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D
[중앙일보] 입력 2020.08.06 17:09
한시적이지만 원격진료가 도입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월 환자가 의료기관에 방문하지 않고도 상담을 받고, 지정한 약국을 통해 먹는 약을 처방받을 수 있게 했다. 그동안 의료계의 반대 등 수많은 장벽에 부딪혀 디지털 헬스케어 도입이 늦춰져 왔지만, 코로나 19로 비대면 의료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필요가 집중되면서 재조명받는 모습이다. 또 K-방역이 세계의 표준이 됐다. 지난 5월부터 한국은 약 50여개 국가와 국제기구를 대상으로 170회 이상의 웹 세미나, 화상회의, 전화 회의 등을 통해 코로나 19 대응 경험을 공유했다. K-방역은 또한 수출로도 연결되고 있다. 마스크와 진단키트를 넘어 한국형 헬스케어 제품에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OTRA는 오는 10월 19일부터 ’바이오 헬스 월드와이드 온라인 2020‘ 전시회를 개최한다.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헬스케어 서비스 등 국내외 500개 기업과 바이어 1000개사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온라인 전시회는 3D 영상, 가상현실 등의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어 미래형 전시 산업도 이끌 기회를 모색할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란 무엇인가?
디지털 헬스케어(혹은 스마트 헬스케어)는 말 그대로 의료 및 헬스케어 서비스가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 기술인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센서,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을 헬스케어와 접목한 분야다. 소비자가 일상생활이나 의료기관 등 전문기관에서 생성해 낸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여, 이를 의료 및 헬스케어 기업이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자문 및
[출처: 중앙일보] [트랜D] 코 앞으로 다가온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어떤것들이 바뀌나
치료해주는 구조다.
자료: PwC.
개인이 생성해낼 수 있는 데이터는 유전체 정보, 개인건강 정보, 전자의무기록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유전체 정보는 한 사람당 약 30억 개, 1TB에 달하는 유전체 염기쌍의 서열로, 정밀의료나 개인 맞춤형 신약 개발, 유전자 편집, 합성 생물학을 구현시킬 수 있다. 개인건강정보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헬스케어 앱 등을 통해 수집되는 개개인의 혈당 수치, 혈압, 심전도, 식단 정보 등 개인 일상생활 활동에 관한 모든 데이터로, 이를 활용한 다양한 응용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전자의무기록은 과거 의료기관에서 종이차트에 기록했던 인적사항, 병력, 건강상태 등을 비롯하여 처방 정보, 처방 결과 등을 전산화한 형태를 말한다. 유전체 정보와 개인 건강정보가 건강 개선, 질환 치료 및 예방 등의 구체적인 임상적 가치와 연결되기 위해서는 전자의무기록을 바탕으로 데이터가 분석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의무기록의 디지털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활용성이 더욱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현황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스마트폰 및 IoT 기반 웨어러블 기기 등과 함께 시장 성장기에 접어들었으며 생명공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된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 및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의료기기 전문 업체뿐만 아니라 글로벌 ICT 기업부터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지닌 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지속해서 성장할 전망이다. Statista는 2015년 기준 790억 달러에 머물렀던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2060억 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의 성장세도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격의료 시장도 2015년 181억달러 규모에서 2020년과 2021년 각각 355억달러, 41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Statista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장을 견인하는 기술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꼽힌다.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장치와 센서가 활용되면서 더 정밀한 빅데이터 분석 및 활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인공지능의 경우 의료 검사에 활용되어 진단 절차를 개선할 수 있고, 신약개발에 활용하여 신약개발 기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외에도 사물인터넷, 가상·증강현실, 로보틱스와 같은 다양한 기술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디까지?
국내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14년 3조원에서 2020년 약 14조원 규모로 성장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환자 생체정보를 수집해 의료기관으로 전송하는 기기나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제품이 허가되고 있고, 관련 특허는 매년 300건 이상 출원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5G 네트워크와 IT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성장할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고령화 속도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고, 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니즈도 증폭되고 있어 유망산업으로서의 시장적 특징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추세와 비교할 때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누적 투자액 기준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글로벌 100대 리스트에 한국 기업은 찾아볼 수 없다. 유망한 산업임에도 성장할 수 없었던 첫 번째 배경에는 ’규제와의 전쟁‘이 있었다. 초기에는 원격의료에 관한 규제나 진료 데이터 활용 규제 등과 전쟁하느라 산업과 기술의 성장에 제약이 많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규제샌드박스 도입(2019.1)과 규제자유특구 지정(2019.7)을 통해 적극적인 규제완화 움직임이 나타났고, 강원도 지역을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해 6가지 실증사업 △의료정보 기반의 고혈압 관리 서비스(추진 기업:유비플러스) △의료정보 기반의 당뇨 관리 서비스(휴레이포지티브) △DUR을 활용한 인플루엔자 백신 수요 예측 인공지능 시스템(미소정보기술) △포터블 엑스선 진단시스템을 이용한 현장 의료 서비스(에이치디티) △건강관리 생체신호 모니터링 서비스(메쥬) △만성질환 재택 모니터링(바이오닉스)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 8월 5일 발효되었고, 최근 코로나 19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전면 완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 7월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정부가 제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도 디지털 헬스케어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이 명시되어 있다. 한국판 뉴딜은 크게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디지털 뉴딜 사업의 주요 골자 중 하나가 비대면 산업 육성이다. 비대면 산업 중 의료영역을 첫 번째로 꼽고 있다. 디지털 기반 스마트 병원을 구축하거나, 고령층 등의 건강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IoT와 AI를 활용해 디지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웨어러블기기를 보급해 질환을 관리하는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규제와의 전쟁‘이 종식되고, 현재 ’기존 산업과의 전쟁‘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 중 하나인 원격의료에 대해 기존 의료업계는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마치 승차 공유 플랫폼이 등장했을 때 기존 산업인 택시업계와의 충돌로 무산된 것처럼, 디지털 헬스케어는 기존 산업인 의료업계의 반대로 진도가 더디어지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리딩 기업들
Fitbit은 디지털 헬스케어 선도기업으로 일컬어진다.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기준 Fitbit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2740만명에 달한다. 참고로 2위는 비만 관리 애플리케이션 MyFitnessPal로, 스포츠 의류 브랜드 Under Armour에 2016년 인수된 바 있다. Fitbit은 건강관리가 가능한 무선 웨어러블 센서를 개발했고,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Cardiogram과 협력했다. Fitbit 단말기를 통해 수집된 심장 박동수, 수면 패턴 등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Cardiogram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거나 특정 질환의 징조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는 Cerner가 매우 혁신적이다. 의료기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본 기업은 아마존 AWS와 협력해 클라우드 기반 EMR(전자의무기록) 솔루션을 개발하고 의료데이터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아마존은 사실 상당 기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진출에 준비를 해왔다. 아마존이 2018년 인수한 온라인 약국 필팩(Pill Pack)은 미국 50개 주 전역에서 약국 면허를 갖고 있어 처방 약을 가정에 우편배달할 수 있다. 아마존과 Cerner는 의료분야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연구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고, 약을 제조하고 유통하는 전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자료: Statista / NIPA 주: 2018년 월간 활성 이용자 수
그 밖에도 IBM ‘왓슨’은 이미 암 진단과 치료 등 치료 서비스 플랫폼을 선도하고 있고, 애플은 애플워치에 내장된 센서를 활용해 심박 수를 측정하고 이상 징후가 감지될 때 원격의료로 연결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은 자회사 베릴리, 칼리코, 딥마인드 등과 함께 헬스케어 데이터 및 인공지능 연구가 한참이다. 베릴리의 경우, 수술용 로봇 개발을 위해 의료기기 업체인 에티콘과 함께 ‘버브 서지컬’을 설립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가 약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삼성 헬스 모니터’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간편하게 혈압을 측정할 수 있게 서비스하고 있다. 이달 출시한 스마트워치 신제품 갤럭시워치 3은 심전도와 혈압 측정 등 모바일 헬스케어 기능이 더욱 강화했다. 삼성 헬스는 초기 건강정보와 운동량을 기록하는 애플리케이션이었지만, 전문가에게 건강 상담까지 받을 수 있는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24시간 실시간으로 의사와 상담이 가능한 서비스로 미국, 인도, 영국 등에 확장 출시했다. 국내에서는 규제로 인해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시장확대를 위해 추격 중인 모습이다.
어떻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잡을 것인가?
먼저 정책적으로는 현업에서의 고민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신규 진입자들(통신사, IT기업 등)이 체감하고 있는 규제를 조사하고, 우선순위로 완화해야 할 규제 리스트를 산출해야 한다. 우선 과제들을 중심으로 이해관계자들과의 토론회 등을 거쳐 적극적인 합의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기존 플레이어들(의료기관, 제약회사 등)이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사항에 대해서 어떻게 우려를 불식시킬지도 모색되어야 하고,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인 대책들을 함께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산업의 파이를 키워서 기존 플레이어들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들 필요도 있다. 기본적으로 정책적 지원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기존 플레이어들과 신규 진입자들과의 협업모델을 구축하는데 집중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의료·헬스케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 기존의 의료서비스 공급자와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 소프트웨어 및 인프라 공급자가 협업하면서 기존 의료서비스를 디지털화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거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의료서비스 및 시스템 공급자는 '변화 대응 능력'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사업구조 변화, 인력구조 변화 및 인재 양성, R&D 투자, 파트너십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전략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중에도 파트너십은 핵심적인 전략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다양한 전문 기술 및 서비스 영역 간의 융합을 통해 구현되는 영역으로 파트너십이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기업 혹은 기관이 다른 전문 영역의 기술적 역량을 확보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산업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파트너십이 필요한 것이다. 의료기기 기업, 제약회사 및 의료기관과 같은 전통 사업자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디바이스, 모바일 소프트웨어 및 통신사들과 같은 신규 사업자들의 협업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과거에는 경쟁했던 기업들과도 협업체제를 구축해야 할 수 있고, 관련성이 전무하던 기업들과도 협업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미 다양한 의료서비스 공급자들과 신규 사업자들간의 파트너십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움직임에 늦게 대응할 시에는 산업에서 도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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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의 경제연구실장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의 경제연구실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다양한 정부 부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한 지략을 제시하고 있다. 『더블 딥 시나리오』 『경제 읽어주는 남자』 등의 저서를 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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