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OUT] (7) 덩어리 규제로 진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 마트 강제휴업·영업시간 제한…소비자 골탕 | |
기사입력 2019.03.11 10:18:21 | 최종수정 2019.03.11 17:16:02 |
“대형마트,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우리 가맹점주들도 소상공인이다. 가뜩이나 온라인 쇼핑에 치여 방문객 수가 줄고 있는데 손님이 많은 주말을 한 달에 두 번씩 쉬라니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A프랜차이즈 대표)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전통시장에 가지는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 소비자 소비행태 설문 결과)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규제 OUT] (7) 덩어리 규제로 진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 마트 강제휴업·영업시간 제한…소비자 골탕
기사입력 2019.03.11 10:18:21 | 최종수정 2019.03.11 17:16:02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대형 쇼핑몰에 대한 영업규제가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목적 달성은커녕 소비자 후생 감소, 고용 악화, 쇼핑몰 입점 상인 피해 등 부작용만 낳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안내문. <연합뉴스>
“대형마트,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우리 가맹점주들도 소상공인이다. 가뜩이나 온라인 쇼핑에 치여 방문객 수가 줄고 있는데 손님이 많은 주말을 한 달에 두 번씩 쉬라니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A프랜차이즈 대표)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전통시장에 가지는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 소비자 소비행태 설문 결과)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대형 쇼핑몰에 대한 영업규제가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목적 달성은커녕 소비자 후생 감소, 고용 악화, 쇼핑몰 입점 상인 피해 등 부작용만 낳고 있다. 그럼에도 규제 대상을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하고 영업시간도 단축시키는 등 갈수록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대형 쇼핑몰과 전통시장의 고객층과 구매 패턴이 상이해 규제 효과가 불분명한 만큼, 쇼핑몰을 문 닫게 하기보다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식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SSM 월 2회 휴업 강제
▷전통시장 활성화? ‘대체재 관계 아냐’
현재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은 2012년 이후 매월 2회 의무휴업을 하고 있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보호, 종사자 건강권 확보 등을 위해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지정토록 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조치다. 의무휴업일은 지자체장이 공휴일 중에서 월 2회 조례로 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유통 규제가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다양한 문제점만 양산하고 있다는 것.
첫째, 대형마트 등이 문을 닫아도 전통시장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 2017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 21조4000억원대로 추산되던 전통시장 매출액은 2015년 21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대형 쇼핑몰과 골목상권·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 방문 목적과 구매 패턴이 상이해 서로 간의 대체재 관계가 미약하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소비자 소비행태 조사를 통한 유통업체 분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쇼핑을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27.8%(179명)로 가장 많았다. ‘동네 슈퍼를 찾아간다’는 응답이 21.9%, ‘대형마트 근처 상점을 찾아간다’가 13.2%, ‘다른 대형마트를 찾아간다’가 13.1%로 뒤를 이었다.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응답은 12.4%에 불과했다. 실제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상권 내 공생을 통한 골목상권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대형마트 휴무일에 대형마트와 연매출 5억원 이하 소규모 점포 매출은 감소한 반면 연매출 50억원 이상의 대형 슈퍼마켓 매출은 7%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의 대체재가 아님을 시사한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 2017년 9월 발표한 ‘대규모 점포 확장에 따른 소상공인 경영실태 분석 연구’ 결과도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 2000명에게 쇼핑몰 방문 목적을 물은 결과 ‘영화 관람’ ‘문화시설 이용’ ‘테마파크 등 놀이시설 이용’ 등의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 대형마트 등이 문을 닫으면 전통시장이 살아나기보다는 문화시설 등을 이용 못 하는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둘째,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가 되레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입점 상인 과반수가 소상공인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을 개발, 운영하는 주체는 대기업이지만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점포 중 70%는 자영업자 혹은 소상공인으로 조사됐다. 의무휴업일 지정 시 쇼핑몰에 입점한 소상공인은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경연은 지난해 9월 시장조사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잠실 롯데월드몰, 신세계 스타필드하남, 현대백화점 판교 등 주요 복합쇼핑몰 3사에 입점한 소상공인 사업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81.7%는 복합쇼핑몰 규제 강화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유환익 한경연 상무는 “복합쇼핑몰 규제 논의 과정에서 입점 소상공인이 제외됐다. 입점 소상공인의 매출과 고용에 상당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복합쇼핑몰 규제 법안 도입 논의는 지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고용 악화도 걱정이다. 복합쇼핑몰의 점포당 평균 취업자 수는 579명으로 백화점(1604명)에 이어 가장 많고 대형마트(179명)의 세 배가 넘는다. 한경연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유통규제에 따른 영향 조사’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에 대한 영업규제가 적용될 경우 유통업체 신규 출점이 제한돼 점포 근로자와 중소기업 매출 감소로 직결, 일자리 손실분이 한 해 최소 9836개에서 최대 3만5706개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갈수록 강화되는 유통 규제
▷“복합쇼핑몰도 규제” 유통법 개정안 발의
그럼에도 유통산업발전법은 완화는커녕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최근 복합쇼핑몰에도 의무휴업을 도입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개정안은 복합쇼핑몰 0∼10시 영업금지, 월 2회 의무휴업(공휴일 원칙) 등 영업규제 도입과 함께 상업보호구역 신설 등 출점 규제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월 대표발의한 개정안에서 “대형 유통기업들의 복합쇼핑몰 진출 확대로 지역 상권이 붕괴되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유통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복합쇼핑몰에도 의무휴업 규제를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상권영향평가 분석 대상을 소매점(음·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에서 ‘입점이 예정된 모든 주요 업종’으로 확대,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의 대형·중소 유통기업 대표를 각각 1인씩 추가, 대규모 점포 내에 새로운 준대규모 점포 개설 시 별도 등록 필요 등의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기존 대형마트 등에 대한 규제 효과가 불분명하고 소비자 불편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유통산업 규제의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한상의는 ‘복합쇼핑몰 규제에 대한 경제계 건의’ 보고서를 통해 “복합쇼핑몰 영업규제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이후에 규제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합쇼핑몰에 의무휴업일을 적용하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 경제적 약자 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보다 소비자 후생 감소와 주변 상권에 피해를 주는 등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대형 유통점은 소비자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 전통시장을 위해 대형마트를 규제하기보다는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컨설팅해주는 식의 지원책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주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9호 (2019.03.13~2019.03.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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