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외국인이 한국 오면 쓸어간다는 '이것'의 정체

ngo2002 2019. 3. 28. 11:20

외국인이 한국 오면 쓸어간다는 '이것'의 정체

한국은 네모난 '마른 김'의 최대 생산국이다.

인터비즈작성일자2019.03.24. | 345,474 읽음

지구의 육지 면적 중 겨우 0.07%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식품이 있다. 바로 '마른 김'이다. 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최대의 마른 김 생산국으로 전 세계 마른 김의 50%를 생산하고 있다. 물론 말리지 않은 원초나 직접 먹지 않는 김 종류까지 합치면 중국이 1위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김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네모난 '마른 김'에 있어서는 한국이 최대 생산국이다.

(한국인의 흔한 밥반찬 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김 무역의 표준이 되는 것도 한국산 김 제품들이다. 2017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가 한국이 제안한 '김 제품 규격안'을 아시아 지역 표준 김 규격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김 제품은 세계적으로 더 유명해졌고, 동서양을 불문하고 인지도가 높아지는 중이다. 한국 김 수출액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에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기념품으로 김을 사 간다. 우리에겐 너무 흔한 반찬이지만 해외에서는 없어서 못 판다는 식품계의 '검은 반도체', 김 시장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 김, 7년 만에 수출액 5배 성장

한국 김 수출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다.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김 수출액은 겨우 1억 달러를 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7년 수출액이 5억 달러를 넘어섰다. 7년 만에 약 5 배 성장한 것. 이는 한국의 대표 수출품으로 알려져 있는 라면(3억 8100만 달러)이나 인삼(1억 5800만 달러)보다도 많은 것이다. 농림수산식품 중 2017년 기준으로 김보다 수출을 많이 한 품목은 담배와 참치 뿐이다. 담배는 식품으로 보기 어렵고 참치도 원양어선으로 포획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국내에서 생산된 식품 가운데 1위라고 볼 수 있다.

(김 수출액 변화 추이)

출처 : Kati 농식품수출정보

한국 김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김이 재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김을 주로 소비했던 국가는 한국과 일본으로 김을 밥과 함께 먹는 용도로 사용했다. 하지만 김이 스낵으로 가공되기 시작하면서부터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크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비비고 김스낵

출처 : CJ몰

칼로리는 낮고 영양은 풍부한 김이 웰빙 간식을 찾는 이들에게 딱 맞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반찬으로 먹는 구운 김도 고소하고 짠맛으로 인해 해외에서는 맥주 안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에는 '바다의 잡초' 정도로 김을 무시하거나, '검은 종이'를 왜 먹느냐고 했던 외국인들도 최근 김을 건강한 식재료로 받아들이며 소비하고 있다. 특히 김이 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아 미국은 한국 김 수출액의 약 17% 정도를 책임지고 있다. 이는 일본, 중국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김을 먹는 외국인)

출처 : 유튜브(영국남자, Dyches Fam)편집

한국 김의 장점은 '가성비'와 '차별화'다. 한국 김은 중국이나 일본 김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 측면에서 뛰어나다. 또한, 조미 김이나 김 스낵으로 만들기에 적절한 두께와 맛을 갖고 있어 제품 용도의 측면에서 차별화된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김 생산가격은 일본이 2.73달러 /kg, 한국이 0.62달러/kg, 중국이 0.06달러/kg로 국가별 편차가 크다. 일본 김의 경우, 주로 생산되는 마른 김이 두껍고 비싸서 조미 김이나 스낵으로 가공하기에 적절치 않다. 


일본 김은 대부분 주먹밥용, 초밥용 등 밥과 함께 먹는 용도로 내수시장에서 소비된다. 중국 김의 평균 생산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주로 수프나 탕으로 이용되는 단김을 만들기 때문이다. 단김이 아닌 중국산 마른 김은 한국 김에 비해 품질은 낮고 오히려 가격은 비싼 편이다. 한국은 김 수입량이 거의 없는데 반해, 일본과 중국이 각각 한국 김 수입 1위, 2위 국가라는 것은 한국 김이 두 국가의 김보다 확실히 뛰어나다는 것을 말해준다.

떠오르는 경쟁자들, 일본 고급 김 & 태국 김 스낵

연이어 상한가를 치고 있는 한국 김에도 약점이 있다. 바로 다양성이다. 한국산 김은 제품들이 차별화되지 않고 대부분 비슷한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반면 일본은 반찬용, 초밥용, 간식용 등으로 김을 생산단계부터 세분화해 관리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주먹밥용이나 양념용 같은 소규모 김 제품 시장도 별도로 존재한다. 


프리미엄 김의 경우, 김의 원료인 원초부터 용도와 품질에 따라 구분해서 기르기 때문에 한국산 김보다 2~3배 비싼 값에 수출되고 있다. 지금은 스낵 소비 중심이기 때문에 저렴한 한국 김이 인기가 있지만, 해외에서 김을 식재료로 소비하기 시작한다면 품질 인증이 뚜렷한 일본 고급 김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김 등급심사 장면(좌), 일본 1등급 김(우))

출처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아마존 홈페이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태국의 김 스낵 또한 강력한 경쟁자이다. 태국은 자체적인 마른 김 생산이 불가능한 국가다. 하지만 한국에서 마른 김을 수입해 스낵용 김으로 가공한 뒤 다시 판매함으로써 신흥 김 수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와사비, 코코넛 등의 맛을 첨가해 김 스낵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미 2017년 기준으로 중국 조미김 수입의 60%를 태국이 점령하면서 한국의 점유율은 2016년 65%에서 2017년 39%로 떨어졌다. 대표적인 김 스낵업체 '타오케노이'는 "Start from sea to store(바다에서 매장으로)"를 외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김 수출 1위 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한국에는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다. 태국 업체들의 성장에 놀란 국내 업체들도 이에 맞서 기름기는 줄이고 다양한 맛을 혼합한 간식, 술안주 형태의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으로 역수출되는 타오케노이의 김스낵(좌), 타오케노이 CEO 이띠팟 피라데차판)

출처 : 쿠팡, 타오케노이 홈페이지

고급화와 세분화로 1위 자리 지켜야...

마른 김 최대 수출국이라고 하는 한국도 2017년 기준으로 국내 생산량 1억 4000만 속 중에 약 60%(8200만 속)를 국내에서 소비했다. 이는 아직도 김을 생산하는 국가들 위주로 수요가 형성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다른 대륙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김을 소비하기 시작한다면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다.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기존의 순위는 무의미하다. 한국 김 업체들이 현재에 머무르는 동안 일본, 중국 또는 태국 업체들이 시장의 흐름을 읽고 순식간에 1위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품질의 고급화와 시장의 세분화다. 한국 김 업체들이 다른 국가의 업체들에 비해 뛰어난 김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 하지만 한국에는 공식적인 등급제가 존재하지 않아 김을 등급 별로 구분해서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원초의 품질과 가공 방식에서 차이가 나는 고급 김들도 평범한 김들과 함께 취급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가격만 보고 식품을 소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김 중에서 꼬불꼬불한 모양이 곱창을 닮아서 곱창돌김이라고 불리는 김은 일반 재래김의 4~5배에 달하는 3만 원(100장 기준)의 가격에 판매되기도 한다. 곱창돌김이 갖는 독특한 풍미 때문이다. 시장을 세분화해 '좋은 김은 비싼 값에, 평범한 김은 저렴한 값에' 취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한국 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비싸게 판매되는 완도 곱창돌김)

출처 : 네이버쇼핑, 완도 총각네 수산물

이러한 요구에 따라 정부도 작년부터 일본이나 중국처럼 김 등급제를 마련하기 위해 김 업체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인 등급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중'이나 '하' 등급으로 평가받은 김들이 재고로 쌓이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다만, 한국은 생산 단계가 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물김 생산자, 마른 김 생산자, 조미 김 생산자 등 각자의 이해관계가 달라 해결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들 각자를 위해서라도 결국 등급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한국의 '검은 반도체'가 등급제 도입을 통해 고급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기대해보는 2019년이다.

인터비즈 이태희, 장재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