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주식)

삼성전자, '6만 전자'보다 더 뼈아픈 것은

ngo2002 2022. 4. 1. 07:45

정길준 입력 2022. 04. 01. 07:01 댓글

시총 10조원 이상 빠져
업황 개선 전망에도 지지부진
반도체 경쟁력 물음표
"호실적도 주가에 영향 못 줘"
삼성전자 주가 추이와 매출 추정치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가 예전의 영광이 무색하게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6만원에 진입하면 무조건 담아야 한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조언도 옛말이다. 핵심 사업인 반도체가 흔들리면서 중장기 전망에 먹구름이 끼자 시장의 외면을 받는 신세가 됐다. 이는 삼성전자만의 매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해 뼈 아프다.

대장주서 '6만 전자'로 지난달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0.43% 떨어진 6만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에만 해도 8만 원 문턱까지 갔던 삼성전자 주가는 매월 한 단계식 박스권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가까스로 7만 원대를 유지하다 3월에 접어들자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6만 원대로 추락했다. 이달에만 총 8거래일에 6만 원대로 장을 마감했다.

이런 현상은 자연스럽게 회사의 가치를 나타내는 시총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 달 전과 비교해 10조 원 이상이 빠졌다. 이런 추세를 유지한다면 다음 달에는 400조 원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기된 반도체 업황 악화 우려는 임인년 새해 분위기가 180도 바뀌며 삼성전자에 희소식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이 전년 대비 20%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2년 동안에도 5G 스마트폰 AP(중앙처리장치) 및 기타 통신 부품의 수요가 크게 올라 20%대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와 선두를 다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집계에서 지난해 4분기 18.3%의 점유율로 2위를 지켰다. 아직 TSMC(52.1%)가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격차를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이렇게 긍정적인 상황에서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반도체 양산 체계를 갖추며 파이를 넓혔지만, 갈수록 미세화하는 공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다.

논란의 시작은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이하 갤S22)다.

업계에서 처음으로 4나노 AP를 채택해 경쟁 제품 대비 빠른 연산을 보장한다고 홍보했는데, 막상 안을 들여다보니 고사양 게임·그래픽 작업에서 강제로 성능을 저하하는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가 숨어있었다.

많은 기능을 더 작아진 칩 안에 담았지만, 발열을 잡지 못해 취한 조치다.

국내 버전에는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곤8 1세대', 유럽에는 삼성전자 자체 설계 '엑시노스2200'이 두뇌로 탑재됐는데, 모두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만들어진다.

GOS 이슈에 더해 유럽에서는 엑시노스2200 때문에 GPS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반도체, 다른 곳이 더 매력적" 이에 삼성전자 반도체의 수율 안정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율은 웨이퍼(반도체 원판) 한장에서 만든 칩들 가운데 정상적인 것들의 수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수율이 높을수록 생산성이 향상됨을 의미한다.

반도체는 미세회로로 구성되기 때문에 공정 중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제품에 치명적일 수 있다. 높은 수율을 얻기 위해서는 공정 장비의 정확도와 클린룸의 청정도, 공정 조건 등 여러 제반 사항이 뒷받침돼야 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 수율을 30~35%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10개 중 6~7개가 불량인 셈이다. 이에 반해 TSMC는 70%대로 안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파운드리뿐 아니라 삼성 엑시노스 브랜드를 향한 의구심도 피어오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직접 모바일 AP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애플의 자체 개발 '애플 실리콘'은 물론 보급형 단말에 주로 들어가는 대만 미디어텍에도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모바일 프로세서 '엑시노스2200'. 삼성전자 제공

이와 관련 지난달 16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불만 섞인 질문들이 쏟아졌다.

한 주주가 엑시노스의 비전을 묻자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 사장은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시로 변경한다. 구체적으로 답변 못 드리는 점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올해도 삼성전자는 양호한 실적을 보일 전망이지만 호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증권가도 지금의 주가에 악재가 충분히 반영됐지만 극적인 상승 전환은 힘들 것으로 예측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계에서는) DB하이텍·SK하이닉스·LG이노텍 등이 더 매력적"이라며 "매크로와 내재적 이슈에 구체적 진척이 없다면 단기적으로 6만원 중반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고 했다.

주가 약세의 부정적 요인으로는 비우호적인 외부 환경(지정학적 리스크)과 스스로 잘못한 이슈(GOS·파운드리 경쟁력 의문)를 들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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