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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에 13조 매출' 삼성·하이닉스, 사업 계획 안갯속

ngo2002 2019. 6. 8. 11:20

'화웨이에 13조 매출' 삼성·하이닉스, 사업 계획 안갯속

강동철 기자 입력 2019.06.08. 03:20

美中 '테크 냉전'에 수출효자 반도체 등 국내 IT 기업들 피해 우려

"이런 상황에선 사업 계획이 의미가 없네요. 당장 내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정부는 '지켜보자'는 말뿐이고…. 각종 시나리오만 쌓아놓고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그래픽=김성규

국내 반도체 기업 고위 관계자는 "미국 손을 잡으려니 막대한 매출을 내는 중국 시장이 있고, 중국 편을 들려니 미국의 압박을 감당할 수도 없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이중고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 전쟁과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발발된 '테크발 신(新)냉전'으로 대중 의존도가 높은 국내 IT 기업의 사업은 불확실성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매출의 18%와 39%를 중국에서 벌어들인다. 이 중 가장 큰 고객이 화웨이다. 전직 국내 통신업체 최고경영자(CEO)는 "미·중이 격돌하면서 세계시장이 요동치고 있는데 기업에 모든 판단과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정부의 직무 유기"라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기업은 투자 등 핵심 경영 이슈에서 실기(失機)해 스스로 침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하이닉스 사업 계획 재작성

불확실성 고조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분야는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지난달 본격화하자, 작년에 마련했던 올해 사업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대신 시장 변화에 실시간 대응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이 두 회사는 작년 화웨이로부터 각각 8조원, 5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3%,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12%에 달하는 액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초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상반기 중에 저점을 찍고, 하반기에는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대만의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6일 긴급 보고서를 내고 "화웨이의 스마트폰·서버 판매량 감소로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가 예상보다 더 깊고 길어질 것"이라며 "D램 가격은 3분기에 15%, 4분기에 10% 더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 시장 전망이 점점 비관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김기남 부회장과 진교영 사장 등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임원을 불러 긴급회의를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화웨이 제재에 따른 불확실성의 고조와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에서 고조되는 반미(反美) 감정도 한국 IT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내 애플 아이폰 판매가 줄어들면 카메라 모듈 생산량의 대부분을 애플에 납품하는 LG이노텍과 아이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이 나빠진다.

국내 중소기업도 타격을 피하기 힘들다. 화웨이에 통신장비용 안테나 등 부품과 장비를 수출하는 중소·벤처기업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비단 화웨이에 납품하는 업체뿐 아니라, 다른 중소기업들의 대중 수출도 타격을 받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의 시대' 열려

전문가들은 미·중 간 '테크 냉전'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적어도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증권 노근창 리서치센터장은 "앞으로 1년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며 "화웨이에 물량을 많이 판매하는 SK하이닉스는 수주량 감소로,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재고량 급증으로 인한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두 회사는 한국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중 무역 전쟁과 테크 냉전이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는 방법은 중국의 굴복뿐인데, 만약 중국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미국은 더욱 공세의 속도를 높여 중국을 압박할 것이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의 고통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