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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 이사장 "中 플랫폼 연결된 모든 국가 데이터 中에 넘어갈수도" [뉴스+]

ngo2002 2021. 3. 23. 08:03

 

김민서 입력 2021. 03. 23. 07:0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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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의 4차산업혁명 기술 추격 빨라지자 태도 돌변해 급제동
美, 中 플랫폼 세계표준되는 것 막기위한 견제구 가속화 예상

이근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중기술패권경쟁은 21세기 글로벌 플랫폼을 누가 장악하느냐의 경쟁이다. 여기에 중국이 먼저 5G 통신 기술과 서비스로 치고 나왔다. 잘못하면 중국 플랫폼에 연결된 모든 국가의 데이터도 중국 공산당 통제 아래 넘어가게 된다. 세계 규모의 거대한 디지털 권위주의 제국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이근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운영하는 글로벌 테크 미디어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 테크 기업을 겨냥한 압박에 나선 배경을 이렇게 분석했다. 1899년 창립된 이 매체는 세계적으로 기술 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잡지다.

◆미국의 돌변

이 이사장은 미국은 얼마 전까지 중국에 대규모 투자도 하고 글로벌 공급망으로 중국을 연결하고 또 중국 유학생과 기술인력을 미국의 유수 대학과 연구소에서 받으면서 과학기술을 이전해주기도 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강한 견제를 하기 시작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이 전통산업인 가전과 조선, 경공업 분야 등에서 미국을 추격해온 지는 오래됐지만 미국이 이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갖지도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나날이 커지는 중국의 시장과 소비력을 기회로 봤던 측면이 컸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미국의 태도가 급변한 데 대해 “갑자기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하이테크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빨라지자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라고 봤다. 특히 인터넷 플랫폼을 장악하는 핵심 기술인 5G 네트워크 기술에서 미국을 앞서기 시작한 게 주요 원인이라고 이 이사장은 분석했다. 

◆전세계에 화웨이가 깔리면 벌어질 일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의 한 가운데에 있는 테크 기업은 단연 화웨이다. 이 이사장은 화웨이를 선두주자로 한 중국의 5G 네트워크가 전 세계에 먼저 깔리고 그 위에 중국의 핀테크가 돌아가고, 중국의 AI 제품들이 접속되고, 그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빅 데이터를 중국 기업과 중국 공산당이 확보하게 되면 미국이 만들어온 기존의 플랫폼을 중국이 일거에 접수하게 되는 양상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중국이 자국에서 바이두나 텐센트 등 중국 플랫폼 기업만을 허용하고 미국의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의 미국 플랫폼 기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5G와 그에 연결되는 기업, 서비스를 먼저 세계에 확산시키면 세계의 플랫폼이 중국화 되고 그 표준을 중국이 주도하는 결과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미·중 반도체 기술 둘러싼 각축전

새로운 플랫폼 시대의 중요한 기술로 꼽히는 건 초고속 통신기술, 빅 데이터, AI다. AI는 특히 미래산업 경쟁력과 군사기술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기술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부품이 바로 반도체다. 이 이사장은 “아무리 빅 데이터와 초고속 통신기술이 있어도 반도체가 데이터를 처리해 주지 못하면 AI에서 앞서 나갈 수 없다”며 “그래서 미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기업의 공급망이 중국에 포함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다른 기술은 몰라도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반도체 기술은 아직 미국과 동맹국 수준에 못 미치는 만큼 초반에 싹을 자르는 시도라는 것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최악의 시나리오 막으려는 미국의 견제구

이 이사장은 “미국은 앞으로도 5G 이후의 플랫폼을 장악하는 기술과 서비스 등을 계속 규제하고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동맹국을 끌어모을 것이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 때 이미 시작됐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더욱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동맹국을 동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이사장은 “중국은 공산당이 모든 데이터를 중앙에서 수집, 관리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디지털 권위주의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며 “잘못하면 중국 플랫폼에 연결된 모든 국가의 데이터도 중국 공산당의 통제 아래 넘어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건 곧 세계 규모의 거대한 디지털 권위주의 제국이 완성되는 순간이라는 게 이 이사장의 진단이다. 그는 “이런 시나리오가 완성되기 전에 미국이 견제구를 던지고 나온 것이 작금의 기술패권 경쟁”이라며 한국의 선택지에 대해 굳이 명기하진 않았다. 답이 너무 뻔해서다. 

김민서기자 spice7@segye.com

아래는 이근 이사장의 MIT 테크놀로지 기고문 전문 링크. 

https://www.technologyreview.kr/us-china-technology-hegem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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