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지역 투자의 특징 최신글 모음
2019. 5. 1. 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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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제시와 경상북도 구미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7,80년대 고도성장기에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산업 도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화려했던 과거 명성과는 달리 현재는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들 지역의 상황은 통계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지난 4년간 전국 아파트 값 상승률은 9.1%이다.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거제시는 21.3%, 구미시는 17.3%가 하락하여 전국에서 하락률 1,2위를 다투고 있다. 두 지역의 경제 상황이 그대로 집값이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100% 실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전세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4년 동안 전국 전세가 상승률은 4.8%였는데 반해, 거제시는 -18.4%, 구미시는 -11.8%로 전세가 하락률 1위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가 하락률 2위 지역도 공단 지역인 울산 동구로 -11.84%이다.)
그러면 이들 지역의 매매가나 전세가가 왜 이리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이들 지역의 주택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데, 다른 지역보다 심한 것은 이들 지역이 공단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들 공단 지역의 특징은 무엇일까?
제조업은 특성상 생산직 인원을 주축으로 한 많은 노동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떤 대규모 공장이 있다고 하면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 지역 토박이만은 아니다. 일자리를 찾아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그 지역으로 이사를 온 유일한 이유는 (주거 환경 등 다른 요소가 아니라) 일자리를 찾아서 온 것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더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면 쉽게 그 지역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구미시의 공장을 다니던 사람에게 창원시에 있는 다른 공장에서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는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면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지만, 공단 지역은 그 비율이 높다는 점이 다르다.
이런 이유로 공단 지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집을 사기 보다는 임대를 선호한다. 집을 덜컥 샀다가 나중에 잘 팔리지 않으면, 다른 지역에서 좋은 이직 제안이 들어와도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임대로 살고 있으면 쉽게 임대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으므로, 이런 공단 지역은 매매 수요보다 임대 수요가 더 많다. 이런 이유로 공단 지역의 전세가 비율(=전세가/매매가)이 높은 것이고, 갭(=매매가-전세가)이 적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갭 투자가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지역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집값이 지난 몇 년간 약세를 보이면서 갭투자가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공단 지역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이후 두 지역의 일자리 감소는 눈에 띈다.
구미시의 경우, 2015년에 21만 111개의 일자리가 있었지만 2년 후인 2017년에는 20만 8426개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거제시는 아주 심각하다. 2015년에 13만 6011개였던 일자리가 2017년에는 11만 8008개로 줄어들었다. 2년 동안 13.2%나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전국의 일자리는 3.5%나 증가했던 것에 비하면 이 두 지역의 일자리 감소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런 일자리 수 감소는 장기적으로 그 지역의 인구수에 영향을 끼친다. 일자리수 감소가 심각한 거제시의 경우를 살펴보자. 거제시는 2015년을 정점으로 일자리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인구수는 2016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1년의 시차를 보이는 것이다. 이는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직자가 늘게 되면, 1년 정도는 그 지역에서 구직활동을 벌이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산업 도시, 즉 공단이 많은 도시일수록 심하게 나타난다. 그 지역 토박이의 비율이 낫고, 외지인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 지역 토박이의 경우, 회사를 다니다가 실직하게 되면,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온 그 지역에서 통닭집을 하든지 택시 운전을 하든지 하면서 다른 살 길을 찾아 볼 것이다. 하지만 공단의 일자리를 보고 들어왔던 외지인의 입장에서는 실직을 하게 되면, 그 지역에서 굳이 살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영업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산업 도시의 일자리 감소는 다른 지역보다 집값이나 전세값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러면 이들 지역의 일자리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있을까? 쉽지 않다. 제조업의 특성상 인건비가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런데 인건비라는 것은 국가별로 차이가 크다. 다국적 기업의 입장에서 보자. 최저임금은 높고, 고용유연성은 낮은 A라는 나라와 최저임금은 낮고, 고용유연성은 높은 B라는 나라가 있다면 어디에다 공장을 만들까?
예를 들어 파카와 같은 겨울 옷을 만드는 공장이 있다고 하자. 이런 공장은 늦여름부터 생산량을 늘이기 시작하여, 가을에는 공장을 풀 가동하게 된다. 그리고 늦겨울부터는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고, 봄에는 공장이 거의 운영되지 않는다. 가을에 바쁘니까 봄에 미리 만들어 놓으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옷이라는 것이 해마다 유행을 달리하기 때문에 작년 모델을 미리 만들어 놓아 보았자 재고만 늘어날 뿐이다. 이래서 제조업에서 노동유연성이 중요한 것이다. 쉽게 이야기 해서 정규직은 최소로 운영하고 봄과 같은 비수기에 버티다가 가을이 되면 비정규직을 최대한 늘리고, 야근 특근을 늘여서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공장 운영의 핵심이다.
노조 입장에서 보면 ‘악덕 기업’의 논리처럼 들리겠지만, 문제는 그 ‘악덕 기업’이 우리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 ‘악덕 기업’에게 아무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보았자, 그 기업은 씩 웃으며 다른 나라로 공장을 이전할 것이다. 그 다국적 기업의 입장에서는 세상은 넓고, 생산할 나라는 많기 때문이다.
필자가 한국에서 직장을 다닐 때 맡았던 일 중의 하나가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체코에 공장을 설립할 것인가, 폴란드에 할 것인가”와 같은 것을 결정하는 일의 실무 총책임자였다. 여러 가지 고려 사항이 있지만, 그 중에서 첫 번째 고려 사항은 노동유연성이다. 그런데 우리가 해외에 공장을 설립할 때, 이런 것을 고려하는 것과 같이 다국적 기업들도 우리나라에 공장을 설립할 때 이런 점을 가장 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그들은 한국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세상은 넓고 일자리를 달라는 나라는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국적 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들도 다른 나라로 공장을 이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노동 시장이 기업들의 입맛에 맞는 곳이라면 거제나 구미를 포함한 산업도시는 예전과 같이 활기를 찾을 것이고, 그런 지역의 집값도 쭉쭉 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물결이다. 4차 산업혁명이 남의 이야기도 아니고, 꽃길이 펼쳐지는 미래의 이야기도 아니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패스트푸드점과 같은 식당에서 주문 받는 직원 대신에 키오스크를 설치해서 대신 주문을 받는다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오히려 일자리가 감소하는 아이러니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제조업의 경우는 패스트푸드점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생산 공정이 자동화되면서 단순 생산직이 설 자리를 로봇에게 뺏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앞으로 수년간 점점 심화될 것이다. 다시 말해 공단 지역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갭(실투자금)이 적은 지역이라고 쉽게 투자하는 것은 손실만 키울 따름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야 투자에도 성공할 수 있다. 단순 제조업 중심의 공단 지역 투자는 다른 지역보다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출처] 공단 지역 투자의 특징|작성자 아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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