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공정 재판, 뒤에선 권력 추종 [책과 삶]
김민아 기자 입력 2019.08.16. 20:50
[경향신문] ㆍ두 얼굴의 법원
ㆍ권석천 지음
ㆍ창비 | 419쪽 | 1만8000원
저자는 법원의 외부자이다. 다만 ‘내부자들’을 잘 아는 외부자이다. 법학을 전공했고, 오랫동안 법관과 재판을 취재해왔다. <두 얼굴의 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벌어진 사법농단의 진실을 추적한 기록이다. 2017년 법원행정처에 발령받은 뒤 부당한 지시에 사표로 맞서 사법농단을 세상에 알린 이탄희 전 판사(현 변호사)와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다. 치밀하되, 박진감 넘친다. 저자와 짧게 인터뷰했다.
- ‘두 얼굴의 법원’이란.
“법원은 겉으로 공정한 재판을 강조하며 근엄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실제론 폐쇄된 사회에서 대법원장을 받들고 권력의 위계질서를 이뤄왔다.”
- 이탄희는 사표를 던지며 ‘유능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무슨 의미인가.
“판사들은 인정욕구가 크다. 사법농단이 가능했던 것도 판사들을 ‘유능하다’는 평판으로 길들였기 때문이다. 이탄희는 그런 평가 대신 ‘좋은 판사’로 남기로 한 거다. 우리에겐 행운이었다.”
- ‘조직논리’를 거듭 언급한다. 공직사회 전반을 향한 경고로 비친다.
“그렇다. 법원·검찰·경찰·국회 등은 물론 언론 같은 민간부문도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조직의 존재이유를 배신해왔다. 입으로는 시민을 위한다면서 몸으로는 내부자들에게 복무했다.”
- 최근 사법농단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진 듯하다.
“법원 내부에선 양 전 대법원장 등이 무죄를 받으면 모든 게 없었던 일로 될 거라고 보는 이들이 적잖다. 주권자에게 중요한 것은, 판사가 무엇을 해도 되고 무엇을 하면 안되는지 기준을 정립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법관 징계와 탄핵이 필요한데, 두 가지 다 흐지부지되고 있다. 시민이 눈을 부릅떠야 한다.”
김민아 선임기자 ma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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