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벌면 된다".. 무덤뷰 아파트에 살라니
김노향 기자입력 2022. 06. 21. 06:51
[편집자주]중견건설업체의 급성장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수년째 이어진 글로벌 저금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주택사업에 목을 매는 동안 중견건설업체들은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키웠다. 재계 상위 그룹 계열의 종합건설업체보다 매출은 적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시행사업에 있었다. 막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켜 주택사업을 하고 높은 분양수익을 통해 성장했지만 이 같은 사업 구조는 금리 인상 시기와 맞물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분양 통계로도 분양경기 하강 신호가 나타났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견건설업체일수록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게 됐다.
검단신도시 디에트르 더힐 /사진제공=대방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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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1) "아파트 팔아서 재벌됐는데"… 중견 주택업체들에 드리운 '전운' (2) 고분양가 논란 대방건설, 영업이익 '23%' 시행사 부채율 '5만%' (3) "돈만 벌면 된다"… 무덤뷰 아파트에 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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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김포 장릉 인근의 문화재 보존지역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아파트를 건설해 논란이 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의 일명 '왕릉뷰' 아파트 3곳에 대해 준공(입주)허가가 승인됐다. '문화재보호법' 위반 논란으로 지난해 7월 일시적인 공사중지명령이 내려졌지만 3개 건설업체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맞대응해 일부 승소, 공사를 강행했다.
입주민들 입장에선 아파트 철거라는 최악의 사태를 가까스로 모면했고 천문학적 피해비용도 막을 수 있었지만 건설업체들의 도의적 책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문제가 된 아파트 시공사들은 시공능력평가(시평) 기준으로 각각 15위(대방건설) 47위(금성백조주택) 58위(대광건영) 등인 중견건설업체로 주로 주택사업을 영위해 높은 수익성을 누려왔다.
아파트 브랜드가 갖는 사회적 인지도는 높지만 기업 평판이나 신인도에 상대적으로 작은 타격을 받다보니 손실을 피하려고 입주를 강행했다는 논란도 여전하다. 관련 인허가 당국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주택사업으로 몸집을 불려온 중견건설업체로선 영업활동의 제한이 불가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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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피하려고 입주 강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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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뷰 아파트 가운데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한 '검단신도시 로제비앙 라포레'(대광건영 시공)는 735가구 규모로 지난 5월 지자체의 사용승인을 받았다. 해당 아파트는 김포 장릉과 걸어서 약 1.3㎞ 거리로 3개 아파트 가운데 가장 짧고 직선거리는 500m 이하다. 2017년 문화재보호법 개정에 따라 문화재 반경 500m 이내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을 지으려면 개별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해당 아파트는 2019년 착공(분양) 당시 분양가가 79㎡(이하 전용면적) 3억6576만원, 84㎡ 3억9316만원으로 일부 미분양이 발생했다가 현재 분양이 완료된 상태다. 올 6월 네이버부동산 확인 매물에 따르면 인근 아파트 84㎡ 실거래가는 최근 5억~7억원대에 신고됐다. 이어 이달에는 '검단신도시 예미지트리플에듀'(금성백조주택) 1249가구의 입주가 시작된다. 왕릉뷰 아파트 가운데 최대 규모인 '검단신도시2차 디에트르 더힐'(대방건설) 1417가구는 오는 9월 입주허가를 받은 상태다.
이들 아파트 시공사 3곳은 현재 문화재청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문화재청의 공사중지명령에 위법성을 제기한 시공사들이 다음 달 선고 예정인 본안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사건은 일단락될 수 있다. 현재 공사중지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은 나오지 않은 상태로 1·2심 재판부는 건설업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입주가 본격화될수록 문화재청의 승소 가능성이 낮아질뿐더러 설령 승소하더라도 일단 입주가 진행된 이상 법원이 이를 감안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입주와 동시에 잔금 정산과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지는데 3개 단지 총 3401가구 입주자의 재산권을 고려할 때 사실상 아파트 철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울산 북구)이 문화재청으로부터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에 적극 대응하고 향후 형사소송 등 관련법에 따라 건설업체들의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왕릉뷰 논란 아파트 단지가 보이는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신도시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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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떠나 도의적 책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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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건설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인천검단2차 총분양계약액은 6101억원이다. 대방건설은 해당 단지의 시행·시공을 다 맡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공사중지명령 취소 소송의 진행 경과나 결과가 입주허가를 취득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결과에 따라 입주 지연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 지연 시 예상되는 연결회사의 손실은 피해 계약자에 대한 분양대금의 연 6.02%라고 추정했다. 단순 계산 시 연간 3억6700만원 수준으로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입주와 별개로 3개 건설업체 대표 등 책임자들은 경찰 수사 결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지난 5월 31일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심지어 해당 업체들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를 없애려는 시도가 발견돼 관계자 4명도 함께 검찰 송치됐다. 다만 경찰은 사업 승인 관련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인천 서구청 공무원에 대해선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불송치키로 했다.
건설업체들은 검단신도시 사업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가 2014년 문화재 관련 허가를 받았고 관할 구청의 승인도 받은 만큼 법에 저촉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적 시비를 떠나 무분별한 아파트 개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해당 아파트가 건설된 지역이 2003년부터 이미 문화재 500m 이내에 있었기 때문에 지자체와 건설업체가 착공 전 관련 규제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관리 소홀의 문제도 지적된다.
대방건설은 소송이 시작된 지난해 입장문을 통해 "해당 사업지는 행정기관과 전문가가 모여 계획한 대규모 2기 신도시"라며 "외관 색채나 패턴 설계 등을 장릉과 어울리게 변경해 문화재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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