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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국가 이끄는 여걸들

ngo2002 2011. 2. 14. 13:52

[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52> 국가 이끄는 여걸들

게릴라·동성애자 출신 … 어떠한 편견도 그녀들을 가로막지 못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지우마 호세프(62)가 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남미에선 두 번째, 세계 전체로는 17번째(이상 현직 기준) 여성 정상이다. 유리 천장(Glass Ceiling·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벽)을 뚫고 한 나라 최고의 자리에 오른 ‘여장부’들은 어떤 사람일까? 주요 여성 정상들의 면면을 소개한다. 지우마·메르켈·길라드·페르난데스 4명은 지난 11~12일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했다.

김한별 기자

화나면 욕설 마다 않던 게릴라 출신 ‘여전사’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2011년 취임)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가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상파울루 외곽에서 선거 유세를 할 때의 모습이다. 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 5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중앙포토]
유복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 일찍부터 반정부 게릴라의 길을 걸었다. 1970년 검거돼 고문을 당했고 3년간 옥고를 치렀다. 출소 후 뒤늦게 학업에 매진, 77년 서른 살에 대학을 ‘늦깎이’ 졸업했다. 정계 입문 후에는 주와 연방정부 에너지부 장관을 지내며 에너지 분야 전문 관료로 명성을 쌓았다. 이후 수석장관(국무총리 격)을 거쳐 대선에 뛰어들었다. 주요 국책사업 관련 수치를 달달 외우고 다닐 정도로 숫자에 밝고 기억력이 비상하다. 성격은 ‘여전사’ 출신답게 괄괄한 편. 장관 시절엔 화가 나면 욕설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 번 이혼하고 현재는 독신이다. 딸 파울라 호세프(34)가 올해 외손자를 낳았다. 역사서를 즐겨 읽으며 취미는 오페라 감상이다.

첫 여성 총리, 첫 동독 출신 총리, 최연소 총리 …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2005년)


‘첫 여성 총리’ ‘동독 출신 첫 총리’ ‘전후 최연소 총리(당시 51세)’ 세 가지 기록을 세웠다. 서독에서 태어났지만 목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동독으로 이주, 성장했다. 냉철한 이미지의 우파 여성 정치인이란 점 때문에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자주 비교되곤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화한 점도 대처와 공통점. 하지만 노조를 배려하고 시장지상주의에 반대한 점은 딴판이다. 2009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며 인기가 급락했다. 국내에선 강력한 긴축정책을 펴면서 밖으론 파산위기의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한 탓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4년 연속 1위에 올랐다가 올해 4위로 추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이다. 재혼했으나 자녀는 없다.

고정관념 깨뜨린 페미니스트들의 스타

호주 줄리아 길러드 총리(2010년)


올해 총리에 오르며 메르켈처럼 세 가지 ‘최초’ 기록을 갈아 치웠다. 호주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빌리 휴스(1915~23년 재임) 이래 첫 이민자 출신 총리, 최초의 미혼 총리다. 미용사 남자 친구와 오랫동안 동거했지만 결혼·출산에는 뜻이 없다. 총리가 되기 전 미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하나에만 집중하는 외곬 성격”이라며 “가족이 생긴다면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7년 교육부 장관 때 야당이 “아이도 안 갖는 사람이 (교육부 장관으로서) 제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고 빈정대자 “여성 정치인에 대한 이중 잣대”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페미니스트들은 “가족 중심주의 성향이 강한 호주 정계에서 여성 정치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는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총리로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민자·동성결혼 문제,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부은 경기부양책 후유증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집권연정 파트너인 녹색당·무소속과 견해차를 좁히는 게 당면 과제다.

지지율 급락, 위기의 ‘뉴 에비타’

아르헨티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2007년)


아르헨티나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됐다(첫 여성 대통령은 남편 후안 페론 전 대통령에게 권좌를 물려받은 이사벨리타 페론·1974~76년). 남미 전체로는 미첼 바첼레트(2006~2010년) 전 칠레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선출된 여성 정상. 지난달 심장마비로 급사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2003~2007년 재임) 전 대통령이 남편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의원을 지냈고, 정치권의 패션 아이콘으로 대통령 부인 시절 ‘뉴 에비타(페론 전 대통령의 첫 부인으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에바 페론의 애칭)’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집권 후에는 “남미에서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불렸다. 특히 경제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급락, 지난해 총선에서 대패했다. 남편의 수렴청정을 받는 ‘대리인’이라고 빈정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동정표’가 몰리면서 내년 대선 때 무난히 여당 후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핀란드인 중 한 명

핀란드 타르야 카리나 할로넨 대통령(2000년)


핀란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다. 취임 당시 노동자 계급 출신에 미혼 여성(취임 후 동거남과 결혼)이라는 점, 핀란드 국민 대다수가 믿는 복음주의 루터교 신자가 아니라는 점 등도 화제가 됐다. 재임 기간 국가 청렴도, 국가 경쟁력, 학력 평가, 환경지수 등 각종 지표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다. 지지율이 80%가 넘는다. 2004년 한 핀란드 TV의 조사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핀란드인’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핀란드의 국민 음악가로 추앙받는 잔 시벨리우스(8위)보다 앞섰다. 엄마처럼 푸근한 이미지 덕에 별명도 ‘무민 마마(moomin mama)’. 무민은 토베 얀손이 창조한 동화 주인공으로, 핀란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다.

동성과 결혼한 세계 최초의 지도자

아이슬란드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총리(2009년)


아이슬란드의 첫 여성 총리. 지난해 국가 부도를 야기한 보수당 정권을 몰아내고 총리에 취임하며 ‘테스토스테론(대표적인 남성 호르몬)의 시대’를 끝내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3월 스트립 클럽 영업을 금지시켜 영국 일간지 가디언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페미니스트 국가’란 평을 들었고, 6월 동성결혼 허용 법률이 발효되자마자 8세 연하의 여성작가 요니나 레오스토티르와 결혼했다. 아이슬란드 최초의 동성결혼이자 현직 국가 수반 중 최초의 동성결혼이었다. 총리가 되기 전에는 아이슬란드 역사상 최장수 의원 기록을 세웠다. 1978년 의정 생활을 시작한 이래 여덟 번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아이슬란드의 첫 여성 국가 지도자는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1980~96년 재임) 전 대통령.

20년 내전 치유하는 아프리카 첫 여성 정상

라이베리아 엘렌 존슨설리프 대통령(2006년)


아프리카는 다른 어느 대륙보다 남성들의 권력 독점이 심하다.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의 경우 여성 의원 비율이 평균 17.5%에 불과하다. 엘렌 존슨설리프는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고 2005년 대선에서 아프리카 최초의 근대 여성 지도자에 올랐다. 취임 후 성과도 눈부시다. 교육 수준을 끌어올렸고, 8000만 달러(약 900억원)에 불과했던 정부 예산을 3억5000만 달러로 늘렸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설립해 20년 내전이 남긴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업적을 근거로 지난 5월, 그를 “라이베리아 역사상 최고의 지도자”로 꼽았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취임식 땐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 부인 로라 부시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등 외국 VIP들이 대거 참석했다.

군사정권과 싸우다 여러 차례 암살 될 뻔

방글라데시 셰이크 하시나 총리(1996년)


(사진 왼쪽) 방글라데시의 초대 대통령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1971~72년 재임)의 3남2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하지만 75년 군사 쿠데타로 아버지 등 가족 대부분이 몰살당했다. 그와 여동생은 독일(당시 서독) 방문 중이었던 덕에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이후 6년간 영국과 인도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귀국 후 군사정권에 항거하다 수차례 가택 연금을 당했고, 암살 위기도 여러 차례 모면했다. 96년 처음 총리가 됐으나 2001년 방글라데시가 국제투명성기구 선정 ‘세계 최악의 부패 국가’로 꼽힌 뒤 물러났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총리직에 올랐고, 이후 국가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최근 3년간 연 6%대 경제 성장을 이어 가고 있고, 70년대 여성 1명당 6명에 달하던 출산율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빈곤 퇴치, 여성 지위 향상 등의 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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