔형 외관은 2만여 개의 티타늄과 1200여 개의 유리판을 붙여 초현대적인 느낌을 주었다. 내부는 세 개의 공연장으로 이뤄졌다. 오페라·뮤지컬·발레 등을 하는 오페라하우스(2400석), 클래식이 주를 이루는 콘서트홀(2000석), 연극이 올라가는 드라마센터(1000석) 등이다.

건축비는 30억 위안(약 5000억원)이다. 1988년 건립된 서울 예술의전당 건축비는 1570억원이었다. 당시의 물가보다 현재 중국의 물가가 더 싸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보다 몇 배 이상 돈을 쏟아부은 셈이다. 국가대극원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다. 베이징 소재 900여 개 여행사 중 300여 곳이 국가대극원 관광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

5200억원 들여 전 시민 위한 문화공간 만들어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
싱가포르는 2000년부터 세계적인 문화 중심지를 꿈꾸며 ‘르네상스 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창조도시를 만들어 시민의 문화 수준을 확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2003년 싱가포르 해안 예술극장으로 문을 연 에스플러네이드가 이 계획의 시발점이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두리안을 본떴다.

극장을 짓는 데 6억 싱가포르 달러(약 5200억원)가 들었다. 그러나 공연장 개장 후 2만 6000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8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등 극장은 큰 부가가치를 가져다 줬다.

2개 돔으로 구성된 에스플러네이드는 2000석 규모의 극장과 1600석의 콘서트홀이 있으며, 크고 작은 문화공간이 30여 곳 된다. 극장을 싸고 있는 돔은 유리로 설계됐고, 열대 기후에도 아트센터의 냉방을 유지하기 위해 7000여 장의 알루미늄 차양이 부착돼 있다. 이 독특한 돔은 관리가 어렵기로도 소문나 있다. 실제로 하나만 닦는 데도 6개월이 걸려 2개의 돔을 다 닦으려면 1년이 걸린다. “유리창을 닦기 위해선 암벽등반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까지 있을 정도다.

에스플러네이드는 건축 당시 특정 부유층이 아닌, 싱가포르 전 시민을 위한 공간을 목표로 했다. 지역사회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생명력 넘치는 문화공간을 표방한 것이다. 전체 공연의 3분의 2가 무료 공연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료 관객의 70%가량이 젊은이들이라는 사실에 싱가포르 정부는 고무돼 있다. 우리나라의 ‘난타’와 ‘브레이크 아웃’도 공연돼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건립 놓고 120년 논쟁, 지붕 위에서 산책·일광욕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2008년 4월 오슬로 피오르 해안에 세워졌다. 세계 건축물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꼽힌다.

7500억원이 투입된 이 극장의 특징은 깎아지른 빙식지형에 지어진 것과 사선으로 만들어진 하얀 대리석 지붕을 꼽을 수 있다. 마법의 양탄자처럼 생긴 이 지붕은 시민들이 그 위에서 산책을 하거나 일광욕을 즐기는 곳으로 유명하다.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노르웨이 대성당이 지어진 이후 가장 큰 문화시설로 평가된다. 건립을 놓고 120년 이상 논쟁을 벌이다가, 의회가 1999년 건축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고 그 후 9년 만에 완공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

인공섬에 세워 … 서울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벤치마킹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
500석의 극장은 수중터널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다. 인공섬 위에 건립됐기 때문이다. 서울 노들섬 오페라하우스가 벤치마킹하고 있다.

원래 이 인공섬엔 군사시설이 있었다. 군사시설이 철수한 뒤 선박회사인 AP모엘라가 4800여억원을 들여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했고, 이를 2005년에 코펜하겐시에 무상 기증했다.

극장의 생명이라 불리는 음향에 가장 공을 들였다. 바이올린 재료에 쓰이는 나무로 가공한 패널을 내부 공연장 외관에 덧대었다. 객석 밑부분엔 에어컨을 설치했는데, 바닷물을 순환시켜 찬바람이 나오도록 하는 시스템을 이용해 소음을 줄였다.

독일 바덴바덴 축제극장

옛 기차역 건축물 살리면서 최적의 음향 뽐내


바덴바덴 축제극장
독일 바덴바덴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온천탕으로 유명하다. 하나 더 바덴바덴의 명소가 생겼으니, 바로 1998년 옛 중앙역 부지에 들어선 축제극장이다.

최적의 음향과 건축 디자인으로 단숨에 유럽을 대표하는 극장 반열에 올랐다.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설계돼 역의 건축물 정면을 그대로 살리고, 대합실을 매표소와 로비로 사용했다.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2700석)에 이어 유럽에선 두 번째로 많은 객석(2500석)을 자랑한다.

※참고서적: 김승미 서울예대 연극과 교수가 최근 출간한 『극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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