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화

삼성전자, 태양전지·바이오·로봇서 제2의 반도체신화 쓴다

ngo2002 2009. 10. 30. 08:30

"이젠 1등 지키기" 삼성 경쟁자는 삼성
신시장 창출ㆍ경영 구심력 재구축 과제

삼성전자 40년 / (하) 또다른 40년을 향해 ◆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에 위치한 연면적 19만5042㎡(5만9000평), 지하 8층~지상 43층 규모 삼성전자 사옥.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14년간 계속된 "태평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40년을 시작하기 위해 옮긴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이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파워엔진 역할을 하는 수원사업장. 지난달 이곳에서는 최지성 삼성전자 DMC부문 사장 주재로 `삼성디지털시티` 선포식이 열렸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2011년까지 수원사업장을 대학 캠퍼스 같은 글로벌 업무단지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불혹(不惑)을 맞은 삼성전자가 새로운 40년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올해 초에는 조직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반도체와 LCD패널,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 등 6개 총괄사업부로 나뉜 조직을 DS(부품)부문과 DMC(완제품)부문으로 이원화했다. 사업 성격이 같은 부품끼리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완제품끼리 연계해 마케팅 파워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인데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조직 개편 이후 부품 구매는 DS부문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해결이 가능해졌으며 DMC도 TV와 휴대폰, 모니터 등 제품을 패키지로 묶으면서 마케팅과 영업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신수종사업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핵심 3대 분야로는 태양전지, 바이오, 로봇산업이 꼽힌다. 바이오사업은 지난 7월 첫발을 내디뎠다. 제넥스, 이수앱지스, 프로셀제약 등과 함께 바이오시밀러산업에 진출한 것이다. 태양전지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지난달 경기도 기흥에 결정형 태양전지 연구개발 라인을 가동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 태양전지 시장 선두에 서겠다는 목표다.

삼성은 새로운 IT제품에 대한 개발을 위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입는 컴퓨터, 홈엔터테인먼트로봇 등이다. 또한 매출 100억달러 이상 주력사업을 현재의 반도체, 휴대폰, LCD, TV 등 4개 부문에서 프린터와 시스템LSI 등을 추가해 모두 6개 부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규모 면에서는 글로벌 기업을 압도한다. 1997년만 해도 IT업계는 매출액 기준으로 히타치,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이 대거 상위를 점하고 있었는데, 작년 말에는 HP와 IBM에 이어 삼성전자가 매출 3위로 뛰어올랐다.

지난 40년간 잘 달려온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이른바 1위 기업의 어려움이다.

최지성 사장은 "2등이 1등을 따라가는 것은 쉽지만 1등이 되면 여러 가지 고민과 함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고 고뇌를 털어놨다.

삼성이 2위, 3위를 할 때는 1위 기업을 지켜보면서 벤치마킹을 하거나 따라잡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면 됐다. 그러나 삼성전자 자체가 선발주자가 된 만큼 이제는 스스로 좌표를 설정해서 나아가야 하고 혁신해야 한다. 삼성전자 최대 경쟁자는 삼성전자 자신이 된 셈이다.

장세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과 소니`라는 책에서 "삼성이 후발주자로서 추격할 목표가 명확히 있었기 때문에 성장이 가능했지만 더 이상 모방할 상대가 없어지면서 앞으로 스스로 산업을 주도하고 기술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 정체도 삼성전자의 고민이다.

지금까지는 삼성전자가 1위를 따라잡는 과정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면서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동시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앞으로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경영혁신을 통해 영업이익률을 높일 수 있지만 매출이 크게 늘어날 부분은 많지 않다. TV에서 새로운 종(種)으로 평가받는 LED TV 같은 히트작이 지속적으로 나와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매출이 과거처럼 계단식으로 점프하기는 쉽지 않다.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전 회장은 "소니가 워크맨과 TV의 성공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삼성전자가 앞으로 경험할 어려움은 어떻게 반도체와 LCD, 휴대폰 등 과거 성공을 잊을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재 풀의 글로벌화도 필요하다. 삼성전자 본사 인력 중 99%는 한국인이다. 외국인으로 분류되는 인력 중에서도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교포가 대부분이다. 외국인 임원은 데이비드 스틸 상무와 요한 드프라트르 상무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전 세계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지만 핵심 인력은 모두 한국인인 셈이다. 내부의 국제화와 현지화를 강화해 코리안 컴퍼니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절실하다.

삼성특검으로 지난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건희 전 회장의 복귀나 구심력 회복을 위해 전략기획실과 같은 컨트롤타워를 복원하는 것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체제로의 순조로운 경영권 승계 작업도 삼성전자 앞날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다.

삼성전자가 직면한 벽을 뛰어넘을 해답의 일부는 이건희 전 회장이 이미 제시했다. 2006년 신년사에서 "앞선 자를 따르던 쉬운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두에서 험난한 여정을 걸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같은 해 6월 사장단회의 때는 "앞으로는 선두그룹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개척해 나가는 `창조적 경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삼성전자 40년의 성장 단초는 창조경영에서 찾을 수 있다는 데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기획취재팀 = 김대영(팀장) 기자 / 신헌철 기자 / 이승훈 기자 / 황시영 기자]

2009.10.28 16:45:44 입력, 최종수정 2009.10.28 17:1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