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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김범수, '사업구조 대전환' 카드 빼들었다.. "10년간의 성장방식 버릴 것"

ngo2002 2021. 9. 14. 16:07

장우정 기자 입력 2021. 09. 14. 15:07 수정 2021. 09. 14. 15:14 댓글 68

골목상권 침해 사업서는 발 빼고, 본연의 혁신에 집중
최대 5000원 콜비 논란 스마트호출 폐지, 꽃 배달선 철수
자율주행, 글로벌, 콘텐츠 등 먹거리 적극 발굴 방침
국감·대선 앞두고 플랫폼 압박 커지자 선제적 승부수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카카오

“카카오와 모든 계열 회사들은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14일 골목상권 침해 사업 일부 철수, 혁신 사업 위주의 사업 재편 카드를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카카오는 이날 카카오모빌리티의 핵심 수익원으로 최대 5000원에 달하는 과도한 콜비로 논란이 됐던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고, 기업고객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에서 철수하는 등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정면 대응했다. 한편으론 카카오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 같은 혁신 사업,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관련 업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지원금 역할을 할 기금을 5년간 3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겠다고도 했다.

카카오 고위 관계자는 “카카오 계열사 내부적으로도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에 상당히 많은 토론·논쟁이 있었다”라면서 “이번 발표는 단순히 모빌리티의 일부 사업 철수라기보다는 카카오 전 계열사의 구조적 대전환 발표로 이해해 달라”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함께 국내 양대 플랫폼으로 성장한 카카오는 최근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에 따라 정부·국회의 주 규제 타깃이 돼 왔다. 10월 1일부터 시작하는 국회 국정감사와 내년 초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 점도 플랫폼 공룡에 대한 규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요인이다.

카카오는 특히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라는 플랫폼으로 택시·대리기사와 이용자를 중개하면서 과도하게 수수료를 챙긴다는 비판을 거세게 받았다. 최근에는 영세기업들의 주 시장이었던 전화콜 방식의 대리운전 시장에도 본격 뛰어들며 업계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카카오T 택시가 갖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통감하고, 택시 기사와 이용자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고 ▲택시 기사 대상 프로 멤버십 요금을 월 9만9000원에서 월 3만9000원으로 인하한다”라고 밝혔다. 대리운전 시장에서는 기존 20%의 고정 수수료 대신 수요 공급에 따라 0~20%의 범위로 할인이 적용되는 변동 수수료제를 전국에 확대 적용한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자율주행과 이동 서비스 혁신, 기업용(B2B) 분야의 모빌리티 기술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등 신사업 발굴, 글로벌 비즈니스에 주력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인 케이큐브홀딩스는 미래 교육, 인재 양성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환한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 지분 10.59%를 보유한 2대주주로 실질적으로 카카오를 지배하는 역할을 하는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을 받아 왔다. 최근까지 김 의장의 남동생 김화영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임직원 대부분이 김 의장의 가족으로 구성돼 ‘가족회사’로 알려지기도 했다. 공정위는 카카오와 케이큐브홀딩스에 대해 공시 누락, 허위 보고 등을 근거로 현장조사에 나서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카카오가 이런 정부 규제 칼날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라는 메시지로 정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감을 약 2주 앞둔 상태에서 김범수 의장이 선제적으로 상생안을 내놓으며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수요·공급 중개를 통해 수익을 취하며 손쉽게 사업을 확장하는 10년간의 방식 대신 카카오톡 같은 본연의 경쟁력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으로 향후 행보를 지켜볼만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카카오는 이날 발표한 사업 재편안 외에도 사용자 후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계열사 정리·철수를 단계적으로 진행해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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