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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다국적 제약사 성장의 비결

ngo2002 2011. 2. 14. 12:59

[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28> 다국적 제약사 성장의 비결

경영진 사재까지 투자한 화이자, 295년간 26개 제약사 뭉친 GSK …

정부와 제약업체 간 ‘신경전’이 한창이다. 정부의 약값 인하 정책은 리베이트 규제로 이어져 제약사 세무조사와 불공정 행위 조사 등을 낳았다. 이 바람에 그렇지 않아도 허약한 체질의 국내 제약사들이 휘청거렸다. 실로 글로벌 무대에서 힘을 발휘하는 토종 제약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연 매출 수십조원을 거두며 지구촌을 휘젓는 구미의 다국적 제약사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커 왔을까. 경쟁력의 원동력인 활발한 기업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을 우리는 어떻게 배워야 할까.

심재우 기자

화이자 전쟁 통에 수요 급증, 과감한 시설 투자

화이자 공동 창업자인 찰스화이자(왼쪽)와 찰스 에하트.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젊은 사업가 찰스 화이자와 찰스 에하트가 1849년 뉴욕에 정제화학약품회사인 ‘찰스 화이자 앤 컴퍼니(Charles Pfizer & Company)’를 세웠다. 오늘날 세계 최대 제약회사로 군림하는 화이자의 탄생이다. 사촌지간인 이들은 찰스 화이자의 아버지한테서 2500달러를 빌려 회사를 세웠다.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지역의 남루한 붉은 벽돌 건물은 사무실과 연구실, 공장과 창고를 겸했다. 첫 생산 제품은 산토닌이라는 구충제였다. 1860년대 남북전쟁으로 수요가 급증한 진통제와 방부제·살균제를 만들며 급성장했다. 1900년 뉴저지주에 회사로 정식 등록했고, 1942년 기업을 공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페니실린을 대량 생산해 군대에 공급함으로써 많은 군인들의 목숨을 구했다. 대량 생산을 하려면 대규모 시설 투자를 위한 재원이 필요했다. 화이자의 경영진은 개인재산까지 끌어다 투자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회사 근처의 빈 얼음공장을 사들여 부단히 개발에 매진한 결실이 발효시스템을 활용한 페니실린이었다. 이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터득함으로써 화이자란 이름을 해외에 널리 알렸다. 2000년 워너-램버트, 2003년 파마시아와의 대규모 합병을 성사시켜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와이어스 인수를 마무리해 백신과 바이오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머크 신약 개발로 일어서고 위기도 돌파

1891년 설립된 머크의 초창기 과학자들은 현재 비타민B1으로 알려진 티아민을 발견해 대량생산함으로써 장수기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 결핵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인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해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코티손 항염증제를 합성해 관절염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 최초의 홍역 백신을 비롯해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 백신을 개발했다. 최초의 로타바이러스 백신인 로타텍, 최초의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인 가다실, 대상포진 백신인 조스타박스 역시 머크의 제품이다. 지난해 미국계 셰링프라우와 합병함으로써 매출 기준 세계 2위의 제약사로 도약했다.

1927년 미국 머크의 생산공장 전경(조감도).
이런 머크 역시 심각한 위기가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진통제인 바이옥스의 부작용이 알려지면서 브랜드 신뢰성에 먹칠을 했다. 2004년에는 3분기 연속 목표 수익을 달성하지 못하는가 하면, 후기 임상에 돌입한 두 가지 약물의 개발이 중단되는 등 막대한 투자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연구 인력이 회사를 떠났고, 수십 건의 소송에 휘말렸다. 이때 위기 돌파의 탄환이 있었다. 로타바이러스·대상포진 백신, 신형 당뇨 치료제 세 가지 약품이 모두 200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낸 것이다. 이들 덕분에 연간 70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얻었다. 또한 2006년부터 2년 동안 7가지 신약에 대한 FDA의 승인을 더 받아냈다. 2005년 바이옥스와 관련된 수십 건의 소송에서도 대부분 승전보를 울렸다.

GSK 다양한 회사 M&A로 브랜드 1400여 개 보유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글락소 스미스 클라인(GSK)은 글락소·웰컴·스미스·클라인·비참 5개 제약사가 합쳐 탄생한 ‘하이브리드 회사’다. 각각의 회사들 또한 300년 가까운 역사 동안 크고 작은 26개의 제약사들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2001년 글락소웰컴과 스미스클라인비참이 합병했고, 지난해 스티펠을 인수함으로써 현재의 GSK가 완성됐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영국 본사 전경. 300년 가까이 26개 제약사가 합종연횡을 거듭한 인수합병(M&A)의 전형이다. [GSK 제공]
GSK의 역사는 영국에서 출발한다. 1715년 런던에 세워진 플라우코트라는 약국은 동식물과 미네랄을 원료로 약품을 제조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약국은 나중에 ‘앨런 앤드 핸버리스’(Allen & Hanburys Ltd)라는 회사로 성장한다. 이는 1958년 연구시설을 보유한 글락소와 합병한 이후 천식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다.

글락소는 1853년 17세 때 호주로 이민 간 조셉 네이선이 분유 무역을 하면서 설립했다. 스미스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존 스미스가 1841년 ‘존 케이 스미스’(John K. Smith & Co.)를 설립해 운영한 의약품 도매업체다. 비참은 1820년 영국 농장 노동자의 아들로 출생한 토머스 비참이 설립한 회사다. 양들이 특정 풀만 먹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식물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1859년 영국 세인트헬렌스에서 세계 최초로 의약품만을 제조하는 비참을 세웠다. GSK는 이처럼 다양한 회사들의 M&A를 통해 지금은 건강 및 의약품 브랜드 1400여 개를 보유한 거대 생활과학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10만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110여 개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당뇨병 치료 한 우물, 수익 대부분 R&D에

덴마크 코펜하겐의 노보 노디스크 본사 전경.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세계 최대 당뇨병 치료제 업체다. 대다수 다국적 제약사가 다양한 치료제를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한 데 비해 이 회사는 당뇨질환 치료제 한 우물을 팠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아우구스트 크로그가 1922년 캐나다에서 진행된 한 의약품 연구 결과를 덴마크의 동료에게 소개하면서 회사의 역사가 시작됐다. 크로그는 캐나다 과학자들이 당뇨병 치료를 위해 췌장의 추출물을 활용하는 것을 목격하고 덴마크로 돌아와 ‘인슐린’이라는 혁신적인 호르몬에 대한 연구를 지속했다. 1925년 노보를 설립한 뒤 ‘인슐린 노보’라는 제품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노보는 이후 10년간 40개국에 인슐린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다. 이 시기에 소와 돼지에서 적출한 췌장이 유럽 전역에서 노보로 운송됐다. 초기 냉장차로 옮겨지던 물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철도와 대형 화물트럭을 통해 운송됐으며, 늘어나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현대화된 공장을 설립했다. 노보는 인슐린 판매로 거둬들인 수익 대부분을 R&D에 재투자했다.

성장을 거듭한 노보는 1982년 사람의 인슐린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돼지의 인슐린과 사람의 인슐린은 아미노산 한 개 차이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돼지에서 추출한 인슐린을 사람의 인슐린과 동일하게 만드는 화학 공정을 개발했다. 노보는 사람의 인슐린 생산이 경쟁사에서도 가능해지자 이에 맞서 유전자 재조합 연구소를 세웠다. 1989년 노보는 혈액인자와 성장호르몬을 생산하던 노디스크와 합병함으로써 연간 매출 8억3500만 달러, 전 세계 직원 수 7300여 명에 이르는 노보 노디스크가 탄생했다.

박스터 혈액·신장 의약품 주력, 신종플루로 백신기술 정평

박스터의 헤파린 제품.
미국 박스터는 정맥주사제 제조 회사로 1931년 설립됐다. 1940년대 수액제조 공장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회사의 모습을 갖췄다. 당시 업계 처음으로 살균-진공 타입의 혈액보관 용기를 개발해 혈액 저장의 실용화에 큰 획을 그었다. 박스터의 정맥주사와 혈액 저장 제품은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미군의 가이드라인을 맞출 만한 유일한 의약품이었다. 이후 플라즈마를 혈액에서 분리해 저장한 뒤 나중에 사용 가능하도록 개발한 용기를 비롯해 혈액 투석기, 상업용 인공신장, 간이 인공심폐기 등 혈액과 신장질환에 특화된 제품을 다수 개발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박스터의 현재 사업영역은 바이오사이언스, 의료장비, 신장 관련 비즈니스 세 가지 사업부로 분화됐다. 박스터는 지난해 126억 달러(약 15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바이오의약품과 백신 위주인 바이오사이언스 부문이 전체 매출의 44%로 가장 많고, 의료장비와 신장 관련 사업부가 각각 38%와 18%를 차지한다. 지난해 신종 플루(H1N1)의 대유행은 박스터의 신종 플루 백신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유럽의약품기구(EMEA)에서 세포배양 기술을 활용해 생산한 조류 인플루엔자 백신 ‘셀바판’에 대해 승인을 얻는 등 백신 관련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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