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의 죽음이 낳은 인류 최고의 아름다운 건물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불멸의 사랑을 기린 영원한 걸작
인도의 타지마할은 2007년 7월 7일 ‘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지정됐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이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선정한 세계적인 건축물이다.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 남쪽 야무나(Yamuna)강 언덕에 있고 1632년 착공해 1653년 완공했다. 무굴제국 건축 양식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묘(墓)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하는 타지마할은 무굴제국 최고의 건축물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의 하나로 손꼽히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기도 하다.
■왕비 뭄타즈 마할의 묘궁
무굴제국의 최전성기에 있던 제5대 황제 샤 자한(Sgah Janhan, 재위 1628~1658)의 왕비인 뭄타즈 마할(Mumtax Mahal, ‘궁정의 선택받은 자’라는 의미)은 1631년 6월 14번째 아이를 출산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급작스러운 왕비의 죽음으로 황제는 큰 슬픔에 빠졌고, 사랑했던 왕비에 대한 기억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1632년부터 묘 건설을 시작했다. 공사가 시작된 1632년 1월 왕비의 시신은 아그라로 옮겨져 묘궁 부근에 임시로 매장됐고 이 위에 큐폴라(cupola·작은 돔)를 씌웠다. 묘궁이 완성되는 데는 22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걸렸고, 완공 후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미래의 걸작품’이 되었다. 샤 자한은 타지마할이 완성된 직후 공사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의 손목을 잘랐다는 설도 있다. 타지마할보다 더 아름다운 궁전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려 했기 때문이다.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표준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표본이라 할 수 있다. 무굴의 건축 양식은 증축 혹은 개축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의 하나로, 타지마할도 하나의 통일체로 설계됐다. 중앙 축을 중심으로 한 좌우 동형의 건물 배치는 물론 자재와 색채에서 아주 세밀한 장식에 이르기까지 위계질서를 부여하는 등 무굴 건축 양식을 잘 표현하고 있다.
■기하학에 기초를 둔 대칭의 美
타지마할은 장방형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전정과 중정 그리고 묘궁의 순서로 배치돼 있다. 보통의 묘궁이 중정의 중심에 세워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타지마할은 정원 건너편 안쪽에 묘궁을 배치하는 특징을 보인다.
남쪽에 있는 붉은 사암으로 된 거대한 정문의 아치를 통과하면 넓은 마당에 수로를 둔 전형적인 무굴 양식의 정원과 분수가 나오는데 그 곳은 수로와 공원길에 의해 4등분되어 있고, 정원 앞에는 완벽한 대칭의 미를 드러내는 묘궁이 위치해 있다. 중앙에는 묘궁이, 묘궁의 동서에는 완전 대칭을 이루는 2개의 건물이 붙어 있다. 서쪽에 있는 것은 모스크이며 동쪽의 것은 미학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세운 ‘자와브(영빈관)’이다. 두 건물은 붉은 사암으로 지어져 백색 대리석으로 지어진 묘궁과 대조를 이룬다.
타지마할의 세부 시설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7m 높이의 대리석 대좌 위에 건설된 묘궁은 팔각형 평면 위에 양파 모양의 이중 돔을 올린 형태를 갖추고 있는데, 이 중앙의 돔은 높이가 44m에 이른다. 중앙의 돔 주위에는 4개의 첨탑을 배치해 거대한 돔을 둘러쌌다. 입면을 보면 중앙 현관 중심으로 좌우 대칭형으로 통일성을 갖는 구조다.
내부에는 중앙을 에워싸는 4개의 묘실이 있고, 중앙 묘실에 황제 부부의 기념비와 무덤이 있다. 무덤은 아름다운 돌로 장식되고 보석이 박힌 대리석 칸막이로 둘러싸여 있다. 이 관에는 ‘신은 영원하시며, 신은 완전하시도다’라는 비명이 새겨져 있다. 그들의 사랑은 신처럼 영원하며 저승에서 다시 재결합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정문과 정원, 수로(水路)를 보면 남쪽에 정문, 중앙에 수로를 두고 묘궁과 마주본다. 이 정문은 우리나라 사찰의 일주문과 같은 의미로 문 바깥의 속세와 안쪽에 있는 영혼의 낙원을 구분하는 의미를 가진다. 정문을 지나면 안쪽 마당에 전형적인 무굴 양식의 정원이 있는데, 수로와 공원길로 4등분돼 있고, 이 길은 다시 수로로 4분할돼 있다. 이러한 형태는 정사각형을 단위로 한 기하학에 기초를 두어 완벽한 대칭을 이루도록 하는 배치로, 이슬람의 낙원사상을 담고 있다.
■동서양 전문 기술자들 대거 참여
타지마할 설계자에 대해서는 이탈리아의 보석 기술자인 제로니모 베로네오(Geronimo Veroneo) 또는 프랑스의 금세공업자인 오스틴 보르독스(Austin De Bordeaux)라는 설과 함께 숱한 논쟁이 이어져 왔다.
1930년대 발견된 타지마할 공사에 관한 필사본 문서에 의하면 타지마할의 건축에는 이탈리아, 이란, 프랑스 등지에서 동원된 모자이크 수공업자, 대리석 기술자, 서예가 등 외국 기술자들과 무굴제국 전문 기술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타지마할 건설에 동원된 인력은 앞에서 언급된 기술자들을 포함해 2만여 명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타지마할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 건설되었는데 건설 과정 중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단을 쌓을 토대를 확보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이 작업은 강둑의 모래 지반에 돔을 얹은 68m 높이의 묘궁과 각종 탑을 지탱할 토대를 다지는 것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료에 의하면 이를 위해 고무와 쇠를 채운 나무통으로 토대를 다졌다고 한다. 묘궁 중앙 돔은 벽돌로 쌓고 그 위에 흰 대리석을 씌워 시공했다. 여기서 대리석을 돔의 상층부까지 옮기기 위해 기중기가 이용되었는데, 이를 위해 두 기둥 사이에 보를 걸치고 보 중앙에 도르래를 달았다. 밧줄 끝에 대리석을 매단 후 인력으로 당겨 양중하였다.
사용된 건축 재료들은 다양한 건설 인력 못지않게 세계 각처에서 공수했다. 우선 타지마할에서 사용된 대리석은 남쪽으로 16㎞ 정도 떨어진 라자스탄의 마크라나 대리석 광산에서, 붉은 사암은 현지 석산에서 조달했다. 효율적인 운반을 위해 남부 석산에서 아그라까지 축도(ramp)를 내고, 1000여 마리 이상의 많은 코끼리와 소가 끄는 수레를 이용했다. 묘의 내부를 장식하기 위한 보석들 역시 세계 각처에서 들여왔다. 중앙아시아의 투르키스탄에서는 연옥을, 티베트에서는 수정을 공수했다. 미얀마로부터는 터키옥을, 이집트에서는 진주와 사파이어 등을 조달했다.
묘궁에 사용된 돌 장식 기법은 외관의 경우, 백대리석 위에 붉은 사암으로 상감(象嵌)하여 이슬람의 기하학적 벽면을 만들었다. 중앙 묘실에 있는 뭄타즈 마할과 샤 자한의 비석 주변에 둘러진 칸막이에는 보석을 넣어 정교하게 가공한 꽃과 식물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이를 위해 모자이크의 일종인 ‘피에트라 두라’라는 돌 상감 기법이 사용됐는데 이는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기법이라고 한다.
■350년 존속,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존
타지마할 전체 단지는 1643년에 완성됐지만 장식 작업은 그 이후까지 지속됐다. 완공까지 소요된 비용은 약 400만~500만 루피로 추정되는데, 무굴 건설 기술자들의 위계에서 상위에 속하는 석공들의 한 달 임금이 9~20루피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임을 알 수 있다.
타지마할이 약 350년 동안 존속하고는 있지만, 독특한 외관과 마감들은 아그라시에 밀집해 있는 공장들이 내뿜는 매연과 자동차 배기가스 등으로 오염되고 산성비로 풍화됐다. 인도 정부 당국뿐만 아니라 유네스코(UNESCO)에서도 나서서 이를 보수하고 영구 보존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세계의 문화유산이라고 칭송받는 타지마할은 묘궁의 중앙 돔과 이웃한 첨탑들과의 절묘한 구성, 어떤 방향에서 보아도 균형 잡힌 아름다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환상적인 자태, 그리고 곳곳에 아름다운 장식들을 통하여 왜 이 건축물이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지정되었는지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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