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진 콜라 캔" 조롱 딛고 랜드마크된 빌딩
"찌그러진 콜라 캔" 조롱 딛고 랜드마크된 빌딩
“역시 낭만의 도시라 그런가. 프라하에서는 건물도 손을 잡고 춤을 추는구나!”
신혼여행 후보지에 빼놓지 않고 등장할 정도로 로맨틱한 도시로 꼽히는 체코 프라하. 프라하 중심을 가로지르는 블타바 강변에는 한 쪽 옆구리가 움푹 들어간 기묘한 건물이 보는 이의 시선을 붙든다. 바로 ‘댄싱 하우스(Dancing House)’다. 각기 다른 재질로 만든 건물 두 개가 마치 한쌍의 커플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애칭이다.
원래 이름인 ‘내셔널 네덜란덴 빌딩(Nationale Nederlanden Building)’보다 ‘댄싱 하우스’로 더 유명해진 이 건물은 프라하의 시련과 부활의 기억이 담긴 랜드마크다. 수도 한복판에 이렇게 독특한 건물이 생겨난 이유는 뭘까.
체코는 20세기 내내 독일과 옛 소련 지배를 차례로 받았다. 사회주의 국가였던 체코는 1989년 12월 바츨라프 하벨이 대통령에 선출되면서 자유주의 체제를 맞았다. 당시 지금의 댄싱 하우스 터에는 2차 세계대전 때 미군 폭격을 맞은 건물이 파괴된 상태로 50년 가까이 방치돼 있었다. 수도 한복판에 흉물스럽게 남은 건물 잔해는 체코인들에게 우울함과 무력감을 안겨주곤 했다.
하벨 대통령 당선 3년 후인 1992년 네덜란드 최대 보험회사인 내셔널 네덜란덴(현 ING 그룹)이 이 땅을 매입했다. 하벨 대통령은 프라하에 새로운 분위기가 감돌도록 건물을 재건축하자고 제안했다. 현대적 디자인의 지역본부를 짓고 싶었던 내셔널 네덜란덴 측은 이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내셔널 네덜란덴은 먼저 프랑스 건축가인 장 누벨(Jean Nouvel)에게 빌딩 설계를 의뢰했지만 492㎡(약 148평)인 부지가 너무 작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2순위로 찾은 인물이 바로 프랭크 게리(Frank Gehry). 그는 캐나다 출신의 미국 건축가로 개방적이고 파격적인 방식으로 건물을 짓기로 유명하다.
프랭크 게리는 그동안 억눌려 있던 체코의 자유를 드러낼 수 있는 해체주의 건축 방식을 택했다. 해체주의 건축물은 보통 뒤틀리거나 구겨진 모양 등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만들어져 틀에 박힌 기존 건물과 차별화된다.
1994년 작업에 돌입한 프랭크 게리는 1996년 댄싱 하우스 건축을 마쳤다. 지상 7층 건물로 연면적은 5400㎡(약 1633평)다. 건축 비용은 약 1300만마르크(83억원)가 들었다고 전해진다.
육안으로 보면 푸른색 유리 건물과 99개의 콘크리트 판넬로 지어진 원통형 건물 두 개로 구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연결돼 있다. 건물 하부 중 일부는 필로티 구조(1층에 벽 없이 기둥만 세우고 그 위에 건물을 올리는 방식)로 지어졌다.
유리 건물의 옆구리가 쑥 들어간 이유는 이웃 주민들의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댄싱 하우스가 있는 블타바 강변 건너편에는 9세기 말 지어진 프라하성이 있다. 댄싱 하우스가 직선 형태로 지어졌다면 옆 건물 주민들은 이 아름다운 프라하성의 풍경을 만끽하지 못했을 것이다.
옆에 있는 콘크리트 건물에서도 부드러운 리듬감이 느껴진다. 건물에 나있는 창의 높이가 각각 다른데다 외벽을 감싼 콘크리트 판넬 모양에 따라 곡선형 줄무늬가 생겨 마치 물결치는 듯하다.
유리로 된 ‘여자 건물’과 콘크리트로 된 ‘남자 건물’이 손을 잡고 춤추는 것 같다고 해서 ‘프레드와 진저’라는 별칭도 얻었다. 20세기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영화를 꽃피운 무용가 커플인 프레드 애스테어(Fred Astaire)와 진저 로저스(Ginger Rogers)의 이름을 딴 것이다. 프랭크 게리가 애초에 두 사람을 모티프로 해서 건물을 디자인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당시 건물 투자자들이 홍보를 위해 프레드와 진저를 언급한데서 생겨난 애칭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유리 건물의 철골은 크리놀린(Crinoline)을 닮았다. 크리놀린은 19세기 중엽 여성들이 드레스나 스커트를 풍성하게 부풀리기 위해 사용했던 속옷이다.
중간 높이에서 두 건물을 연결하는 작은 발코니는 마치 잘록한 여성의 허리를 붙잡고 있는 남성의 손처럼 보인다.
지금은 명실상부한 프라하의 랜드마크가 됐지만 댄싱 하우스가 완공되자, 체코 역사학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전통 방식으로 지어진 주변 건물과 어울리지 않아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였다. 완공된 이후 미국의 저급한 할리우드 문화를 투영했다며 ‘찌그러진 코카콜라 캔’이라는 조롱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댄싱 하우스는 프라하 풍경과 어울리는 ‘로맨틱한 외관’ 덕분에 전 세계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2005년에는 체코국립은행에서 댄싱 하우스가 새겨진 기념 주화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 건물은 2013년 프라하시 부동산 관리부가 매입했다. 현재 1층은 갤러리, 2층은 객실 21개를 갖춘 호텔, 7층과 옥상은 각각 식당과 글라스 바(Glass bar)로 운영되고 있다. 3~6층은 사무실로 임대 중이다.
오피스 임대료는 방 크기에 따라 다른데 체코의 부동산 중개회사인 룩센트(Luxent)에 따르면 현재 6층 457㎡ 매물이 45만7000코루나(약 2278만원)에 나와있다.
댄싱 하우스에서 관광객들이 꼭 들리는 곳은 꼭대기층 카페다. 특히 창가 쪽은 선호도가 높아 항상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옥상에 있는 원형 조형물을 볼 수 있고 프라하 도심이 한 눈에 들어와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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