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이어진 강추위와 더불어 예전에 보지 못하던 폭설이 겨울을 실감케 하고 있다. 제주에 살아 눈은 평상시 겨울 한라산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현실이다 보니, 창 밖 길거리에 쌓인 눈은 우리 같은 생활인들에게 다소 곤혹스럽다. 이 겨울을 우리는 어떻게 보내야만 하는가. 일반적으로 외부 온도가 떨어지면 우리 몸의 말초혈관이나 피부가 움츠러들어 평소보다 혈압은 높아지고, 높은 열량을 내야 하기에 상대적으로 혈중 지질농도는 올라가는 게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전체 성인 인구의 30% 이상이 고혈압이고 또한 비만의 원인인 당뇨를 앓는 환자도 매년 30만명 이상씩 날로 늘어만 가는 통계수치를 보면 우리의 건강관리는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관리상 우리가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할 요소가 바로 체중 요소 중 지방이다. 이 중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 주범은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지방이다. 따라서 단순하게 체중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체중 성분을 다시 조정하는 것이 진정 건강을 위한 체중조절이다. 진료실에서 흔히 듣는 말이 ‘전 물만 먹어도 살이 쪄요’나 ‘전 먹는 것도 없는데 살이 쪄요’다. 물론 그것은 맞는 말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와 더불어 내가 과연 어떤 상태인지를 알고 먹었는지가 비만관리의 핵심이라 하겠다.
단백질·비타민 위주 식단으로 기초대사량 늘려야
어떻게 해야 지방 대사량을 높일 수 있을까. 물론 적게 먹어야 하는 것이 진실이지만, 제대로 잘 먹어야만 비만을 막을 수 있다. 우리 식생활은 산업화가 진행되고 산성비가 내리기 시작한 후 심각한 영양 불균형에 시달렸다. 우리가 식탁을 아무리 풍성하게 차려도 영양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다. 오래된 자료이지만, 94년 일본 과학기술원 식품성분 분석조사에 따르면 산성비에 의한 토양 산성화, 지나친 농약 사용, 생육이 빠른 품종재배와 하우스재배, 오랜 반복 경작 등은 토양 양분을 고갈시킨다. 토양에 양분이 부족해 화학비료를 주고 키운 작물을 인간이 섭취한다면 영양소가 심각하게 결핍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대표적 예로 50년대에 시금치 1단에서 얻었던 비타민C를 90년대에 얻기 위해선 시금치 19단을 섭취해야 한다. 이는 곧 영양소는 없고 칼로리만 높은 오늘날의 정크푸드 식단을 증명해준다. 그러니 무얼 먹든 제대로 먹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미네랄과 비타민을 섭취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영양제를 보충해야 하는 서글픈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소화나 대사 과정에서 보면 우리가 섭취한 지방은 모두 섭취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속 지방의 약 20%만 흡수된 지방에서 오는 것이고 나머지 약 80%가 과잉 섭취된 당분이 지방으로 전환돼 생긴 것이다. 탄수화물이나 밀가루 중독에 대해 들어 봤을 것이다. 식후 얼마 지나지도 않아 또 배고픔을 느낀다면 바로 식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혹시 내 몸에 속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라. 내 몸은 늘 영양소 결핍으로 나를 속여 쉼 없이 위장을 불려주기를 유혹하고 있을 수 있다. 땀 흘리는 건전한 여가의 즐거움만이 우리 가정과 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참된 건강이다. 지방을 태우고 기초대사량을 늘리려면 소모 공장인 근육량을 늘리는 동시에 이를 촉진시키는 단백질과 대사의 촉매제인 미네랄 그리고 산화를 막고 세포손상을 치료해주는 비타민들이 다량으로 필요하다. 식탁의 풍성함은 양이 아니라 질이다. 흩날리는 눈을 보니 어릴 적 눈 내리는 겨울, 아랫목에 앉아 문 유리 틈으로 보이던 소복이 쌓이는 눈을 벗 삼아 먹던 음식들이 생각난다. 오곡밥에 달작지근한 감 장아찌와 고춧잎 절임, 갓 썰은 잘 익은 김치와 고들빼기, 동치미, 화롯불에 올려놓은 청국장, 들기름을 발라 막 구운 김 한 접시 그리고 강에서 잡은 빙어 조림과 잘 익은 무 토막…. 아, 그러고 보니 점심시간이다.[박동수 삼대한의원 원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2호(10.02.03일자)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