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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 세계서 가장 유망한 투자처는 '통일 한국'

ngo2002 2019. 7. 1. 15:15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 세계서 가장 유망한 투자처는 '통일 한국'

김기진 입력 2019.07.01. 12:42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77)은 조지 소로스, 워런 버핏과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불린다. 1973년 조지 소로스와 헤지펀드 ‘퀀텀펀드’를 설립해 10년 동안 수익률 4200%를 기록하며 이름을 알렸다. 미국 S&P500지수가 불과 47% 오르는 동안 거둔 성과다.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 굵직한 사건을 예측하기도 했다. 그가 최근 통일된 한국이 세계가 주목하는 투자처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해 주목받는다.

1942년생/ 예일대/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로저스홀딩스 회장(현)

Q퀀텀펀드를 운영하면서 수익률 4200%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해왔다. 어떤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지 궁금하다.

A 가장 중요한 원칙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이다. 뻔하지만 가장 기본이다. 저렴할 때 투자해야 실패해도 손실이 적다. 현재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지만 향후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기업이나 산업, 국가 등을 찾는 데 주력한다. 마리화나 시장을 예로 들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되면서 산업이 빠르게 크고 있다. 이 트렌드가 다른 국가로 확산되며 시장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 본다.

Q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나 산업, 국가를 찾는 노하우는 뭔가.

A 뉴스에 귀 기울이고 정부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것이 첫 단계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 역사는 조금씩 형태를 바꾸면서 되풀이된다. 전쟁, 불황, 무역전쟁, 이민·난민 문제 등은 다른 모습으로 계속 반복돼왔다.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 경기나 업황 등이 좋은 상태인지, 악화되는 중인지 등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역사를 알아야 지금 상황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다.

대다수 투자자가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를 눈여겨보는 것도 중요하다. 대중 눈길이 쏠리지 않은 곳에 기회가 많다. 퀀텀펀드도 당시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던 해외투자와 공매도에 공을 들인 덕분에 성과를 냈다.

Q통일 이후 한국이 최고의 투자처가 될 것이라는 발언이 관심을 모은다.

A 저출산, 저성장 등 한국이 직면한 문제 대부분은 통일이 되면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는 한국 여성에 비해 출산에 우호적인 여성이 많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경제가 쇠퇴할 가능성이 눈에 띄게 낮아질 것이다. 북한은 교육열이 높아 고급 인력이 많다. 반면 인건비는 낮다. 자원도 풍부하다. 북한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외국인 출입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한 만큼 관광 수요도 상당할 것이라 본다. 이 밖에 물류업, 광산업 등이 빠르게 크며 경제성장을 이끌 것이라 예상한다.

Q한국보다 앞서 통일된 독일은 서독과 동독 통합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다. 독일 연구기관 IWH는 독일 통일에 1조3000억유로가 들었다고 분석한다. 남북 통일에도 큰돈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미국 워싱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한반도 통일에 최소 1조달러(약 1156억원)가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사회적 혼란도 예상된다. 이런 문제를 감안해도 통일 한반도가 좋은 투자처인가.

A 물론 통일 직후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다. 한국과 북한은 완전히 다르다. 경제·정치 체제를 융합하고 사회적·문화적 통합을 이뤄내기까지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독일과 남북한은 다르다. 경제적 타격이 훨씬 작을 것이라 생각한다. 독일은 통일 당시 주변에 자금력을 갖춘 나라가 없었다. 자본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고 외국으로부터 투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 등 투자 여력이 풍부한 국가에 둘러싸여 있다. 외부 자금을 유치하기에 좋은 구조다. 동독과 달리 북한에는 천연자원이 풍부하다는 점도 기대를 모은다. 한국과 북한이 국방에 막대한 비용을 쏟고 있다는 점 또한 눈여겨봄직하다. 통일 이후에는 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Q통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실현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럼에도 한반도에 잠재력이 풍부하다 보는가.

A북한이 경제 개방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국과 북한이 공식적으로 한 국가가 되지 않아도 경제협력이 활발히 이뤄진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다.

Q한국과 달리 일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런데 일본 경제는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2월 시작된 경기회복세는 올해 4월까지 77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대졸 취업률도 97.6%(3월 기준)나 된다.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한 이유가 궁금하다.

A 일본은 빚이 많다. 2018년 기준 정부 부채가 1100조엔가량 된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두 배다. 재정위기, 신용등급 하락 등 여러 가지 리스크를 안고 있다. 출산율도 낮다. 저출산은 한국에서도 문제다. 그러나 한국은 통일이 되면 저출산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된다. 일본은 다르다.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고 이민자를 받는 데에도 소극적이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는데 이를 부양할 젊은 세대는 늘어나지 않으니 복지비용 등을 조달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일본 경제지표가 괜찮아도 장기 전망은 암울하다고 생각한다.

Q비트코인 값이 다시금 상승세다. 올해 1분기만 해도 3000~4000달러대에 머물렀는데 6월 26일 기준 1만2000달러대까지 올랐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특정 암호화폐보다는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암호화폐는 가격 등락이 심하고 적정 값이 얼마인지 알 수도 없다. 더불어 암호화폐는 기본적으로 ‘탈중앙화’라는 속성을 지닌다. 정부 혹은 특정 세력이 암호화폐를 제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세계 각국 정부가 이 같은 화폐가 통용되도록 용인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반면 블록체인은 다르다. 금융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한다.

Q이 밖에 눈여겨보고 있는 국가나 산업, 기업 혹은 투자상품이 있는가.

A 국가 중에서는 러시아에 관심을 쏟는 중이다. 러시아 증권거래소가 문을 연 지 30년이 됐는데도 아직 러시아에 자산을 배분하려는 해외투자자가 많지 않다. 그러나 성장 가능성은 높다. 러시아는 채무가 적어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데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극동 지역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산업 중에서는 농업이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농업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산업이다. 그런데 대다수 국가에서 농업 종사자는 나이가 많다. 일례로 일본 농업 종사자 평균연령은 66세다. 젊은 세대 중에는 농업에 뛰어들기 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농산물 수요는 꾸준히 느는데 공급량은 이에 비해 느린 속도로 증가하며 호황이 찾아올 것이라 본다.

Q머지않아 역대 최악의 경제위기가 글로벌 시장에 닥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이유가 궁금하다. 투자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A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전 세계 주요 국가 채무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중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세계 채무액은 247조달러다. 2008년에 비해 43% 늘었다. 같은 기간 세계 GDP는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중 무역분쟁도 장기화되고 있다. 단기간 내에 해결될 확률이 낮다. 세계 곳곳에 리스크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위기는 언제든 들이닥칠 수 있다. 베네수엘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위기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는 위기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카드를 지닌 지역이나 산업을 찾아야 한다. 통일 가능성이 있는 한국과 북한처럼 말이다. 자신이 잘 아는 기업이나 산업, 지역 등에만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5·창간호 (2019.07.03~2019.07.09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