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묻지마 투자]②강남 누르니, 수도권에 몰리는 투기세력

ngo2002 2019. 9. 19. 14:45

묻지마 투자]②강남 누르니, 수도권에 몰리는 투기세력

서울 지역 규제에 수도권 '풍선효과'
묻지마 청약에 떴다방까지 기승
부천 등 최고가 분양에도 수만명 몰려
옥길지구 등 신축 아파트 1년새 수억↑
  • 등록 2019-09-19 오전 4:50:00

    수정 2019-09-19 오전 4:50:00

지난 17일 오전 경기 부천시 계수동 ‘부천 일루미스테이트’ 모델하우스 앞에 속칭 ‘떴다방’으로 불리는 부동산 중개인들이 청약 당첨자들을 상대로 매도를 유도하며 인도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김용운 이데일리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분양가가 의정부에서 가장 비싸다고는 하지만 주변 시세보다는 저렴해요. 인근 아파트 분양권도 많이 올랐다는데, 여기도 확실히 오를 겁니다.”

17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의정부역 센트럴자이&위브캐슬’ 모델하우스 앞에서 만난 40대 최모씨는 당첨된 아파트에 웃돈이 붙을 것이란 확신에 차 있었다. 경기도와 인접한 노원구에 산다는 그는 이날 계약을 위해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그가 확신하는 이유는 분양한지 1년이 채 안된 인근 아파트 ‘탑석역 센트럴자이’ 분양권에 평균 6000만원의 웃돈이 붙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오전 경기도 부천시 계수동 ‘부천 일루미스테이트’ 모델하우스에는 속칭 ‘떴다방’으로 불리는 부동산 중개업자 20여명이 진을 치고 있었다. 오는 23일 계약 시작을 앞두고 입주대상자 자격 확인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모델하우스를 찾은 청약 당첨자들에게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연신 매도를 권유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선호도가 높은 평형과 동의 경우 최소 3000만원에서 4000만원의 웃돈을 제시했다.

정부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는 등 공급을 억누르자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신축까지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분양권에 웃돈이 크게 오르는가 하면 높은 분양가에도 청약 경쟁률이 두자릿수를 이어가는 등 ‘묻지마 청약’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불법 거래를 권유하는 ‘떴다방’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역최고가 분양에도 ‘묻지마 청약’

최근 수도권에서 나오는 분양아파트들이 해당 지역 최고가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씨가 당첨된 이 아파트 단지는 지난달 말 3.3㎡당 분양가 평균 1497만원에 나왔다. 의정부 내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평균 경쟁률은 무려 17.72대1에 달했다. 1500여가구 일반분양에 1만4605명이 몰렸다.

총 3724가구 가운데 2508가구를 지난달 일반 분양한 ‘부천 일루미스테이트’도 3.3㎡ 당 1600만~1700만원의 평균 분양가로 부천에서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1순위 청약을 접수한 결과 평균 9.96대 1을 기록했다. 경쟁률도 높았지만 부천시 최다 청약자수를 경신했다. 이전까지 부천시 1순위 최다 청약단지는 ‘힐스테이트 중동’으로 지난해 7월 분양 당시 1만1596명이 청약했다.

‘부천 일루미스테이트’ 청약 당첨자 박모씨는 “중동이나 상동에 비해 입지가 좋지 않다는 평도 있었고 분양가도 높았지만 투자 목적으로 청약을 넣었다”며 “비규제지역이라 중도금 대출도 어렵지 않고 벌써부터 프리미엄이 붙어 입주예정인 2023년을 더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수도권 신축도 잇따라 신고가 행진

실제로 서울 구로구 항동과 맞닿아 있는 부천시 옥길지구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시세가 가파르게 올랐다. 옥길지구는 전철역 접근성이 좋지 않아 부천 상동이나 중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양가와 저렴한 편이었다. 하지만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2017년 12월 입주한 ‘옥길 호반베르디움’(1420가구)의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 7월 5억8000만원에 실거래 됐다. 분양가가 3억5000만원 선이었던 84㎡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3억8000만원 정도에 거래됐지만 불과 1년 8개월여만에 2억원의 웃돈이 붙은 셈이다.

옥길지구와 맞닿아 있는 ‘부천 일루미스테이트’가 부천 최고 분양가를 내새우면서도 완판을 자신했던 이유가 옥길지구내 신축 아파트 시세보다 약 10~20% 싼 가격에 분양했기 때문이다. 옥길지구내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일루미스테이트가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지만 옥길지구 인접성을 놓고 보면 투자 매리트가 있었다”며 “모델하우스 앞 소위 떴다방은 투기성 수요 없이는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도시들의 아파트 가운데 올해 하반기 들어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단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강남권 접근성이 좋은 아파트들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중순 경기 하남시 선동 ‘미사강변리버뷰자이’의 전용면적 102㎡는 10억500만원에 거래되며 10억원을 돌파했다. 2017년 입주한 ‘미사강변리버뷰자이’는 강동구 고덕동과 마주하고 있으며 2015년 분양 당시 3.3㎡ 당 평균 1300만원 선에 분양했다. 남태령과 우면산을 놓고 서울 강남권과 붙어 있는 경기 과천시의 원문동 ‘래미안슈르’(2008년 입주)도 전용면적 59㎡가 지난달 중순 10억5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져 신고가를 썼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시내 아파트 공급을 계속 규제하면 수도권 도시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특히 비규제지역과 비조정지역의 맹점을 공략한 부동산 투기도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학렬 더리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수요가 많은 서울 도심 아파트 공급을 억제하다보니 서울 집값도 오르고 연쇄적으로 수도권 신축 아파트 가격도 꿈틀대는 것”이라며 “특히 신축 아파트로 수요자가 많아져 서울이 아닌 지역까지 투자자금이 일시적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